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천하(天下, 깨달음의 시간)

잡편(雜編) ------------> 타이밍(Timing)

by 노용헌


“가고 오지 못한다는 말을 철없던 時節에 들었노라 萬壽山을 떠나간 그내님을 오늘날 만날 수 있다면 苦樂에 겨운 내 입술로 모든 얘기 할 수도 있지만 나는 世上 모르고 살았노라 나는 世上 모르고 살았노라~”

-배철수,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中에서-


장자는 말한다. “옛날에는 도술(道術)이 하나였는데, 지금은 갈라져 백 가지가 되었다. 마치 귀와 눈과 코와 입이 각각 자신의 기능만 알고 서로 통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장자의 깨달음은 무엇일까.


관윤과 노자의 깨달음(關尹和老聃的道術)

관윤(關尹)이 말했다. “집착하지 않으면 만물이 스스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마음이 움직이는 것은 물과 같이 하고, 마음이 멈춘 것은 거울과 같이 하라. 이 움직임과 멈춤이 산속에서 들리는 메아리와 같이 하라. 성인의 마음은 있는 듯하다가도 없는 듯하고 뚜렷한 듯하다가도 보이지 않는다.”

노담(老聃)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그 자신이 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약한 입장(부드러움)을 지키면 천하 사람들이 계곡에 물이 모이듯 몰려든다. 그 자신이 결백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욕된 것 같은 입장을 지키면 천하 사람들이 계곡으로 물이 흐르듯 따르게 된다.”

사람들은 모두 남의 앞을 서려고 하는데, 그 홀로 남보다 뒤지려 하였다.

그는 또 말하였다.

“천하의 모든 치욕을 자신이 받아들인다.”

사람들은 모두 알맹이 있는 것(實有)을 추구하는데, 그 홀로 텅 빈 것(空無)을 추구하였다. 그는 저장하는 것이 없었으므로 언제나 남음이 있었다. 홀로 우뚝하여 여유가 있었다. 그는 행동함에 있어 더디고도 힘을 낭비하지 않았다. 무위(無爲)하였고 사람들의 기교를 비웃었다. 사람들은 모두 행복을 추구하는데, 그 홀로 자연스러움에 완전하기를 추구하였다.

그는 말하였다.

“진실로 재앙을 면하기만 하면 된다.”

그는 깊은 것을 근본으로 삼고, 간략함을 원칙으로 삼았다.

그는 또 말하였다.

“굳은 것은 깨어지게 되고, 예리한 것은 깎여지게 된다.”

그는 언제나 외물을 너그럽게 포용하였고, 남을 깎아내리지 않았다. 그러니, 도의 극치에 이른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관윤과 노담은 옛날의 위대한 진실한 사람(眞人)이었다.


장주의 깨달음(莊周的道術)

장주(莊周)는 사사로운 감정을 배제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넓고 크고 종잡을 수 없는 말로써 도를 설명했다. 그가 설명하는 도의 세계는 변화무쌍하지만 결코 한 편으로 치우치지 않았다. 장주는 세상이 너무 혼탁해서 사람들에게 정도(正道)를 있는 그대로 알려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작도 끝도 없는 말로써 설명하되 세상 사람들이 존경하는 옛사람의 교훈으로 충실을 기하고, 비유를 들어 자신의 주장을 널리 알렸다. 그는 홀로 천지와 왕래하고 만물을 경시하지 않았다. 그는 세상과 어울려 지냈으며 자신의 밝음을 드러내지 않고 타인의 잘잘못을 탓하지 않았다. 그의 책은 아름다우면서도 독특했고, 완곡한 표현은 지극한 도에 흠이 되지 않았다. 그의 문체는 비록 다듬어지지 않았어도 풍자가 있었다. 그는 위로는 조물주와 어울려 노닐고 아래로는 삶과 죽음을 초월한 사람들과 벗했다. 장자는 스스로를 이렇게 평가하면서도 한계를 인정한다. “그러나 그도 완전하지는 못했다. 도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 자유로워지는 것이야말로 도의 무한성에 대한 깨달음이다.


사진가의 깨달음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은 이렇게 말한다. “좋은 사진은 셔터를 누르기 전에 이미 시작된다.” 사진가는 자신의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배회하며, 무언가 주제가 될 만한 것들을 발견하며, 빛이 비춰지는 모습과, 구도도, 노출과 초점등 나름 신경 써 가며 사진을 만들려고 한다. 그런데 무언가 부족한 것 같다. 내 사진은 유명한 사진가들의 사진과 무엇이 다를까? 다시 내가 찍은 사진들을 바라본다. 우리는 깨닫는다. “아, 이게 차이구나.” 아무 맥락없이 촬영된 수많은 사진에는 어떤 부족함이 있을까. 로버트 카파는 “사진이 충분히 좋지 않다면, 그것은 당신이 충분히 가까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 내 사진의 부족함일까. 왜 이 사진을 찍어야 했는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인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우연히 얻어지지 않는다. 여전히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확신하지 못한다. 화두참구(話頭參究). 그대들은 무슨 경치를 보았는가? 사건은 수많은 관계들에서 형성되고, 삶은 사건(시간)의 연속성 안에 있다. “어떤 사진가가 되어 가는가?”, “사진은 무엇이 ~되기”의 과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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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j2HwsO-BQtc?si=YzHslPlP8PMEIBZ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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