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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ry H Apr 28. 2020

30대 직장인의 캐나다 어학연수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북소리를 읽고 떠난 자아찾기 여행"  

"나는 어느날 문득 긴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던 것이다. 그것은 내게 떠날 이유로 이상적이면서 충분한 것이었다."

<상실의 시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를 집필한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30대 후반의 나이에 배우자와 함께 1년여간 그리스, 이탈리아 등 유럽을 여행하면서 <먼 북소리>라는 에세이를 썼다. 그는 40대가 되기전에 기존의 활동 공간을 벗어나 생경한 자신을 느끼고 싶어 여행을 떠났다고 회고한 바 있다.

30대 후반인 나는 결혼에 대한 필요성, 직장생활에 대한 회의감과 인간관계의 피로감, 그리고 내가 잘 살아가고 있는건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과제들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수능 점수에 맞춰서 대학에 가고, 스펙에 따라 회사에 입사했다. 그리고, 한 회사의 조직생활을 경험하면서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접하게 되었다. 주어진 역할에 따라 최선을 다하면서 인내와 끈기를 갖고 임하면 좀 더 행복하고 나은 삶을 살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아는 것처럼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물론, 한 조직의 일원으로서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고 뭔가 사회에 보탬이 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나의 기분과 상태를 정기적으로 들여다 보고, 스스로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묻고, 또 그에 답하면서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30대 후반의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내가 뭔가 하고 싶은 자유의지를 현실에서 얼마나 펼치느냐" 이다. 


요즘들어 TV보다는 웹서핑을 하거나, 유튜브를 시청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현실의 불만족을 젊은 유튜버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기 위해서인 것 같다. 유튜브에서는 심심치 않게 '공무원 퇴사', '대기업 퇴사' 등 안정적이거나 선망의 대상으로 떠오르는 직업을 박차고 나왔다는 유튜버들을 볼 수 있다. 아마도 개인의 적성과 현실의 밥벌이간 괴리감이 큰 탓이지 않을까 싶다. 생각해 보면 현재의 20, 30대는 부모 세대와 달리 환경이 많이 달라졌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직업의 안정성, 결혼에 대한 필요성, 예적금 금리 하락, 부동산 가격의 불안정 등 외부환경의 변화와 함께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90년대생이 온다>라는 책에서도 언급하였듯이 기성세대와 달리 현재의 청년 세대는 개인주의, 자아실현의 가치가 집단주의 보다 중요한 가치로 생각된다. 

나의 경우 미래에 대한 고민과 회사생활의 스트레스로 인해 매일매일 퇴사하고 싶은 생각만 가득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던 날들이 있었다. 어느 날, 입버릇 처럼 "이놈의 회사 떄려쳐야지" 하면서도 그만 두지 못하는 현실의 나를 보며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퇴사를 고민하던 시기에 때마침 회사에서 시행하는 자기개발 휴직제도를 발견하였다. 그 순간 문득 무라카미하루키가 <먼 북소리>에서 언급한 구절이 떠올랐다. 나는 이 구절을 이렇게 바꾸어 보았다. 


"나는 어느날 문득 휴직을 하고 싶어졌던 것이다, 그것은 내게 회사를 떠날 이유로 이상적이면서 충분한 것이었다."

나는 이렇게 마음을 먹고, 6개월간 어학연수 겸 휴식을 위해 캐나다 토론토로 떠났다. 직장은 나에게 월급과 기타혜택을 준 반면, 직업의 특성상 때때로 연고가 없는 지방에서 근무를 해야했고, 업무의 성격도 주기적으로 바뀌어 직장에 들어 와서도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이런 이유때문인지 입사동기들 중 절반 이상이 새로운 직장을 찾아 이직을 한걸 보면 나의 고민은 무리가 아닌 것도 같다. 

한편, <달과 6펜스>에 나오는 주인공 '스트릭랜드'는 처자식을 버리고 안정적인 직장을 뒤로 한채,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프랑스 파리로 떠난다. 주변 사람들이 그를 말리며 유명한 화가가 되기 힘들다고 얘기를 하자 그는 이렇게 말을 한다. "물에 빠진 사람에게 수영을 남보다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소. 수영을 하지 않으면 물에 빠져 죽는단 말이요. 나는 이것을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 하는 것이요." 

 당시 이 책이 나왔을때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을 느끼는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대리만족을 줬다고 한다. 물론, 무작정 현실을 버리고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수는 없지만, 내가 모르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 위해 일상과 다른 경험의 기회를 스스로에게 주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뒤늦게 떠난 나의 30대 어학연수는 나에게 주는 인생의 선물(Present)이자 현재(present)를 생경감 있게 느끼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어학연수를 가기 전과 후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학실력이 조금 늘었다는 것과 영어말하기에 흥미가 생겨 지금도 연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몸집이 큰 성인이 타국에서는 유아수준의 언어를 구사하기에 식당에서, 길거리에서 만나는 외국인과 의사소통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것은 그간 내가 직장에서 경험한 능력이 아무것도 아닐수 있겠다고 느끼게 해주었고, 동시에 세상에는 배울것이 많다고 일깨워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을 통하여 나는 무엇보다 해보고 싶은 것을 내가 원하는 때에 나의 방식으로 했다는 것에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다.

"나는 읽은 대로 만들어진다"라는 구절을 떠올리며, 치열한 직장생활과 일상 속에서 틈틈이 책을 읽으려고 한다. 그 누구도 아닌 나의 행복과 자아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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