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진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는 갑분싸가 글의 제목으로 떠올랐다. 같은 용어이지만 오늘 내가 이렇게 쓴 이유는 갑자기 내 마음에 일어난 분노에 대하여 적어보고 싶어서이다. ‘갑자기 분노가 일어 싸해졌다.’라고 해야 할까?
요즈음 나와 항상 함께 하는 감정들을 하나하나 살펴 가며 글로 옮겨보고 있다. 한 번은 긍정적인 감정을 또 한 번은 부정적인 감정을 찾아내어 그날의 주요한 감정으로 다루고 있다. 그렇게 며칠을 하다 보니 글을 쓰려고 일부러 번갈아 가면서 하루는 부정적인 감정을, 하루는 긍정적인 감정을 일부러 나 자신이 유도하는 것 같아서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냥 자연스럽게 나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보고 적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오늘 아침 나갈 준비를 하다가, 오늘과 같은 일로 저번 주에 준비하던 일이 생각이 났다. 그날은 계획했던 대로 준비를 하고 나가려고 했지만,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갑작스러운 일이 일어나서 계획이 무산되는 일이 있었다. 그때 일이 갑자기 생각나며 내 마음에 분노의 감정이 확 달아올랐다. 내가 하고자 하던 일은, 그 일을 못 하게 되면 ‘성실하고 약속을 잘 지킨다.’라는 내가 목표를 두고 추구해왔던 이미지에도 타격이 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하려고 했던 일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일로 인해 그날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다고 전화해야 했다. 그 당시에는 사실 오늘 느꼈던 분노 같은 것은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내 안에서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그때의 상황에 화가 나고 분노가 일었다. 갑자기 분노가 일어나서 난 당황스러웠고 어떻게든 그 분노를 밖으로 표현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난 그 순간 분노라는 감정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찬찬히 지켜보니 보였다. 분노 뒤에 꿈틀대고 있는 내 안의 인정욕구들이 보였다. 성실하고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으로 비치고 싶었던 나의 욕구들이 말이다. ‘아, 그랬구나. 그래 나의 인정욕구가 나의 의지도 아닌 밖의 상황 때문에 좌절되었구나.’라고 스스로 말했다. 그랬더니, 분노의 감정이 하늘을 가렸던 구름이 지나가 버리듯이 내 마음에서 지나갔다.
저번 주에 정신없이 밀린 일들을 하느라 내 안의 그 욕구와 그 감정을 그냥 지나쳤었나 보다. 그냥 지나치면 없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다시 이렇게 기억을 통해 더 강하게 소환되니 말이다.
나에게 SOS 신호를 보내 나 자신의 마음 깊은 곳을 보게 해 준 분노의 감정이 오늘은 고와 보인다.
고마워. 분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