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 마음이 꽁꽁 얼었었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하나를 콕 집어 말할 수 없었다. 그저 꽁꽁 얼어붙은 내 마음을 견디기 힘들어 일찍 잠자리에 들어버리곤 했다. 남들은 매우 뜨겁다고 하는 ‘고온’으로 전기장판 온도를 맞추고 눕곤 했다. 이 마음이 어서 조금씩 녹기를 바라는 것이었을까.
잠을 자다가 자주 중간에 잠이 깨곤 하기도 했다. 시간은 밖이 아직은 어두운 새벽 시간이었다. 그래도 뭔가 해보겠다고 컴퓨터와 책을 들고 부엌 테이블에 앉았었다. 항상 바라보던 창문 밖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밖이 어두우니 덩달아 무언가를 하려는 의지도 살아나지 않았다. ‘아직은 아니야. 서두르지 말아 줘.’라고 내 마음은 말하는 듯하다. 그러면 결국엔 컴퓨터도 책도 열어보지 않은 채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내 마음 상태에 따라 몸의 상태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느꼈다. 마음 따라 몸도 왜 그렇게 힘들고 피곤했던지 모르겠다.
요 며칠 내 안에는 마치 무언가에 삐쳐서 토라져 있는 아이가 있는 것 같았다. 단단히 토라져 있는 아이를 억지로 끈다고 내가 원하는 곳으로 데리고 갈 수 없듯이. 내 마음은 그렇게 며칠을 토라져 있었다. 이성적으로 그 원인을 밝혀내면 정확한 처방이라도 내릴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또 마음은 그리 간단하게 작동되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렇게 며칠을 지냈다. 그런데 어제부터는 나의 얼었던 마음이 조금씩 녹아가고 있다.
다행이다.
오늘은 밝아진 바깥 풍경을 보고 앉았다. 어느새 일주일이 지나 다시 금요일이라는 것을 알리는 재활용 쓰레기 분리 포대가 걸려있다. 저 멀리는 산 밑의 도로로 차들이 가끔 한 대씩 지나가고 있다. 트럭, 자가용…. 천천히 지나간다.
주차되었던 차가 느리게 움직여서 주차장 밖을 빠져나간다.
꽁꽁 얼어붙었던 마음이 천천히 녹기 시작했다.
때론 빠르게 무언가를 향해 가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멈춰 서기도 한다. 그 멈춤의 순간이 있다고 다시는 가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 멈춤의 시간이 끝나고 이제 천천히 한 발 한 발 내디뎌 볼까.
나의 가던 길을 이제 천천히 가볼까.
사르르 녹아내리고 있는 내 마음과 함께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