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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하늘 May 05. 2024

파랑새는 옆에 있다

너에게로 떠나는 여행



재작년에 일을 쉬고 2개월 동안 자유시간을 가졌다. 휴식이 필요하던 참에 푹 쉬기로 했다. 그때 모두 나보고 이럴 때 여행을 갔다 오라 말했다. 정말 가야 하나 생각해 봤는데 영 끌리지 않았다.


장기간 쉴 때 해외를 갔다 오는 것도 좋지만 난 여행을 가는 것을 사실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잠자리가 바뀌면 잠이 안 와서 여행이 거듭될수록 컨디션이 엉망이 되고 맛있는 걸 먹어도 감흥이 없으며 경치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또 혼자 가는 여행보다는 같이 가고 싶은데 시간을 맞추기 쉽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다 두 달이 지나갔다.


살면서 안 해본 경험이 없었으면 하는 게 내 욕심이지만 성향은 변화보다 안정을 선호한다. 변화를 준대도 익히 아는 예측된 변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통제 밖의 상황이 좀 불편해서 긴장이 된다. 그래서 여행을 가면 나를 이끌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들이랑 같이 가면 너무 좋은 게 그들은 겁이 없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낯선 경험을 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평소 리더십이 있는 편인데 여행만 가면 쭈구리가 된다. 그래서 고분고분 따르는 편이다.


여행지의 매력보다는 친구의 새로운 모습에 반해서 오고 거기서 나눈 이야기가 더 깊이 기억된다. 유명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스테이크보다 숙소에서 끓여 먹던 새우왕창 넣은 라면이, 펍을 가는 것보다 침대가 두 개인데도 꼭 한 침대에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다 누구 하나 방구라도 뀌면 역적으로 몰아가는 상황이 더 재밌다.


여행을 할 때 장소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사람을 경험하는 게 더 재밌을 뿐이다. 그래서 두 달 동안 방구석에 붙어 있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글쓰기 모임, 15년이 넘도록 연락이 뜸했던 초등학교, 중학교 친구들을 만나고 자주 보는 친구들은 더 자주 봤다. 다들 멀리 살아 평일에 보기 힘든데 여유롭게 저녁을 먹고 얘기를 나누니 좋았다.



내가 어디를 멀리 간다면 그건 같이 가는 사람과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일 것이다. 사진을 찍고 핫플레이스를 가는 것보다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그 사람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그의 가치관을 듣는 게 재밌다.


그래서 굳이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가지 않아도 된다. 눈을 돌려 주변을 보고 마음만 열면 곳곳이 여행지이다. 파랑새는 옆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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