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까지 침몰해가는 '대한민국호'의 구멍 난 바닥을 들여다보았다. 진단 결과는 참혹했다. 수도권이라는 일등석은 비좁아 터질 지경이고, 지방이라는 엔진실은 물에 잠겨 멈추기 직전이다. 그런데도 승객들은 서로 일등석에 앉겠다고 싸우느라 배가 가라앉는 줄도 모른다.
이 책을 쓰며 확인한 데이터들은 하나같이 '멸종'을 가리키고 있었다. 0.6명대의 출산율, 지방 대학의 폐교 도미노, 지자체의 파산 경고등. 이대로라면 30년 후 대한민국 지도에서 우리가 알던 도시의 절반은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 여파로 수도권 역시 경쟁력을 잃고 동반 추락할 것이다. 이것은 예언이 아니라, 확정된 미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나는 이 절망적인 데이터 속에서 희망을 본다.
더 이상 수도권에는 빈땅이 없지만, 지방에는 기회가 널려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과 수도권은 이미 '제로섬(Zero-sum)' 게임의 전쟁터다. 누군가 이기면 누군가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솟았고, 도로는 주차장이며, 숨 쉴 틈조차 없다. 이곳에서는 더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성장의 한계효용 체감 법칙이 작동한 지 오래다.
반면 지방은 '포지티브섬(Positive-sum)'이 가능한 마지막 블루오션이다.
텅 빈 산업단지는 기업에게 기회의 땅이 될 수 있고, 문 닫을 위기의 대학은 혁신의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으며, 인구 소멸 지역은 은퇴자들의 지상낙원이 될 수 있다. 우리가 관점만 바꾼다면, 지방은 골칫덩어리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다시 뛰게 할 '유일한 신성장 엔진'이다.
우리가 제안한 해법들, ▲대기업 본사의 강제 이전과 빅딜 ▲지방대의 취업 사관학교화 ▲Big 5 병원의 지방 분원 개소 ▲5도 2특 메가시티 체제 ▲은퇴자의 대이동 등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기득권의 저항은 거셀 것이고, 정치적 셈법은 복잡할 것이다.
그러나 쉬운 길을 택한 결과가 바로 지금의 위기다. 진통제를 맞으며 서서히 죽어갈 것인가, 아니면 뼈를 깎는 수술을 통해 다시 태어날 것인가. 우리에게 주어진 골든타임은 앞으로 5년뿐이다.
이제 공은 국민이 아니라, 정부와 국회, 그리고 대기업에게 넘어갔다. 국민들에게 무작정 "지방으로 가라"고 등 떠밀지 마라.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먼저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표 계산을 멈추고 행정 구역을 다시 그려라. 대기업 총수들은 서울의 빌딩 숲을 떠나 지방에 새로운 왕국을 건설하라. 당신들이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고 지방으로 내려가 '판'을 깔아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가고, 일자리가 생기며, 비로소 청년과 은퇴자가 움직일 수 있다.
서울만이 정답이라는 50년 묵은 고정관념을 깨부술 책임은, 그 시스템을 만든 당신들에게 있다. 국민은 당신들이 만든 새로운 무대 위에서 기꺼이 춤출 준비가 되어 있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이제는 리더들이 결단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