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게 절기 살이'를 같이 해보자는 제안에 여섯 분이 응답을 해 주셨다. 소한이 시작되는 1월 5일부터 19일까지, 각기 다른 공간에 서서 바라본 자연에 대한 이야기와 마음속에 일렁이는 느낌들이 단톡방에 피어났다.
아름다운 그 한순간을 잡아 둔 사진과 고운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짧은 톡 너머의 사람들을 그려본다. 이렇게나 생생한 눈과 마음을 가지고 우리는 일상을 산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먹고사는 일의 지겹다고 말하고 싶은 순간이 얼마나 많은가! 지구도 태양을 도는 일이 한 번쯤은 지겨웠을까? 지구가 보름 동안 만들어낸 변화를 아침 풍경으로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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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나무둥치를 이끼가 덮고 있었다.
찬바람이 매서운 날이었는데, 이끼 덕분에 마음이 덜 시렸다. 나무를 뒤덮기로 한 것은 이끼의 결정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눈을 들어 능선을 바라보니 그곳은 팔공산이었다. 산과 나무와 이끼가 하나로 보이는 순간이었다. 오직 말로만 산과 나무와 이끼를 따로 구분할 수 있지, 자연세계에서 완전한 분리로 각각이 존재할 수가 없다.
소한 시기에 만난 강렬한 경험이었다.
소한에는 가장 추워서 뭇 생명들이 잠이 든다고 했는데, 그 시기에 깨어나 생을 시작하는 생명이 있다고 한다. 어떻게 애벌레 시기를 혹한에 보내도록 진화했을까? 놀랍고 신비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