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이 기억을 본다

[11화 수중 탐사기록]

by 노용헌


“나트륨이라고요?”

“그렇습니다. 나트륨을 수은과 섞으면 분젠 전지의 아연은 대신할 수 있는 아말감이 생깁니다. 수은은 절대로 소모되지 않습니다. 나트륨만 소모되지요. 나트륨은 바다가 얼마든지 공급해줍니다. 나트륨 전지는 가장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나트륨 전지의 동력은 아연 전지의 두 배니까요.”

“현재 상황에서 나트륨이 가장 적당하다는 것은 충분히 알겠습니다. 나트륨은 바다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으니까요. 거기까지는 좋습니다. 하지만 나트륨 전지를 만들려면 우선 나트륨을 만들어야 합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바닷물에서 나트륨을 추출해야 합니다. 그건 어떻게 하십니까? 물론 전지를 쓸 수도 있겠지만, 내가 잘못 생각한 게 아니라면 전기 장치가 필요로 하는 나트륨은 바닷물에서 추출되는 양보다 훨씬 많을 겁니다. 따라서 생산량보다 소비량이 훨씬 많을 텐데요.”

“그래서 나는 나트륨을 추출할 때 전지를 사용하지 않고, 석탄을 태울 때 나오는 열을 이용합니다.”

“석탄이라고요.”

“아니면 해탄(海炭)이라고 해둘까요?”

-쥘 베른, 해저 2만리, P113-


2121년 8월 어느 날.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아틀란티스(Atlantis) A구역 B동이다. 아파트는 격렬비열도 인근 수중에 위치하고 있다. 40층짜리 아파트이고, 나는 20층에 있다. 아파트의 층은 40층이 해저 표면이고, 1층은 해수면(海水面) 가까이에 위치해있다. 지상의 아파트는 고층이 하늘에 가깝지만, 수중도시의 아파트는 고층이 해수면에 가깝다. 모든 것이 거꾸로 되어 있다. 아파트의 모든 노폐물은 해수면 위로 올라가게 설계되어 있다. 해수면위에서 육지쪽으로 이어진 하수관(下水管)들이 육지로 노폐물과 쓰레기들을 보낸다. 육지는 거의 전쟁으로 황폐화되었고,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해의 평균 수심은 약 44m로 수중도시에는 가장 적합한 구조이다. 수중도시의 모든 건물의 난방은 전기(나트륨으로 생성된)로 운영되고, 수중차량 등의 연료는 전기이다. 모든 기기들의 배터리는 나트륨-이온 전지(NIBs)이다. 나트륨-공기 연료전지는 액체 나트륨과 공기를 활용하여 에너지를 생성한다. 나트륨 전지는 바닷물 속 나트륨 이온을 이용하기 때문에 원료가 무한하다. 심지어 영하 40도에서도 90% 이상의 성능을 유지한다.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공기충전탑에서 공기를 생성하고, 아파트 전역에 공기를 공급한다. 공기는 물(H₂O)에서 수소와 산소를 분리하여 산소를 생성한다. 아파트의 모든 창문은 열수 없다. 단지 통유리로 구성되어 바다 풍경을 볼 수는 있다. 창문을 통해서 새들이 날아가는 것처럼, 창문을 통해서 물고기들이 유영(游泳)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각 수중도시간의 전화는 해저케이블로 연결되어 있다. 해저 고속터미널이 있어서 도시간 이동을 자유롭게 하였고, 먼 거리의 해상 태평양으로 가는 데에는 고속 잠수정을 이용했다. 예전의 비행기와 마찬가지였다. 해저퇴적물은 많은 자원들을 가지고 있다. 망간·니켈·구리·코발트와 각종 희토류가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다. 네오디뮴(Nd) 등 해저 희토류는 육상 희토류 대비 중희토류 함량이 평균 2배 이상 높다.


전화벨이 울렸다.

“B, 9월부터 10월 한 달간 해양문화재 탐사가 있는데, 영상촬영이 가능할까?”

“네, 가능합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의 전화였다. 수중로봇 ‘크랩스터(Crabster CR200)’외에 해저지형에 관련된 해저물에 대한 조사와 문화재 관련 유물조사, 고대 도시의 조사였다. 마지막 빙하기를 거치면서 해수면이 상승되어 현재의 서해가 되었다. 고대문명인 마고문명이 있었다.


“자네,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 들어봤나?”

“이 지역이 고대에 뽕나무 밭이었어. 서해는 지대가 낮아서 황하, 요하, 한강에서 흘러들어오는 물들이 모두 모이는 지역이야. 고대에는 발해만(渤海灣)이 큰 호수였고 그 주변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살았지. 랴오둥 반도의 끝 다롄과 산동반도의 끝 옌타이는 원래 붙어 있었는데, 지구의 지각변동으로 서로 떨어졌던 거지. 후빙기 초기에는 지금보다 훨씬 넓었어. 사기의 조선열전에 고조선을 공격하기 위해 한나라군이 발해를 건넜다는 기록이 있지.”

“우리가 현재 조사하려고 가는 지역이 위 지역에서 남(南)쪽으로 10Km아래인 곳을 탐사하려고 해.”

“‘EM-MADO 1’은 탐지 안테나를 해저 면에 밀착한 후, 해저 지형과 모든 물체를 탐사하고, 광학 카메라를 이용해 그 지역의 해저 로드뷰를 만들기 위한 작업이야.”


해저지형지물과 물체 탐지 정보와 DGPS(Differential GPS·위성측위보정시스템)를 이용한 위치 정보를 컴퓨터로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해저 면으로부터 2m 이상 깊이까지 금속 물체를 탐지할 수 있었다. 바닷속은 공기중과는 달리 수원(水源)에서 발생한 파동으로 해저 지형에서 반사·굴절해 되돌아오면 이를 수신기에서 기록한다. 나는 이에 필요한 영상장비들을 가방에 준비했다. ‘탄성파 탐사시스템(EOS3D’으로 영상 촬영을 하다보니 다수의 송신기와 수신기가 필요했고, 여분의 카메라들, 그리고 밧데리, 하우징, 수중드론 등을 챙겨야 했다. 또한 매몰체(埋沒體)를 고해상도로 영상화할 수 있는 고해상도 카메라가 필요로 한다.



......


잠깐 졸았나보다. 꿈이 이리 생생할 줄이야.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갔다 온 듯하다. 해저 2만리 책을 읽다가 해저를 탐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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