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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서 Jun 01. 2022

29CM가 11년 만에 첫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한 이유

당신2 9하던 삶은 무엇인가요?

마케터라면 한 번쯤 브랜드 성장 곡선에 따라 캠페인 업무를 맡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캠페인 업무가 주어졌을 때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막막한 경우가 많다. 캠페인은 기획, 콘텐츠, 프로모션, 이벤트, 바이럴, 퍼포먼스, CRM 등 총체적인 마케팅의 집합으로 보통 이해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한 줄로 정리하자면 캠페인은 브랜드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정의하고 일련의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이다.


브랜드 캠페인을 담당하는 마케터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어떤 문제가 우선순위이고 어떤 소비자에게 다가가는지, 캠페인 목적에 부합하는 마케팅 채널과 메시지는 무엇인지 등 매 순간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이럴 때 타사 브랜드 캠페인을 리서치하고 밀도 있게 분석해보면 캠페인을 그릴 때 도움이 된다.  


평소 애정 있게 지켜보는 29CM에서 4월부터 <당신2 9하던 삶> 브랜드 캠페인을 론칭했다. 29CM에서 11년 만에 야심 차게 준비한 첫 브랜드 캠페인이라고 한다. 29CM가 캠페인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그 구조와 디테일을 알아보고자 한다.







1. 29CM는 어떤 브랜드인가?


2011년부터 29CM가 일관되게 추구해 온 미션은 ‘Guide to Better Choice(더 나은 선택을 위한 가이드)’다. 비누가 필요한 순간이 왔다고 상상해보자. 보통 커머스를 떠올려보면 가격순, 판매 순으로 비누를 정렬해서 보여주고 선택을 기다린다. 29CM는 좀 다르다. 상품 카드 페이지 진입하기 전부터 배너를 띄워 기존에 보지 못했던 브랜드를 추천해주는가 하면, 비누를 표현할 수 있는 적합한 페르소나를 활용한다.


고객은 늘 선택에 어려움을 느낀다. 과거에는 가격, 기능, 디자인의 요소를 두고 구매를 결정했다면 지금은 '이 비누가 내 취향에 맞는 비누인가?'를 고민하는 영역까지 도달했다. 29CM는 고관여 카테고리에서 좋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개인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선택지를 제안하는 셀렉트샵이다.


실제로 29CM를 둘러보면 '구매한다'보다 '탐색한다'는 동사가 더 어울린다. 구매는 당장 필요한 것을 찾아 가격을 비교하는 과정이라면, 탐색은 당장 사지 않더라도 내 취향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더 나은 선택의 기준치를 만드는 것으로 비유된다. 그 지점에서 29CM는 소비자의 탐색을 이끌어 내는 커머스라는 확실한 차별점을 지니고 있다.



2. 캠페인 목적


현시점에서 29CM가 브랜드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일까? 11년 만의 첫 캠페인인 만큼 브랜드가 지금 시점에서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무엇인지 2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1. 시장에서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다


지금 우리 브랜드의 인지도는 어느 정도 일까? 브랜드 인지도를 알기 위해서는 보조인지도, 비보조인지도 개념을 참고해 볼 수 있다. 2가지 매트릭스를 통해 바라본 브랜드는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고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참고 브런치)   


    Brand Recognition(보조인지도): 커머스 플랫폼을 사용해 본 적 있는 사람에게 29CM를 보여주고 '29CM 알고 있나요?'라고 질문했을 때 알고 있다고 답변하는 비율  

    Brand Recall(비보조인지도): 커머스 플랫폼 중에서 '떠오르는 브랜드를 적어 보세요'라는 질문을 했을 때 29CM를 답변하는 비율   



만약 보조인지가 높은데 비보조인지가 낮은 브랜드는 사람들이 많이 들어는 봤지만 깊게 알지 못하는 경우인 Outsider Brand에 속한다. 비보조인지를 위해서는 광고를 한 번 본 사람이 여러 번 보게 만들어야 한다. 인지 강화를 위해 미디어의 Frequency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반대로 비보조인지가 높은데 보조 인지가 낮은 브랜드는 아는 사람은 잘 알지만 많은 사람이 알지 못하는 Niche Brand에 속한다. 기존처럼 특정 타겟에게 더 소구할 것이냐, Mass로 확장할 것인지의 판단이 더해지기도 한다. Mass 타겟 확장을 위해서는 Reach 전략이 필요한데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광고를 보게 할 것인가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29CM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보조인지도는 높지만, 상대적으로 보조인지도는 낮은 Niche Brand에 속한다. 현재 29CM의 규모를 고려하면 니치 브랜드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아는 사람은 깊이 아는 마니아 층이 뚜렷한 브랜드라고 해석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커머스 플랫폼 간 마케팅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특정 플레이어에게 트래픽이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29CM는 자사 비즈니스 성장을 위해 대중적인 인지도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즉, 보조 인지 개선을 위해 Reach 마케팅 액션으로 캠페인 방향성을 잡아갔다.




2. 브랜드를 정인지시킨다


브랜드에서 신규 유저를 데려오기 위한 방법은 다양하다. 마약처럼 활용되는 방안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타사 대비 더 큰 할인을 하는 방식이다. 가격 최저가는 단기적인 유입에 강력한 수단이자 비교적 CAC를 낮춰 유저가 서비스에 들어올 수 있다.


하지만 가입 후 단기 액션만 달성하고 빠르게 이탈하는 체리 피커 비중이 늘어나게 되면 CAC가 아무리 낮아도 전체 유저 지표는 나빠질 수밖에 없다. 할인을 수단으로 user flow를 설계하더라도 특정 할인을 통해 플랫폼에 유입된 유저들의 브랜드 선호도를 높여 N차 구매까지 잔존하는 구조도 함께 더해져야 한다.   


29CM는 브랜드 인덱스 조사 및 기존 유저 대상으로 한 서베이를 통해 고객들이 29CM를 선호하는 이유는 지난 10년간 29CM가 쌓아온 감각적인 브랜딩라고 말한다. 쿠폰/할인 혜택을 통해 29CM에 유입된 유저들을 락인시키기 위해서도 플랫폼 자체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이 유저가 원하는 방향이기도 한 셈이다. 브랜드 캠페인을 통해 경쟁이 심화되는 커머스 시장에서 29CM를 선호하는 고객 풀 확보브랜드 정인지에 중점을 두었다.



3. 캠페인 메시지  


처음 29CM 브랜드 메시지를 보았을 때 카피에 숫자로 브랜드 네임을 포함한 방식이 신선하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오래 잔존할 수 있는 카피라 느껴졌다. '당신2 9하던 삶'. 이를 한글로도 풀어내 해석할 수 있었다. 커머스 플랫폼의 기능이나 혜택을 강조하기보다는 타겟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메시지다.


당신이 어떤 삶을 구하던, 깊이 행복할 수 있도록
그 여정을 함께하는 감도 깊은 취향 셀렉트샵, 29CM


이 카피를 통해 29CM 유저는 단지 소비를 위해 맹목적으로 구매하기보다 내 선택에 이유와 이야기를 가질 수 있는 취향과 안목, 감각을 길러나갈 수 있는 유저임을 표현했다. 나를 찾아가고, 완성하고, 발견하는 여정의 가이드로서 29CM라는 브랜드를 정의할 수 있다.


29CM의 또 다른 강점은 브랜드를 개인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 텔링과 큐레이션으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가격이나 판매 순위 등의 잣대보다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개인이 공감할 수 있는 29CM만의 방식을 풀어내기 위해 캠페인 모델도 다르게 접근했다. 하나의 슈퍼 모델을 쓰기보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다섯 명의 스토리텔러를 활용했다.



4. 캠페인 페르소나


29CM는 브랜드 캠페인을 위해 한 명의 광고모델을 내세우지 않았다. 29CM의 강점인 각기 다른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를 보여줄 수 있는 5명의 페르소나를 활용했다. 예를 들어 가수 죠지는 레저, 하시시박은 가구처럼 페르소나가 실제로 좋아하는 브랜드와 제품, 카테고리를 활용한 영상과 이미지 콘텐츠를 자사 서비스와 광고를 통해 노출했다.  



죠지: #싱어송라이터 #초보어부 #선셋러버
하시시박: #포토그래퍼 #톤온톤장인 #가구컬렉터
연경: #페인터 #플라워수집가 #노력형브이로거
문선: #올라운드아티스트 #뉴트로
동진: #노스트레스버거디렉터 #시티러너


보통의 캠페인은 단일 모델의 이미지를 브랜드와 연결하는 경우가 많다. 29CM는 브랜드 표현을 위해 다섯 명을 활용했고 이 중 한 명의 모델만 강조하지도 않았다. 성별, 직업, 취향이 다른 5명이 하나의 브랜드를 표현하는 방식을 보여주어 Mass 타겟에게 도달하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각자의 페르소나 그룹을 타겟팅했다. 이는 29CM 캠페인 메인 타겟과도 연결된다.




5. 메인 타겟 & Amplification


페르소나와 연결해본 29CM 캠페인 메인 타겟은 온라인 쇼핑에 익숙하고, 29CM가 제공하는 브랜드/제품/콘텐츠에 관심을 가지는 성향의 2535 남녀로 정의할 수 있다. Mass 도달을 위해 29CM가 실행한 캠페인 액션을 2가지 측면으로 살펴보자.



1. Reach 확대를 위해


29CM는 적극적인 Reach를 위해 디지털 광고, 옥외 지면, 바이럴 이벤트를 적극 활용했다.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전광판, 포스터, 버스 외부, 버스쉘터, 건물 랩핑 등 5명의 페르소나 이미지와 메시지를 노출했다.


1-1. 프로모션&기획전

자사 채널에는 '당신2 9하던 가벼운 반소매 티셔츠', '당신2 9하던 선물'과 같은 맞춤 기획전을 오픈했다. 참여형으로 바이럴을 강화할 수 있는 내 취향의 라이프스타일 찾기 테스트도 볼 수 있다. 게이미피케이션 요소가 들어간 바이럴 이벤트는 가볍게 참여하기 좋고 소비자가 다른 소비자에게 추천하는 행위로 오가닉 바이럴 포인트를 가질 수 있다. 29CM의 취향 이벤트는 테스트를 마치고 앱 전용 쿠폰을 지급해서 앱설치와 재방문 engagement를 높였다.



1-2. 유튜브 콜라보레이션

요즘 뜨고 있는 브랜드x플레이리스트 협업도 색다른 시도라고 본다. 플레이리스트 채널 리플레이와 함께 음악을 선정하고 썸네일 이미지에 나온 아이템을 댓글로 작성하는 추첨 이벤트를 진행했다. 플레이리스트 협업은 브랜드 사이드에서 2가지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음악이라는 요소가 가진 반복적인 콘텐츠 진입이 가능하기에 콘텐츠 재진입 비율이 다른 콘텐츠 대비하여 높을 수밖에 없다. 또한 re-engagement가 높기 때문에 콘텐츠의 생명력, 유지 기간이 다른 광고보다 훨씬 길다고 생각한다. 브랜드가 가진 요소를 음악으로 잘 풀어낼 수 있는 브랜드라면 한 번쯤 플레이리스트  채널 협업을 시도해봐도 좋을 것 같다.



1-3. 오프라인 전시      

온라인 채널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접점을 위해 삼각지에 팝업(29MANSION)을 오픈했다. 다섯 명의 페르소나 중 죠지, 하시시박, 연경의 방을 중심으로 굿즈 스토어 및 맨션 컨셉의 팝업스토어를 선보였다. 각기 다른 취향의 페르소나를 통해 ‘당신2 9하던 삶'에 대한 영감을 얻어볼 수 있는 공간이다.  


29맨션은 오픈하자마자 다녀왔는데 위에서 언급한 브랜드 정인지에 초점을 둔 팝업이라 느꼈다. 브랜드 홍보, 구매 유도는 1층 팝업 스토어에서 간략하게 소개하고 진짜 메인은 각 층의 페르소나를 보여주는데 전념한 것도 대담한 구성이라 보았다. 페르소나의 표현에 집중한 29CM의 태도와 의지가 보였다.




2. 타겟 대상 브랜드 정인지를 위해


외부 채널 활용뿐만 아니라 웹/앱과 온드 구좌인 앱스플래쉬, 팝업, 띠배너, 인스타그램 콘텐츠 등을 통해 캠페인 인지를 강화했다. 전체 캠페인 개요를 보여준 랜딩페이지를 통해 브랜드 메시지, 페르소나 영상, 가이드, 이벤트를 한데 모아 소개했다. 하단에는 유저가 브랜드 카피를 활용하여 참여할 수 있는 댓글 이벤트를 연결했다.


더불어 캠페인 소재에 노출된 유저 대상으로 리타겟팅 DA를 집행하고, 앱/웹에 진입한 신규 유저를 대상으로 가입 쿠폰, 카테고리 쿠폰 등 다양한 쿠포닝을 제공한다. 또한 취향 테스트 참여자와 29맨션에 방문한 유저들을 대상으로 앱 전용 쿠폰을 지급하여 앱설치를 유도한다.  



29CM는 참여형 이벤트를 참여로 끝내지 않았다. 고객이 참여한 콘텐츠를 온/오프라인 전광판에 노출하는 고객 중심 이벤트를 보여준다. 이게 왜 고객 중심 이벤트일까? 내 이름과 이야기가 담긴 카피가 29CM의 공식 채널, 더 나아가 전광판에 노출된다고 상상해보자. 사실 브랜드에서 고객 한 명의 이름을 건 소재로 몇 천만 원 구좌의 광고 집행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옥외 광고 특성상 광고 효율을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29CM 의도를 조금 들여다보자면 지설님, 소현님의 브랜드 정인지 목표를 확실히 가져가고 '내 이름이 광고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 '나도 광고로 올라갔으면 좋겠다'는 대중의 심리를 통해 29CM를 나와 친밀해질  수 있는 브랜드로 다가갔을 것이다. 이런 심리는 결국 29CM가 가격적인 차별점을 강조하는 커머스가 아닌 개인의 취향에 진심인 브랜드로 인지했을 것이다.  


29CM 댓글 전광판 광고


이번 브랜드 캠페인은 당장의 29CM 유저가 아니더라도 29CM를 인지하고 이후 잠재 고객이 취향을 탐색하고 싶거나 감각적인 제품을 구매하고 싶을 때 29CM가 떠오르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시 말해 이번 캠페인은 단기적인 유저 전환 및 락인 장치를 과하게 노출하는 것보다, 29CM 인지도와 선호도를 KPI로 장기적인 고객을 위한 이미지 형성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까지 29CM 캠페인의 개요, 목표, 액션, 구조를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캠페인의 다양한 요소가 많아질수록 더 하면 좋은 것들이 많다. 하지만 이럴 때 경계해야 하는 지점이 '우리가 하려는 게 우리의 문제의식을 해결해줄 수 있는 방법인지', '어떤 것을 해야 크게 임팩트를 낼 수 있을지' 계속 피드백받는 것이 중요하다.  



캠페인은 전체 구조를 살피고 이를 위한 액션이 다 함께 조화가 이루어졌을 때 성과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캠페인이 된다. 이런 측면에서 29CM는 브랜드 목적에 부합한 첫 브랜드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생각한다.  


마케터라면 이 글을 읽고 캠페인 요소를 하나씩 살펴보면서 캠페인을 리딩한다면 어떤 부분을 유의해서 구조를 그리는지 연습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브랜드가 가진 문제를 캠페인을 활용하여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 뾰족하게 구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이 글은 29CM를 통해 소정의 원고료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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