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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 Jun 09. 2024

조수미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노을 녘 친구에게 부치는 편지



조수미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십오 년 전쯤 어쩌면 그것보다 더 오래전 만났던 디바는 세월을 거스르는 마법인형 같았습니다.

더 젊어 보이는 외모, 세련된 매너, 여전한 신의 목소리.

그런데 한스테이지가 끝나고 핸드마이크를 들고 나오는 모습에 의아했습니다.

이전에 볼 수 없던 일. 좀 더 지켜보았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운이 달리는 모습을 여러 곳에서 보았습니다.

아! 신이 내린 조수미도 나이 앞에 묘약이 없구나 쓸쓸하게 마지막 곡을 맞았고 그녀는 이전 모든 실망을 뒤엎을 만큼 완벽한 무대를 보여줬습니다.

용수철처럼 자리에서 튕겨일어나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쳤습니다.


앙코르스테이지에 나선 그녀 목소리.

아 그녀는 몇 마디 스피치를 이어가지 못할 정도로 목이 가라앉아있었습니다. 귀국 비행기 편에서 감기가 걸린 것 같았습니다. 공연 하루를 남기고 취소를 생각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기대하고 있는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기적을 주십사 기도하고 무대에 올랐다고 합니다.


그때 나도 그랬습니다

일주일 동안 후두염을 앓고 있어 목소리 내는 것을 아예 포기한 나와 그 상황에서도 훈련된 발성을 통해 완벽한 무대를 만들려 애쓰고 있던 그녀. 그것이 우리의 차이였습니다.


스스로도 부족한 무대라 느끼기에 사과하며 마지막 그녀가 아끼는 명곡 '아베마리아'를 들려주었습니다

마지막 하이라이트.

그녀는 오케스트라를 세웠습니다.

한 번,

두 번,

마침내 세 번째 신이 내린 목소리 그녀는 아름다운 클라이맥스를 완벽하게 연주했습니다. 관객은 기립하여 그녀 뜨거운 열정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소리를 내지 못하는 나는 박수와 눈물을, 무릎이 아픈 사돈은 앉은 채 박수와 환호로 그녀 열정에 보답했습니다.


우리가 감동하는 것은 그녀가 정상에 있어서가 아닙니다.

솔직하게 최선을 다하려는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애매하여 저녁을 거른 채 공연을 관람했지만 감동으로 꽉 찬 영혼이 우리에게 포만감을 자랑합니다


나이 들수록 인정할 일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 솔직해져야 합니다.


칠십 년 팔십 년 혹은 백 년을 쉼 없이 사용하는 기계가 있을까요?  나니까 그리고 당신이니까  가능한, 우리는  정교한 신의 작품이기 때문에 지금껏 은총 속에 살았습니다.

이제 내리막입니다. 많이 실수하고 많이 미안한 일이 생길 겁니다. 그래도 아름다운 마음에서 우러나는 미소를 잃지 말고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사랑스러운 걸음으로 노을 녘 산책을 즐길 때입니다.


나는 늙을 노(老) 자 보다 길로(路) 자를 선호하는 路人입니다.

해부학적인 쇠퇴보다 걸어온 시간 동안 경험과 인연과 추억이 더 중하다 느끼는 때문입니다


늙고 죽는다는 당연한 이치.

나는 이 선명함이 좋습니다.

누구든 공평하게 가지는 이 선물을 기뻐 받을아닐지는 오직 나의 태도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길을 걸었기에 그 길에 웅덩이가 있는지 꽃길이 있는지 압니다.  우리가 걸어갈 길 어디에서 삶의 완주테이프가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거기 도착할 때까지 매 순간 설레는 나의 삶을 당신의 삶을 응원합니다.


늙어가는 것은 완성에 가까워지는 ing입니다. 기쁘게 한 발 더 내딛는 우리가 되자고 속삭이는 제말 들리시죠?  함께 가는 노을 길에 만나지면 반갑게 인사하는 멋진 우리가 되어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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