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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 Dec 13. 2023

'Nevermore'

내가 겉창을 홱 열어젖히자 요란스럽게 퍼덕이며 성스러운 옛적의 위엄 있는 까마귀 한 마리가 들어섰다. 녀석은 아무런 인사도 없이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지체 있는 자의 의연한 태도로 내 방의 문설주에 올라앉았다. 방문 바로 위에 있는 팔라스 여신 흉상에 올라앉았던 것이다.  올라가, 앉은 채, 그뿐이었다.
 (E.A POE《The Raven》에서 인용함)




포의 창문을 통해온 손님은 갈가마귀였다. 그는 팔라스 흉상에 내려앉아 포의 혼잣말을 듣고 후렴처럼 대답했다. 더 이상은 아니야, Nevermore!


새는 알아듣고 대답했을까 아니면 자신의 말을 하고 싶었을까?     

인터넷 검색 중 문득 한 기사가 눈에 꽂혔다. 인간이 만든 구조물이나 방음벽에 부딪혀 죽는 새가 일 년에 800만 마리나 된다고 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든 거대한 유리 건축물이 날아가는 새의 목숨을 움켜잡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나는 기사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여러 기사들을 클릭하며 새의 죽음을 쫓아 헤맸다.

2018년 10월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이 발표한 ‘인공구조물에 의한 야생조류 폐사방지 대책 수립’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투명 방음벽에 부딪히는 새는 한 해 19만 7732마리로 추정된다. 건물 유리창에 부딪히는 새는 764만 9030마리에 달한다. 모두 합치면 한 해 784만 6762마리다. 하루 평균 약 2만 1000마리가 사람이 만든 인공적인 구조물에 부딪혀서 목숨을 잃는다.‘(시사인 2021.06.13. 기사 발췌)   

  

놀랍고 슬펐고 미안했다. 새들이 멀리 가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아껴야 하므로 낮게 난다는 것도 그 속도가 시속 30~70km/h정도의 빠른 속도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속도가 빠른 반면 그들의 두개골은 계란만큼 이나 연약해서 구조물에 부딪히면 즉사한다는 안타까운 기사가 가슴에 맴맴 돌았다. 실제로 새들이 부딪히는 곳은 방음벽 보다 아파트나 유리로 된 건축물이 훨씬 많다고 한다. 우리 근처에서 죽을 수 있는 새를 위한 예방법이 있을까 궁금해져 한 발 더 그들 속으로 들어갔다.    녹색연합에서 새를 지키기 위한 그들의 활동을 엿볼 수 있었다.


새:친구’ 활동을 통해 새를 위한 활동가들이 목소리를 경청했다.     

눈이 측면에 달린 새들은 정면 시야가 좁아 경고 신호 목적으로 유리 충돌 방지 스티커를 붙여줘야 한다고. 테이프 형 충돌 방지스티커를 붙이는데 5cm X 10cm 간격으로 주황 검정 점들이 투명 방음벽에 1차원 픽셀처럼 가득 들어차면 새들에게 피해 가라는 경고가 된다고 했다.   


'이 큰 세상에 점 하나 찍는다고 뭐가 달라지겠냐는 생각을 쭉 해왔다. 그래도 한 마리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는 점이라면 조금은 의미가 있겠지. 정말 이 점들이 효과가 있기를 바라며 한 땀 한 땀 꾹꾹 눌러 붙였다.’ (녹색연합 새:친구 엄OO님 소감문 중에서 인용)고 말하는 참가자의 활동 소감을 읽으며 따뜻한 마음 한 점 붙이는 그녀의 모습이  보이는듯했다.  


2023년 6월 11일부터 시행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8조의 2에 따라,  공공기관이 건축물, 방음벽, 수로 등 인공구조물에 의한 야생동물 충돌⋅추락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충돌 저감 조치를 시행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했으나 현재 관공서의 협조가 미흡하다는 아쉬운 보고도 확인했다.   환경을 위해 생명을 위해 수고하는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과 동참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의 글을 통해서라도 의미 있는 일이 알려지도록 작은 힘을 보태고 싶다.    

포의 창에 앉은 새가 지금 내 곁에서 ‘Nevermore’라고 절규하는 것은 아닌지 가만히 마음으로 듣고 있다.


녹색연합  

https://www.greenkorea.org/

시사인 기사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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