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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out의 미학

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351

by 노용헌

2025년 6월 17일자 중앙일보의 기사는 대통령의 전속사진사인 위성환 작가가 찍은 공식사진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태원 현장을 바라보는 대통령의 시선이라고 하는 사진을 보면, 대통령의 얼굴의 초점(focus 또는 핀트)이 나가 있고, 현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의 사진이 새롭다, 혁신적이다라고 말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의 사진을 좋게 보는 것이지만, 정말 그의 사진이 좋은 것인지에는 비판적이다. 과연 대통령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은 사진이 공식 사진으로 홍보할 수 있을지는 아무리 좋게 생각해봐도, 정말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 공식 기록 담당을 오피셜(official)이라고 말한다. 오피셜은 가장 근접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 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진가들은 그의 너머에서 촬영해야 한다. 가장 근접할 수 있는 사람이 초점이 나간 사진을 찍는다, 왜 그렇게 찍을까. 그는 작품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공식 홍보를 해야 하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이 못 찍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특권까지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초점이 나간 사진을 찍는다? 군대 사진병이 사단장의 얼굴의 초점을 나가게 한다, 기업 홍보담당자가 자신의 회장의 얼굴의 초점을 나가게 한다, 과연 가능한 일일까. 작품사진으로 말이다.

위성환 사진 01.jpg

사진의 구성은 주체(subject)와 객체(object), 전경(foreground)과 배경(background)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체는 피사체가 되고, 피사체는 사진의 모델이 되는 중심 인물이다. 중심 인물이 의뢰를 하면 중심인물의 표정이나 특징을 잘 살려, 그의 느낌을 가장 잘 전달해주어야 하는 것이 사진가의 몫이다. 물론 사진가는 피사체를 단지 오브제(또는 대상물)로 재해석할 수도 있다. 사진가의 느낌대로 찍을 수 있겠지만, 이것은 대부분 순수 예술, 예술작품에서 통용되는 것이다. 보도사진이나 광고사진은 피사체가 곧 클라이언트(client)이다. 의뢰인이라는 뜻이다. 의뢰인은 곧 광고주이고, 사진의 값, 돈을 주는 사람이다. 그런데 돈을 주는 사람과는 별개로 그의 마음이 들지 안 들지 모르지만, 내가 해석한다.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를 설득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이라면 B급 사진이 될 것이다. A급 사진은 그의 마음에 드는 사진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전속사진사가 된 위 작가의 사진은 기존 대통령 사진과 스타일이 다소 다르다. 이 대통령이 주인공이 아니거나, 이 대통령은 작게 담기고 공간이 더 크게 담긴다. 강 작가는 위 작가에게 “대통령을 권위적으로 너무 클로즈업하지 말자, 대통령 시선이 향하는 곳이 중요하니 등을 찍어도 된다, 대통령이 어떤 공간에 있는지도 중요하므로 너무 대통령만 크게 찍지 말고 공간과 여백을 담자”는 조언을 했다고 한다.

또 위 작가는 최대한 플래시를 쓰지 않고, 드라이브 모드(빠른 연속촬영)도 사용하지 않는다. 대통령 행사를 방해한다는 이유다. 플래시 대신 자연광을 주로 쓰다 보니 색감이 더 자연스럽다는 점도 특징이다. 위 작가는 오바마 전 대통령 전속사진사로 유명한 피트 수자 사진 스타일을 연구했다고 한다. 그의 사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오바마 전 대통령의 감정, 인간적인 면모 그리고 맥락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배경에서 위 작가의 독특한 스타일의 대통령 사진이 나오는 것이라고 강 작가는 설명했다.”

-중앙일보 기사 발췌-

천경우 사진.jpg 천경우의 사진

어쨌든, 초점이 나간 유명인의 포츄레이트(portrait)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순수 예술에서 천경우의 사진과 윌리엄 클라인의 사진이 생각난다.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렸던 <여왕 되기>展에서 그의 사진은 조금 다르지만 초점이 나가 있다. 그의 작업은 장시간 노출을 통해 윤곽이 전부 흐릿한 사진을 사용하고 있다. 초점이 나가 있는 사진은 대략 “1.핀트를 의도적으로 나가게 하거나, 프레임의 다른 곳에 맞춘다. 2.조리개를 개방조리개로 해서 아웃포커스를 한다. 3.느린셔터로 인해서 흔들린 이미지를 사용한다. 4.장시간 노출이나 이중노출을 한다.” 윌리엄 클라인의 사진에서도 종종 흐릿한(blur) 이미지를 본다. 가운데 여성이 지배적으로 프레임에 등장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흐릿하고, 초점은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맞춰져 있다. 일부러 블러링(blurring-out)한 작업이다. CCTV나 포털사이트 등에 노출된 사람의 초상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블러링을 한다. 블러링의 대상은 유명인이 아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서 블러링을 한다. 그런데 블러링의 대상이 클라이언트라면.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윌리엄 클라인 사진.jpg 윌리엄 클라인의 사진
윌리엄 클라인 시노히에라.jpg William Klein Fighter Painter, Shinohara, Tokyo, 1961
토마스 매씨 공화당 의원 사진.jpg

2025년 6월 24일자 조선일보에 나온 기사 중의 매시의 사진을 보자. 이 사진은 주인공인 매시의 얼굴이 잘 드러나 있고, 그 앞의 의원은 초점이 나가 있다. 초점이 나가 있기 때문에 당연히 매시의 얼굴로 시선이 가게 된다. 기사의 진영논리나 이런 내용들을 떠나서 사진만 가지고 볼 때, 과연 주제를 우리는 초점이 나가게 하고, 다른 시선을 유도한 것의 의도를 알 수 있을까. 바르트가 이야기한 스투디움(studium)이 생각난다. 푼크툼(punctum)을 저버린 스투디움, 과연 무엇을 이야기하고, 해석할 수 있을까.


https://v.daum.net/v/20250617050129625

https://v.daum.net/v/20100415103336809

https://v.daum.net/v/20250624114112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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