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에서 에어비앤비 시작하기
호텔의 가장 큰 매력은 체크인부터 체크아웃까지, 짧은 하루 동안의 시간에 호텔이 제안하는, 혹은 그 지역의 라이프스타일을 임팩트 있게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숙소가 위치한 동네의 분위기를 느끼며 들어서는 순간 흘러나오는 로비의 배경 음악, 복도의 조명과 컬러, 베딩과 침대 위 걸린 그림, 조식으로 나오는 음식들까지 부동산과 건축, 인테리어, F&B, 엔터테인먼트, 모든 것이 결합된 라이프스타일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것들을 경험하고 다니는 즐거움에 폭 빠져 있는 나는 그 언젠가 호텔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호스트와 특별한 교류를 하고, 로컬 라이프스타일로 지내볼 수 있었던 airbnb로 여행을 하면서 먼저 내가 airbnb를 운영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서울에 가만히 앉아서도 세계의 여행자들을 만날 수 있다면 너무 재밌지 않을까, 홍대의 로컬 라이프를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2016년 가을, 러프한 사업 계획서를 쓰고, 핀터레스트로 이미지들을 찾아 마침 작업실을 옮길 예정이었던 남친을 꼬드겼다. 투룸을 빌려 하나는 작업실, 하나는 airbnb로 쓰기로 했고, 각자의 지분에 따라 예산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때 과연 '한국' '서울'의 이미지란 뭘까, 참 많이 고민해보기도 했다. 여러 리서치 끝에 한국의 빈티지 가구와 올드스쿨 타투나 모던하게 재해석된 민화, 로컬 아티스트의 일러스트, 한국의 pop music들로 공간을 채우기로 했다.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가구들을 정리하는 것과 맞물려 가지고 오게 된 할머니의 아름다운 자개 거울과 콘솔들이 공간의 컨셉을 완성하는데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사랑하는 우리 할머니에게 감사를!)
홍대 일대 혹은 내가 회사를 다니는 동선 안에 있는 선유도까지 공간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여러 집들을 다녀보면서 우리나라에 꽤 다양한 주거 형태가 있음에, 또 장판이나 여러 환경이 경악스러운 집이 무지 많은데 적잖이 놀라기도 했다. 직방, 다방을 수시로 보고 여러 부동산을 전전했지만, 결국 카페 피터팬에서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았다. 지하철과 가깝고, 깨끗하고, 임대인이 airbnb에 ok 하는 곳. 임대인의 허가 없이 airbnb를 하는 건 법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주변의 민원/신고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곳을 찾는 게 참 까다로웠는데, 이 임대인은 마침 주변에 게스트하우스를 하고 있어 흔쾌히(?)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예산을 초과했지만 오래된 건물임에도 벽지, 장판, 창호 등이 수리되어 있었고, 여자분들이 깔끔하게 써서 크게 손을 안대도 되는 점이 좋아 계약을 하게 됐다.
공간 치수를 재서 이리저리 구상을 해보고, 일단 집과 작업실에 있는 짐들을 가져다 놓고 ikea도 수시로 들락거렸다. 분위기를 좌우하는 조명은 다 교체하기로 했고, 오빠 작업실로 쓰기로 한 작은 방 벽에는 차음재를 두르기로 했다. 1층이라 바깥 소리나 게스트들의 소리가 시끄러울 것 같아 현관문에도 차음재를 붙였다. (이 글을 쓰는 지금, 2년 전의 그 결정을 정말 뜯어말리고 싶다. 원상복구가 너무 힘든 건 절대 하지 말자...) 남대문 커튼집에 가서 커튼을 맞추고, 벽에 걸 그림이나 소품, 침구, 수건, 카펫, 식물, 청소 도구 및 각종 비품 등을 구입하고, 마지막으로 마산의 할머니 가구들을 공수받으면서 공간이 얼추 완성되었다.
퇴근 후와 주말 동안 시간을 내어 준비했고, 각자의 집과 작업실, 마산 할머니 댁의 짐들을 가져오는 일정을 조율하느라 세팅에 거의 한 달이 걸린 것 같다. airbnb에 올릴 텍스트를 준비하고, 근사한 사진을 찍는 지인 찬스로 공간을 촬영하고, 게스트들이 알아야 할 공간 매뉴얼을 3개 국어(한국어/영어/중국어)로 정리해 게스트북과 함께 놓기로 했다. 근처 식당들을 부지런히 다니며 게스트에게 추천할 곳들을 추렸고, 가까운 망원동에서 우리가 좋아하는 술집과 카페 리스트를 업데이트했다. 마포구청 역 부근이라 공항철도로 이동이 매우 용이하고, 망원동 기운을 받아선지 재미난 동네 가게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었다. 우리 bnb에 머무르는 게스트가 동네 식당과 카페를 이용하고, 홍대 지역의 로컬 문화를 경험하고 갔으면 했다. 물론, 집에서 들을 음악도 ipod에 꽉 채워 독 스피커에 연결해뒀고, 한국의 책과 그림들도 곳곳에 비치했다.
정식 오픈 전 친구들을 불러 하우스 워밍 파티까지! 첫 게스트를 받을 모든 준비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