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구조

Traces of the Unseen

by 이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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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amazon.com/dp/B0FVJBQ53Y


설명


다섯 편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묶으며, 나는 오래도록 내 소설을 따라다닌 하나의 주제에 집중한다. 과연 ‘침묵’이란 무엇인가? 그 침묵이 나의 소설 속에서 어떠한 형태로 진술되는지 이번 5편을 엮으며 새롭게 알게 되었다. 내 소설의 침묵은 ‘두려움’이고 ‘생존’이며 ‘죄책감’을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 되거나 무엇인가를 격렬하게 ‘거부’하는 방식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침묵’을 읽을 수 있는 다섯 겹의 증언으로 다가올 것이다.


〈제4의 시선, 베아뜨리체〉, 벽을 공유하는 한 여성의 울음소리가 계속 들려오지만 주변의 어느 누구도 움직이지는 않고 ‘침묵’한다. 이들의 침묵은 행동하지 않는 침묵으로, 결국 그 죄책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그 ‘건물’ 사람들〉, 침묵을 사회적 영역으로 확장한다. 취업만이 유일한 희망인 순진한 여성이 한 재단의 면접관을 만나지만, 자신을 어필할 주체적 발화에 적극 참여하지 못한다. 그녀의 머뭇거림과 침묵은 결국, 제도화된 국가 시스템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결말을 보인다. 〈사라진 패트릭〉, 침묵을 내면으로 돌려놓는다. 이는 사라진 이들을 향한 독백이자, 이미 흩어져버린 흔적의 수집일 뿐이다. 죽은 자들의 흔적을 추적하는 개인적 행위 자체는 침묵의 대화일 뿐이다. 〈도둑맞은 목소리〉, 침묵을 미래로 옮겨 놓는다. 생체 정보가 데이터로 환원되고, 한때 발성된 목소리가 도둑맞을 수 있는 세계에서, 침묵은 저항이자 스스로를 지켜내려는 몸부림이 된다. 마지막으로 〈그 법정의 오래된 얼굴들〉, 침묵을 법정이라는 제도 속에서 드러낸다. 화자는 법정의 모든 언어에 귀를 기울이며, 그 언어가 피고에게 어떤 방식으로 불리하게 작용하는지 현장에서 저항한다. 하지만 그는 재판의 당사자가 아닌 관찰자일 뿐이었다.


이 다섯 편의 ‘침묵’은 사적인 내면에서 사회적 외부로, 기억에서 상상으로, 고백의 친밀함에서 제도의 무게로 나아간다. 침묵이 인간을 어떻게 규정하게 되는지 인류 공통의 관심사에 집중한다. 이 이야기들 속 침묵은 하나의 존재 증명이고 압력이며, 때론 파괴적이고 자기 보호적이다. 주체는 침묵과 발화와 비발화의 중간 경계에서 지속적으로 흔들린다.


이 책을 독자에게 하나의 초대로 내놓고 싶다. 잠시 멈추어 서고 귀를 기울이며, 침묵이 지닌 수많은 얼굴을 마주하는 경험. 만약 이 페이지들이 무언가를 남긴다면, 그것은 결론이 아니라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침묵 속에서도 여전히 언어는 발화되며, 앞으로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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