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ROSA

by rosa


연말에는 12월 31일까지로 기한이 정해진 일들이 많다.

건강검진, 자동차검사, 국제운전면허를 포함한 운전면허갱신. 어떤 것은 일 년 혹은 이 년 주기로 어떤 것은 10년 주기로 챙겨 주지 않으면 많은 페널티가 따라오는 일이라서 잊지 않고 12월 중에 다해야지 라며 꼼꼼히 챙겼다. 오늘 마지막 임무까지 완수했다. 다음 자동차 검사일은 2025년이라고 찍힌 서류를 받았다. 2023 이란 숫자가 낯설었던 2021년이 화살처럼 지났고 다시 2년을 기약하는 시간을 맞았다. 시간이란 녀석이 바쁘게 뛰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며칠 있으면 내 나이 앞자리가 바뀐다.

본격 노인으로 살아가는 시간. 어쩌면 국가에서 인정하는 지공선사가 되기까지는 오 년이 남았다고 발버둥 쳐볼 수도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손자가 생기는 새해에는 누가 뭐래도 할머니임을 인정해야 하니까.


사십 대 무렵 재래시장에서 들었던 ‘아줌마’ 그 소리가 왜 그리 싫었을까. “아줌마라 하지 마세요, 선생님이라 하세요” 뾰족한 나의 댓 구에 황당해하던 상인의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에 비하면 할머니란 호칭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나 역시 이상하긴 마찬가지이다. 이제야 철이 들어서 일까? 아니면 포기인가? 어떤 쪽이라 해도 뾰족해지지 않는 것을 보면 받아들임이 더 편하다는 것을 이제는 알았나 보다.



수용의 하이라이트는 죽음이라 생각한다.

죽음을 맞이하는 데에도 단계가 있다고 했다. 스위스 출신의 미국 정신과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Elisabeth Kübler-Ross, 1926-2004)가 1969년에 쓴 《죽음과 죽어감》(On Death and Dying)에서 선보인 모델로서, 사람이 죽음을 선고받고 이를 인지하기까지의 과정을 5단계로 구분 지어 놓은 것이다. 부정 분노 협상 우울 수용이 그 진행과정이다. 죽음과 나이 듦, 분명 다르지만 쉰아홉의 연말에 예순을 맞는 심정은 어쩌면 죽음을 맞는 것과 다르지 않다.


부정/ 아니 벌써? 아닐 거야. 내가 무슨 육십. 계산이 틀렸을 거야.

분노/ 모야 내 인생이 다 어디 간 거야. 내 인생 돌리도

협상/ 이렇게 하면 좀 젊어 보일까. 나 몇 살로 보여? 쌍꺼풀 할까?

우울/ 내 인생이 너무 처량해

수용/ 그래도 힘내자. 오늘이 가장 젊은 나의 날이니까 즐겁게 살아보자.


그렇게 계단을 하나씩 밟아 올라가듯 나의 오십 대와 작별하고 육십을 향해간다.

치열했던 젊은 날들의 열정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추억. 수고했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이제 내 앞에 다시 주어질 시간에는 덜 실수하고 더 이해하며 많이 내려놓아도 슬퍼하지 말자. 지난 삶에 감사함을 말하는 현명한 선배로 살아보자.


연말에는 가족들이 함께 새해설계를 하며 쉬는 시간을 갖는다. 이번 에는 가족들의 버킷리스트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항상 바쁘다는 이유로 내 말만 하고 듣는 것에 인색하지는 않았나.

이제 ‘입은 닫고 지갑을 열라.’는 아름다운 노인의 세계로 들어가서 잘 살아보자.

로사야 여기까지 사느라 수고했다. 육십에는 더 즐겁게 살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