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과 피카소 그리고 겨울?

by rosa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현빈이 독백하듯 읊어대는 장면.


이 것은 오래전 코미디 프로그램의 패러디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서 모 씨가 랩을 하듯 장수의 기원을 담아 아들의 이름을 부르는데 원문은 이렇다.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터 워리워리 세브리깡 무두셀라 구름이 허리케인에 담벼락 담벼락에 서생원 서생원에 고양이 고양이엔 바둑이 바둑이는 돌돌이'


모두 78글자로 이루어진 이름이다.

이것은 코미디이니 웃고 넘어가지만 1980년대 초에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이름은 '박 차고나온노미새미나'였다. 네 딸에 이어 아들을 나은 아버지가 OO를 차고 나왔다는 뜻으로 '차고 나온 놈'이라고 이름을 지으려 했는데 누나들이 샘난다고 해서 그것까지 합해서 완성된 이름이라고 들었다.(아버지가 필자의 고등학교 국어선생님) 현재는 '박 하늘별님구름해님보다사랑스러우리'가 가장 긴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한글이름 초기부터 예쁜 우리글 이름이 많이 불리고 있어서 좋은 영향을 끼친 사랑스러운 현상으로 보인다.


나의 두 아이 이름은 봄, 여름이다.

첫아이가 태어나고 한 달 안에 이름을 지어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데 이름을 정하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성은 정해져 있으니 보통 두 글자 이름을 정하는데 유난스러운 우리 가족은 그조차 쉽게 정하지 못했다.

대형 화이트보드를 사서 세워두고 거기에 한가득 후보 이름을 적었다 지우길 몇 번.

결국 아빠의 성과 엄마의 성을 앞뒤로 두고 아이의 이름을 '봄'이라고 적으니 김봄이가 되었다. 봄처럼 싱그러운 삶을 잘 살라는 의미를 담았다. 아이는 칠월생이었다.


둘째가 태어났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있는데도 덜컥 다음날 출생신고를 마쳤다는 남편의 연락을 받았다.


"이름은?"

"봄이 동생이니까 여름이지."


그렇게 내 동의 없이 둘째는 여름이 되었다. 아쉬운 대로 결실을 많이 거두라는 열매의 뜻을 차용한다는 주석을 붙였다. 그때는 시월이었다. 아이가 커나면 개명을 해주려고 맘먹었는데 무던한 아들은 굳이 바꿀 필요를 느끼지 않는대서 아직도 그대로 쓰고 있다.


두 아이 이름을 말하면 흔하게 따라오는 질문이 있었다. 가을이랑 겨울이는 없어요?라는 질문인데 아쉽게도 나한테는 더 이상 기회가 없었다. 어느 날 둘째 조카가 개명을 했다고 알려왔다. 가을이라고 했다. 어릴 적 장난처럼 가을이라고 불렀는데 진짜 개명까지 할 줄은 몰랐다.


딸이 아이를 가졌고 3월 되면 태어날 예정이다. 벌써부터 아이 이름을 놓고 많은 고민을 하는 것을 보니 유난스러운 엄마의 딸이 맞다. 봄이의 복사판이라고 복돌이라고 태명을 지었다더니 예비 후보 이름도 가관이다.

복사 아니고 정식으로 나오면 정품이란다.( 마침 사위는 정 씨이다.) 정식출시도 대기 중이라고 한다. 딸은 정의의 어머니로 불리고 싶다고 도 한다. 태중에 아이를 두고 유쾌한 시간을 보내는 딸의 모습이 행복해 보여 흐뭇하다. 실제로 이름순위 상위에는 겨울이 랭크되어 있다. '정 겨울' 계절이 주는 차가움이 아니라 정겹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의미의 겨울이라고. 그런데 엄마가 봄, 삼촌 이모가 여름 가을인데 항렬이 다른 아이를 겨울로 해도 되는지가 고민이라고 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고 노래한 시인이 말처럼 우리에게 기쁨의 꽃이 되어 줄 아이의 이름

모두의 무엇이 될 이름,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히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될 손주의 이름을 벌써부터 두근대는 가슴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화가의 이름, '파블로 디에고 호세 프란시스코 데 파울라 후안 네포무세노 마리아 데 로스 레메디오스 시프리아노 데 라 산티시마 트리니다드 루이스 이 피카소'. (Pablo Diego José Francisco de Paula Juan Nepomuceno María de los Remedios Cipriano de la Santísima Trinidad Ruiz y Picasso)


이베리아 반도 문화의 특징으로 결혼 시 자식은 양 부모의 성을 합치게 되는데, 조상들의 성을 다 붙이고 정리를 하지 않다 보니 이름이 길어지게 되었다. 이 긴 이름을 부모만의 성으로 짧게 줄이면 파블로 루이스 피카소(Pablo Ruiz Picasso)가 되며, Ruiz가 본래의 성씨이다. 피카소는 그의 어머니의 성씨였다. 본래 '파블로 루이스'로 불리는 것이 맞으나 그가 19살 때 피카소를 선택하면서 파블로 피카소로 알려졌다.(나무위키에서 발췌)


아이의 이름이 무엇이 되든 또는 살면서 어떤 이름을 추가해서 가지던, 아이를 향한 가족의 내리사랑은 계속될 것이고 우리로 인해 아이가 행복해지고 아이로 인해 우리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청명한 겨울, 커피 향 가득 채운 기분 좋은 오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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