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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납작콩 Jul 25. 2022

통영으로의 여행

행복론

빨강, 파랑, 초록 그리고 노랑, 보라, 주황.

통영에 있는 마을의 초등학교다.     


가족 여행으로 남쪽으로, 또 남쪽으로 갔다. 그러다가 남해를 볼 수 있는 도시인 통영에 도착했다.      


아침에 출발하여 오후에 도착할 때까지 거의 5시간을 차 안에서 보냈다. 하지만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를 거쳐 경상도까지 오면서 마음은 이미 차 밖을 나와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경기도에서 충청도 그리고 충청도에서 전라도, 마지막으로 전라도에서 경상도로 들어설 때마다 졸업장을 받는 양 성취감을 느꼈다.      


그냥 고속도로를 타고 쭉 달려온 것뿐인데 전국 일주를 한 것처럼 뿌듯했다. 경상도에 들어서서는 도로표지판에 ‘통영’이라는 이름이 자주 등장했고 거의 우리가 목적지에 가까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무슨 열정이었는지 운전하는 내내 피곤함을 못 느꼈다. 남편이 중간에 운전하겠다고 제안했는데도 끝까지 운전대를 놓지 않고 신나게 운전했다.      


그때의 피곤이 1주일 뒤에 후유증으로 와서 몸의 에너지를 회복하는데 꽤 많은 날을 보내기는 했다.     

 

바다가 가까운 이곳을 알기 위해 눈을 열고 귀를 열고 마음을 열었다. 이곳저곳을 운전하기도 하고 걷기도 하면서 보는데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이 있었다.      


바닷가 옆에 있는 건물들에 입혀진 초록과 주황의 색깔들이다. 그 색깔이 기분을 좋게 할 정도로 밝아서 보고 또 보았다. 그 색깔이라는 것에 관심이 집중되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옆 차선을 지나가는 버스도 초록과 주황으로 칠해져 있다. 그리고 언덕에서 내려다보니 주택들의 지붕 색깔도 파랑, 초록, 주황이다. 이 색깔들로 이 지역은 ‘자기다움’을 표현하고 있는 듯했다.  

   

숙소를 오가는 길목에 초등학교가 있었다. 그전에 이 지역의 여기저기서 보았던 흩어져있던 색깔들이 학교 건물들에 집약적으로 모여있었다. 마치 ‘우리 지역은 이런 곳이야.’라고 가르쳐주고 있는 교과서 같았다. 마침 사진을 찍을 당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가 내리는 중에 더 선명하게 눈에 띄는 건물을 보며, 이 색들은 바다와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며 ‘꼭 기억해줘!’라고 말하는 것 같던 그곳.      


앞으로 나의 일상 속에서 빨강, 파랑, 초록, 주황, 노랑, 보라의 선명한 색깔들을 보면 통영이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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