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 호세 데 라 콘코르디아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José de la Concordia García Márquez). 남미의 마크트웨인, 세르반테스라고 불리는 198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콜롬비아 출신 작가의 《백 년 동안의 고독》 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낯설고 긴 이름이 무수히 반복되는 책을 읽어내기란 쉽지 않았다.
마르케스는 남미의 역사, 토착신화, 마술, 미신, 민담 등을 소설의 주요 모티브로 삼으며 남미의 마술적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작가이다. 법대생이었던 가보는 스물세 살에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작가가 되었다. 1967년 40세까지 별 볼일 없는 작가 취급을 받던 그는 경험하지 않은 내용은 소설로 쓰지 않는다는 그의 말처럼 외조부모와 형제들을 모티브로 한 대하드라마를 책에 담았고 세계적인 작가탄생의 서막을 열었다.
그의 작품 전반에는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다. 독재자들의 폭정을 비판하는 《족장의 가을》은 말할 것도 없고, 대표적인 경우가 《백 년 동안의 고독》에서 천일전쟁이나 바나나 학살 같은 장면을 들 수 있다. 이후 소설이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얻으면서 콜롬비아 정치인이 이에 대해 사과하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등 실제로도 사회 문제 개선에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 반복되는 역사의 소용돌이는 우리 역사를 보는듯해서 분노와 우울과 환호를 끊임없이 반복케 했다. 한 가족이 백 년 넘는 시간 동안 겪어야 했던 고독이란 무엇일까? 책장을 덮고도 다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을 이해하기 위해 마르케스 덕후 권리 작가의《Gabriel García Márquez》까지 참고해 읽으며 그들의 고독에 동참하는 카리브로의 여행을 떠났다.
콜롬비아에서도 찾아가기 어려운 아라카탄카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마콘도로 설정한 가보는 부엔디아 가족의 6대에 걸친 서사를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표현했다. 여러 세대와 사건의 뒤섞임으로 시간이 무의미한 마콘도의 사건들을 그는 요일로 표기했다. 월요일- 마콘도에 불면증이 찾아와 온 동네 사람들이 모두 잠들지 못하고 깨어 있게 된 날. (...) 일요일- 레베카가 부모의 뼈가 든 자루를 들고 마콘도에 나타난 날 등.
마콘도의 고독은 자기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타인의 기준과 잣대에 의해 설명되고 이해됨으로써 스스로 자유를 속박해 버린 것 그것이 고독이라고 작가는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밝혔다. 그리고 고독을 견디는 방법은 고독에 지지 않도록 싸우며 견뎌내는 것이라고 했다.
《백 년 동안의 고독》에서 마콘도는 178회 고독은 48회 등장한다. 아라카탄카에 대학살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가보가 소설로 살려내지 않았다면 여전히 마콘도는 고독한 채로 남아 있을 것이다. 권리 작가의《Gabriel García Márquez》에서 인용함.
고독은 불안, 우울, 절망 후회등과 함께 쓸 때 어울린다. 희망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반복될 때 인간은 어떻게 해서든지 떨쳐내려는 노력을 통해 모질게 살아간다.
책을 읽는 동안 알게 된 바나나학살 사건을 보며 우리가 목도한 5.18 민주화 운동을 떠올렸다. 물론 최소한의 복지를 위한 투쟁과 탐욕스러운 인간의 날조된 참사를 비교할 수 없지만 이유도 모르고 죽어간 현장에 늘어진 민초의 시체 더미는 현실이든 소설이든 마음을 쥐어뜯는 고통을 느끼게 한다. 또 죽음의 순간에 쏟아지는 노란 꽃과 나비 역시 우리 역사 속에 있는 것이 아이러니이다.
오늘 개봉한 〈길 위에 김대중〉이라는 영화를 독서 모임 회원들과 함께 보고 왔다.
“ 무슨 일이든지 한번 시작하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끊임없이 반복해야 한다.”라는 말이 마음에 맴돈다. 수없이 죽음을 앞에 두고도 민주주의 횃불 한가운데로 나비 되어 달려드는 그의 삶이 얼마나 고독했을까. 그래도 김대중은 한을 되갚으려 하지 마라 고 하며 수감된 감옥 구석자리에 핀 맨드라미를 이야기하고 국화를 기다린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