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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곤 Feb 25. 2024

해피야, 드디어 왔구나. 얼마나 찾았는지 몰라

어린 시절에 가까웠던 친구, 해피의, 행복의 모습들

 해피야~ 해피


 내가 어릴 적 외할머니께서는 개를 키웠는데, 그 개의 이름은 해피였다. 방학이 되면, 난 외갓집에 갔다. 그때마다 나는 해피와 즐겁게 놀곤 했다. 하루는 해피가 대문 밖을 나서고 돌아오지 않았다. 한참을 찾아다녔지만, 해피는 오지 않았다.


 해피야~ 해피~

 해피! 해피야~     


 엄마 손을 잡고 나가 목이 터지도록 해피를 찾았다. 귀뚜라미 소리와 안개와 어두운 길을 비추는 가로등 같은 것들. 그렇게 얽혀있는 것들 사이에서도 해피의 흔적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울진 않았지만, 눈물까지 글썽거리면서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멍멍멍

멍멍

멍     


 해피가 와 있었다. 잔뜩 지쳐 있는 모습이었지만, 해피는 꼬리를 흔들며 나를 엄청나게 반겼다. 배를 땅에 늘어뜨린 채, 주황빛의 털엔 진흙 같은 게 잔뜩 묻어있었다. 아무렴 어때, 나는 힘껏 해피를 끌어안고 웃었다.     


‘행복한’이라는 뜻의 해피. 해피야, 드디어 왔구나. 얼마나 찾았는지 몰라...     


 행복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매캐한 흙먼지 냄새에 덮인 채, 안개가 움직이는 순간에, 시간의 흘러감 속에 쩔뚝거리며 문득 나의 곁으로 다가온다. 눈에 잘 띄지 않게 숨어있다가 굽이굽이 돌아온다. 그렇게 숨어있기에, 멀리 나가 있기에 그걸 찾으려고 더 애쓰는지 모르겠다.     


 가끔은 이렇게 어린 시절에 가까웠던 친구, 해피의, 행복의 모습들을 더듬곤 한다.


▲ 나와 늘 외갓집에서 날 반겨준 친구, 해피


 이 사진도 해피와 함께 찍힌 사진이다.

해피가 내게 비밀스러운 말을 하는 것 같은데.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아마..'내 귀에 캔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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