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타기
남항우.
한 가닥 동아줄 위에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외줄 인생
한 손엔 합죽선 펼쳐 들고
다른 한 손엔 생의 진땀 움켜잡은 광대가,
줄판에 들어서는 날
어릿광대와 삼현육각은커녕
포 한 마리 못 올린 줄고사상에
강술 한 잔으로 시름 달래는 저물녘,
화려한 무대 꾸민 고대광실 앞마당
판줄광대의 수십 가지 뛰어난 기예
세월 박지 못한 줄기둥과 함께 잊히고
이제는 비비댈 언덕조차 사라진 이 마당,
장구 없는 매나니로 어름사니에게 맞장구나 치는
매호씨로 살아온 한뉘가 석양빛에 붉어지는 때
봉죽꾼도 그만두려 주위를 돌아보니
어느덧 섣달 찬바람 코앞에 불어온다.
매일 아침 고운 우리말을 전해준 남항우 시인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