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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납작콩 Jan 28. 2023

따뜻하다.

감정…. 감정은 나의 삶에서 다루어져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그 감정이 나의 삶을 마치 거대한 폭풍우처럼 덮치곤 해서 내 일상을 망쳐놓을 때가 많아지던 어느 순간 난 그 감정을 부정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감정표현을 솔직히 하기보다는 억누르고 감추고 내 마음속 감정을 못 본 척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가끔 나의 감정 덩어리가 터져버리는 순간에는 나 자신도 어떻게 주체할 수 없을 정도가 되기도 해서 더욱더 이 감정이라는 존재를 미워하게 되었다.     


감정…. 이제는 이 감정들을 알아가고 그들과 잘 지내보고 싶다. 내 안에서 항상 존재하는 이 감정과 화해하지 못하니 항상 찜찜했다.      


어느 날 서점에서 ‘감정 어휘(유선경 지음)’라는 책을 사 왔다. 책 뒤표지에 ‘모든 감정은 나를 살리기 위한 시그널’이라고 쓰여있다. ‘내가 그동안 억눌러오고 무시했던 감정들이 나를 살리기 위한 신호라고?’ 나를 살리기 위해 일해왔던 그 감정들…. 나와 항상 동거하는 이 감정을 좀 더 자세히 공부하고 싶다. 그리고 이제 매일 내 안의 감정들을 하나하나 알아주고 명명(命名)해보고 싶다.      


오늘 나에게 나타났던 감정들은 무수히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그 감정들이 무엇이었는지 말해보고 싶었지만, 도저히 정확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그동안, 이 감정 친구들에게 많이도 무심했었나 보다. 이름도 모르고 지내왔으니 말이다.      


오늘은 대학 친구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날은 무척 추웠다. 살을 파고드는 듯한 차가운 얼음 같은 바람을 맞으며 길을 걸었다. 길을 걷다가 들어간 따뜻한 카페 안에서 따뜻한 커피를 시켰다. 검은색 도자기로 된 커피잔을 꽁꽁 얼어붙은 손으로 감싸며 느꼈던 ‘따뜻함.’ 


그렇다. 내가 오늘 만난 나의 감정은 ‘따뜻했다’. 얼었던 손이 커피잔 덕분에 따뜻해졌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대학 친구들과의 담소로 마음이 따뜻했다. 점점 추워지는 이 겨울밤, 나에게 소중했던 따뜻한 감정을 기억하며 웃음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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