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장. 이민청 설립이 만능열쇠일까?

by 영현담

인구 절벽의 대안으로 떠오른 '이민'... 숫자에만 집착하면 '사회적 재난'이 된다


대한민국 인구가 줄어든다. 아이 울음소리가 끊긴 자리에 정부가 내놓은 카드는 '이민청 설립'이다. 출산율 반등이 불가능해 보이니, 국경을 활짝 열어 외국인을 받아들여 인구 구멍을 메우겠다는 계산이다. 법무부는 "이민청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외국인 인력을 관리하고 유치하겠다"고 공언했다.


언뜻 보면 합리적인 대안처럼 보인다. 일할 사람이 없으니 밖에서 데려오는 건 경제학의 기본 원리니까. 하지만 분석가로서 경고한다. 준비 없는 이민 확대는 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열쇠'가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를 내부에서부터 갉아먹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사람'을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노동력이라는 '숫자'를 채우는 데만 급급해하고 있다. 스위스의 작가 막스 프리슈는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인 유럽의 상황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노동력을 불렀는데, 사람이 왔다." 이 문장이 주는 섬뜩한 경고를 대한민국은 지금 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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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D 업종 땜빵용: 우리는 누구를 부르고 있는가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이민 정책의 본질을 뜯어보면, '고급 인재 유치'가 아니라 '저임금 노동력 수급'에 맞춰져 있다. 농촌의 부족한 일손을 채우기 위해 계절 근로자를 늘리고, 조선소 용접공이 부족하니 E-9 비자 쿼터를 대폭 확대하는 식이다.


물론 당장 급한 불을 끄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은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이민이 아니다. 내국인이 기피하는 3D(Dirty, Difficult, Dangerous) 업종을 헐값에 외국인에게 떠넘기는 '현대판 하층민 수입'에 가깝다.


이런 식의 접근은 두 가지 치명적인 문제를 낳는다.


첫째, 산업 구조의 고도화를 지연시킨다. 로봇이나 자동화 설비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할 시점에, 싼값의 외국인 노동력으로 버티게 만들면 기업은 혁신을 멈춘다.


둘째, 이들은 한국 사회에 정착하고 동화되려는 의지가 약하다. 돈만 벌어서 본국으로 돌아갈 생각뿐인 '단기 체류자'들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2. 게토(Ghetto)화되는 지방 도시: 공존인가, 점령인가


이미 지방의 공단 도시나 농촌 지역은 '작은 외국'이 되었다. 주말이면 지역 터미널이나 시장은 외국인 노동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문제는 이들과 원주민(한국인)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안산, 시흥, 포천, 그리고 지방의 중소 공업 도시들에서 한국인들은 외국인 밀집 지역을 기피하고 떠난다. 그 자리를 외국인들이 채우며 그들만의 커뮤니티, 즉 '게토(Ghetto)'를 형성한다. 치안 불안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민원은 늘어가고, 학교에서는 다문화 가정 자녀와 한국 학생 간의 미묘한 갈등과 따돌림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유럽이 실패한 지점이 바로 여기다. 프랑스와 독일은 전후 복구를 위해 아프리카와 튀르키예 등지에서 노동자들을 대거 받아들였지만, 그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통합시키는 데 실패했다. 그 결과 파리 외곽은 이민자들의 소요 사태가 끊이지 않는 화약고가 되었다.


대한민국은 단일 민족 국가라는 정체성이 강해 배타성이 높다. 아무런 사회적 합의나 통합 교육 프로그램 없이 무턱대고 문만 열어젖힌다면, 10년 뒤 우리는 유럽보다 더 심각한 인종 갈등과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3. 고급 인재는 한국을 쳐다보지 않는다


정부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우수 인재를 유치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묻자. 당신이 인도 공대나 아이비리그를 나온 천재 엔지니어라면 한국에 오겠는가?


답은 "NO"다.


고급 인재들이 이민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조건은 명확하다. 높은 연봉, 자녀 교육 환경, 영어 소통 가능성, 그리고 개방적인 문화다.


한국은 어떤가? 연봉은 미국이나 중국 빅테크에 비해 낮고, 언어 장벽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영어가 안 통한다), 조직 문화는 수직적이고 꼰대스럽다. 심지어 자녀를 보낼 국제학교조차 턱없이 부족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이 유치하려는 '우수 인재 비자'의 실적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결국 한국에 오는 외국인은 자국보다 임금이 높은 한국에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개발도상국 출신의 비숙련 노동자들뿐이다. 이민청을 만든다고 해서 갑자기 구글 엔지니어가 판교로 오지 않는다. 매력적인 정주 여건과 시스템을 만드는 게 먼저다.


4. 이민청, '컨트롤 타워'인가 '옥상옥'인가


법무부 산하에 이민청을 신설한다는 계획 자체도 우려스럽다. 현재 외국인 정책은 법무부(출입국), 고용부(취업 비자), 여가부(다문화 지원), 행안부(지자체) 등으로 쪼개져 있다. 이것을 통합하겠다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단순히 '비자 발급 도장'을 찍어주는 행정 기관 하나 더 만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핵심은 '사회 통합'이다.


이민청이 해야 할 진짜 일은 몇 명을 데려올지 숫자 놀음을 하는 게 아니라, 들어온 사람들이 한국 사회의 법과 질서를 지키고, 우리 언어와 문화를 습득하여 '좋은 이웃'으로 살아가게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는 이민청 안(案)에는 이런 '소프트웨어'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인구 감소 그래프를 메우기 위한 '하드웨어(조직)' 만들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부처 간 밥그릇 싸움 끝에 탄생한 어정쩡한 조직은 규제만 양산하는 '옥상옥(屋上屋)'이 될 공산이 크다.


5. 숫자가 아닌 '질(Quality)'의 문제다


이민은 필요하다. 인구 소멸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은 인정한다. 하지만 방향이 틀렸다. 무작정 빗장을 푸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모델은 '철저한 선별적 이민'이다. 캐나다나 호주처럼 자국의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과 학력, 언어 능력을 갖춘 사람을 점수제로 깐깐하게 뽑아야 한다. 그리고 일단 받아들인 사람에게는 확실한 혜택을 주어 한국인으로 동화시켜야 한다.


단순 노무 인력은 '고용 허가제'를 통해 엄격하게 관리하되, 정주형 이민과는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 "일손 부족하니까 아무나 오세요"라는 식의 저인망식 이민 정책은 범죄율 증가, 슬럼화, 복지 재정 부담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6. 결론: 이민은 '수입'이 아니라 '결혼'이다


이민을 받아들이는 것은 물건을 수입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것은 낯선 타인과 한집에서 살기로 약속하는 '결혼'과 같다. 서로 다른 문화와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섞이려면 엄청난 인내와 비용, 그리고 갈등 조정 과정이 필요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이 '결혼'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국민들의 마음속에는 아직 외국인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과 차별 의식이 자리 잡고 있고, 제도는 구멍 투성이다.


이민청 설립보다 시급한 것은 "우리는 어떤 이웃을 원하는가?"에 대한 국민적 합의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되었을 때 발생할 비용을 우리가 감당할 준비가 되었는지 묻는 것이다. 이 질문 없이 설립되는 이민청은 만능열쇠가 아니라, 판도라의 상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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