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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납작콩 Jul 23. 2022

원두막에서

행복론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소나기였다.  

   

친구들과 우산 없이 공원길을 걷고 있었는데 비가 보슬보슬 내리기 시작했다. 살짝살짝 팔에 떨어지는 빗물은 맞을 만했다. 비가 애교 부리는 정도로 느껴져 피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 빗물의 양은 여름의 더위를 잠시 잊게 해 주기에 적당했다.   

   

그렇게 조금 걷다가 갑자기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비의 양은 몇 배로 늘고 도저히 그냥 걸어갈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급한 마음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도 저 앞에 원두막이 있었다.      


넓고 튼튼한 사각형의 바닥과 비를 막아주기에 충분한 지붕을 가진 원두막을 향하여 빠른 걸음으로 움직였다. 그곳에는 우리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상황 속에 있었다. 한 그룹의 사람들이 원두막 위로 먼저 올라갔다. 그 뒤를 따라 우리도 원두막으로 올라가 신발을 벗었다. 벗은 신발을 들고 맨발로 나무 바닥을 가로질러 반대편으로 가서 앉았다. 금세 원두막은 여기저기 앉아 담소를 나누며 비를 바라보는 몇 그룹의 사람들로 채워졌다.     


내리는 비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보았다. 사람들은 서로 즐겁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며 그 순간을 기록했다. 사람들의 얘기 소리와 웃음소리들이 빗소리와 어울려 정겹게 들렸다. 분명 낯선 사람들이었는데 원두막에 같이 앉아있으면서 뭔지 모를 ‘하나 됨’을 느꼈다. 같은 상황 속에서 같은 소망을 품은 사람으로서 느끼는 끈끈한 정이라고 할까.    

 

그렇게 비가 어서 그쳐 주기를 바라며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비는 잦아들지 않고 점점 더 거세게 내렸다.     

‘과연 이 비가 금방 지나갈까?’ ‘계속 이렇게 앉아있어야 하는 건 아니겠지?’ ‘우산은 왜 안 챙겨 왔을까?’ 하며 걱정과 자책으로 나의 마음이 혼란해졌다. 그런 나에게 바로 옆 그룹의 사람들이 하는 말이 유독 크게 들리고 마음에 와서 콕 꽂혔다. 

‘금방 그칠 거야.’ 

‘지나가는 비야.’

‘소나기 같은데.’

이 말들은 그 순간 나에게 응원 메시지요, 비를 그쳐 줄 주술처럼 들렸다.      


잠시 후 빗줄기는 약해지기 시작했다. 원두막에 있던 사람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가던 길을 다시 가기 시작했다. 우리도 가던 길을 다시 갔다.     


소나기 속에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했었다. 그 속에서 느꼈던 다른 사람과의 친밀감은 나쁘지 않았다.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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