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에 기쁨을 미리 걸어두었다

by rosa


오늘은 대림 제3주, 장미주일이다.


미사 가는 길, 겨울나무 가지마다 얼음꽃이 피어 있었다.

간밤의 추위가 남기고 간 흔적들이 햇빛을 만나 수정처럼 반짝였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것들이 먼저 빛나는 계절.

잎도 꽃도 모두 내려놓은 나무가 저토록 빛을 품는 모습을 보며 나는 대림이라는 시간이 어쩌면 이런 상태에 가까운 게 아닐까 생각했다.

가진 것을 줄이고, 비워진 자리로 빛이 들어오게 하는 겸손한 시간이라고….




제대에는 분홍빛 대림초 하나가 더 밝혀져 있었다.

대림의 시간이 어느덧 세 번째 주에 이르렀다는 표시, 거룩한 기다림 한가운데서 기쁨이 잠시 얼굴을 내미는 날이다.

보랏빛 절제가 느슨해지는 대신 기쁨이 조심스러운 장미색 초로 밝혀졌다.

요란하지도, 앞서지도 않는 “곧 오신다”는 약속 같은 빛.

나는 그 빛을 오래 바라보며 기다림에 스며드는 설렘을 생각했다.



제대 곁의 구유는 아직 비어 있었다.

아기 예수의 자리는 마련되어 있었지만 그 자리에 오실 이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마치 무언의 강론처럼 비어 있는 구유는 채우기보다 기다리라고, 앞서 기뻐하기보다 자리를 내어두라고 말하는 것처럼 제대 한켠에 그렇게 놓여 있었다.

비어 있음은 결핍이 아니라 기다림이 머무는 자리라는 것을 그 조용한 공간이 알려주었다.



초록 나무 가지 위에서는 작은 불빛들이 저들끼리 기뻐하는 듯 반짝이고 있었다.

성당 안의 공기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을 향해 한 번 더 숨을 고르고 있었다.

기다림이 무거워지지 않도록 서로의 마음을 다독이는 듯한 분홍빛 시간이었다.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다시 나무들을 올려다보았다.

가지마다 매달린 커다란 구슬들이 겨울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비어 있던 나무에 사람들은 기쁨을 미리 걸어두었다.

아직 성탄은 오지 않았지만 기쁨은 이미 가까이 와 있었다.

구슬 속에 담긴 빛들은 마치 “이제 다왔어” 라고 속삭이는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대림은 얼음꽃처럼 조용히 시작해

분홍빛 초처럼 잠시 미소를 건네고,

비어 있는 구유 앞에서

마음을 낮추게 한 뒤,

마침내 성탄의 기쁨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나도 그 길 위에 잠시 멈춰 서서

분홍빛 기쁨을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