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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납작콩 Feb 13. 2023

포실하다.

매주 월요일 당분간 오후 시간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일이 생겼다.      


이곳 대학가에는 길가를 따라 서로 다른 분위기의 카페가 여럿 있다. 넓은 매장과 키오스크를 갖춘 편리한 프랜차이즈 카페도 있다. 그리고 나무 탁자와 나무 쪽문을 가진 계산대로 장식한 멋스러운 카페도 있다. 그 카페 중 내 마음을 끄는 곳은 보통 너무 넓지 않은 아늑한 카페다.     


저번 주에는 혼자 앉아있기 편한 통창이 있는 카페에 가서 앉았다. 하지만, 금방 문을 닫으시는 바람에 아쉽게도 다른 곳으로 가야만 했다.      


다른 곳으로 가며 눈여겨서 보아둔 곳이 한 곳 더 있었다. 카페 주인장님은 나이가 지긋하신 여자분이었다. 카페의 테이블도 혼자 앉아있기 편해 보였지만, 왠지 카페 주인장님의 포근한 인상이 너무 좋았다.      


드디어 오늘은 눈여겨보아 왔던 그곳에 들어왔다. 마치 짝사랑하는 사람을 직접 마주치게라도 된 듯이 설레고 속으로는 기쁨의 환호가 터졌다. ‘앗싸!’     


벽 쪽에 붙어 있는 2인 테이블마다 친절하게도 멀티탭을 테이프로 붙여서 놓아두셨다. 그것마저도 정감 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켜 자리에 앉았다.      


내가 있는 이곳 이 카페, 이 공간에서 마시는 커피는 왠지 집에서 마시는 커피와는 다르다. 이 공간에서 느끼는 편안함은 왠지 집에서 느끼는 편안함과는 다르다. 아늑하고 정답다. 마음이 쉽게 포실해져서 내 마음의 긴장이 풀린다. 마음이 포실해지니 이 전까지의 정신없던 마음들이 정돈되는 듯하다.      


카페 주인장님은 계산대에 앉아서 신문을 보고 계신다. 주인장님께는 내가 고민을 얘기하면 다정히 등을 토닥토닥해 주실 것 같다. 마치 추위에 얼었던 손과 발을 녹여줄 따뜻한 아랫목으로 나를 부르시며 ‘어서 와요, 여기서 몸 좀 녹이지 그래요?’라고 하실 것 같다. ㅎ ㅎ     


정신없이 바쁘고 긴장을 늦추기 힘든 세상. 그곳에서 살아가는 우리. 그런 우리에게 이렇게 마음을 너그럽고 편안하게 해 줄 곳이 필요하지 않을까?      


오늘은 이곳에서 내 마음이 너그럽고 편안해진다. 포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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