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알람이 울었다.
나는 며칠째 태어날 손주를 맞기 위해 대청소하고 가구배치를 바꾸며 아이의 공간을 만들고 있다.
바쁜 마음 따라 움직이는 몸도 분주하다. 초침 따라 발걸음도 빨라진다.
두근두근 설레는 날이 드디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당근마켓이라는 온라인 시장이 호황이다. 내가 어린 엄마였을 때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 귀한 아이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을 텐데, 출산을 준비하며 중고시장을 기웃거려 보지 않은 그때 나는 좋은것, 예쁜 것을 당연한 듯 찾아다녔다.
그랬던 나와는 전혀 다른 현상을 요즘 딸에게서 본다.
선배의 육아템을 물려받기 위해 송도에 사는 딸이 대전에 있는 선배집에 다녀왔다. 물품을 받고 육아정보도 듬뿍 얻어왔다며 딸이 보내온 사진은 이삿짐을 닮았다. 아이용품 중에는 옷도 여러 벌 포함되어 있었다.
입시 철이면 아이의 배냇저고리를 얻어다 수험생 옷 속에 끼워 넣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미신이라 폄하하기보다 긴장하는 아이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은 엄마의 소박한 격려라고 이해한다. 어른들이 남의 아이 옷을 얻어 오는 거의 유일한 경우였다.
당근마켓에서 중고물품으로 육아를 준비하는 모습은 경제가 어려워서라기보다는 젊은 부모들의 당당한 육아 문화의 발로라고 생각한다. 영유아기가 유독 짧기 때문에 소요되는 물품 역시 그 수명이 짧은 것을 아는 MZ형 육아태도를 지켜보며 나에게도 새로운 트렌드를 향한 미소가 번진다. 물질만능인 시대에 이런 움직임은 오히려 건강한 육아소신이 될 수 있다고 믿기에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겉으로만 드러나는 천박한 소비보다 내실에 집중하는 부모의 태도는 양육에 긍정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출산율이 저하되어 온 나라가 걱정인 시대. 아이 하나 키우는데 온마을의 정성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형제자매가 없는 허다한 경우에 그렇게 관계 맺은 아이들이 서로의 형이, 동생이 되는 정겨운 장면도 그려진다. 아름다운 소통 속에서 각박한 사회가 조금은 다정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크다.
명품으로 겉치레만 하기보다 스스로가 명품 되어 빛나고 싶다는 딸에게서 지혜로운 엄마의 가능성을 엿보는 것 또한 나에게는 신선한 즐거움이다.
보름 후면 엄마가 될 내 딸, 그리고 나에게 새로운 희망과 기쁨을 줄 손자 복돌이가 건강하게 만나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대청소를 마치고 나도 당근마켓에 물품을 나눔 했다.
이전에는 몰랐던 세상, 건강하고 밝은 세상으로 복돌이가 할미를 이끌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