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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까야 Nov 11. 2024

나 같은 건 엄마가 되지 말았어야 해

엄마로서는 최악. 과연 엄마로서만 최악일까.

엄마라는 타이틀로 살면서 인격의 밑바닥을 본다.

대체 왜 이리도 육아는 힘든지 모르겠다.

아니 육아가 잘 맞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Hey~! Anybody here~~!!!??????

육아가 내 적성에 맞는다 하는 분 정말 계신가요~~?? 정말 실존하시는가요~~?? 만나 뵙고 싶습니다. 진심입니다.


엄마로 산 지 9년

만으로 37년을 살면서 내가 이렇게 쓰레기였나?,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한 시간인 것 같다.


나.. 대체 나는 어떤 인간이길래 “엄마”가 되지 말았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갑자기 슬픔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네…


내가 생각하는 엄마의 이상형은 외유내강 온유하고, 따뜻하고, 늘 인자한 미소를 머금고 있고

(온유:성격, 태도 따위가 온화하고 부드럽다.)

예쁜 에이프런을 둘러메고 요리를 즐거워하며,

밖에서는 멋진 커리어우먼으로 날카롭지만 정중하게 일하고, 남편에게는 다정하고, 사람들에겐 유머로운 그런 엄마인 것 같다.


“엄마”가 되지 말았어야 하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

1. 딩크를 원했기에 엄마의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을 함.

어쩌다 얻어걸린 거지.. 엄마라는 삶이.. 그러니까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거야.

(저 같은 사람 정말 없으십니까?)


2. 개인주의적인 성향

누구보다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짙어서  개인의 시간, 공간, 나를 지키고자 하는 선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침범당한다 생각하면 견디기 힘들어하는 성향이라

아이의 존재를 알게 된 순간부터 사실 인정하기까지 너무나도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3. 감정표현에 미숙한 사람

원가족으로부터 감정수용을 받아 본 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 그런지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많고 웬만해서 부탁을 잘하지 않는다.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그래서인지 외로움도 많이 느끼고, 기대고 싶으나 기대려 하지 않는, 그러나 상대가 나의 힘듦을 알아서 알아주길 원하고 그러지 못할 때는 분노하는..

희한하고 안타까운 성격을 가지고 있다.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말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될 건데 거절의 두려움으로 마음의 빗장을 열기가 오래 걸리는 거지.


4. 인정욕구가 강한 사람

그렇다 보니 인정은 또 많이 받고 싶다. 내가 해냈어! 타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해냈어!

이것을 스스로도 증명해 보이고 싶어 하고,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하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육아는 그 누구도 인정이나 칭찬을 해주지 않는다. 네가 낳은 네 자식이니까..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네 자식 네가 키우는 게 “당. 연. 히”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니까.


5. 희생과 책임이 싫은 사람

내 인생 하나 책임지는 것도 힘들다. 그런데 아이들의 인생까지? 아이들은 엄연히 따지면 남이다. 태어났을 때부터 내 도움이 필요한 엄연히 나와는 다른 인격체.

물론,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상관 없어지는 이야기지만, 머리와 가슴이 건강한 성인으로 되기까지는 부모의 책임과 희생이 따라야겠지.. 최소 정말 최소한의 의무로 말이야.

부모의 희생과 책임 없이 아이들은 자랄 수 없는 존재이기에  육아는.. 양육은… 너무나도 고되고 힘들다.


그래서 나 같은 건 엄마가 되지 말았어야 하는 거다.

이런 사람이 엄마가 되어서 본성을 거슬러가며 엄마인 양 노릇을 하고 있으니.. 나도 아프고 아이도 아프지..

종종 아이도, 나도 안쓰럽다.. 서로가 무슨 죄야..


[아직도 가야 할 길]이라는 책에서 삶은 고통이다. 문제의 연속이다. 문제의 시작과 끝은 나에게 있다. 어떤 결과든 그 거는 내 선택이었고, 그 선택의 결과는 내가 책임 질 일이다라는 문장을 봤다.

아이를 양육하면서 탓을 참 많이 했다.

나는 원치 않았는데 네가 생겼어. 이런 무시무시하고도 무책임한 생각으로 아이를 탓했다.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성령으로 잉태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생긴 아이를 탓하는 무식한 짓을 저질렀다.

그 미움과 원망을 희생이라는 미명하에 분노로 아이에게 쏟아내고 있었고 말이다.

아주 못난 어미

하지만 내가 선택한 일이다. 아이를 낳은 것도, 양육하기로 한 것도.

이 모든 걸 내가 하기로 선택한 것인데 힘듦의 원인을 아이에게서 찾았으니 아이는 얼마나 억울하고 원통했을까.

너무나도 미안한 마음뿐이다.


이걸 깨닫기까지 9년을 기다려준 아이에게 정말 고맙고, 37년을 산 엄마보다 더 큰 마음으로 인내해 주어 고맙다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번외로]

아들아,

엄마 아빠가 즐기다가 네가 생겼고

목도 하나 가누지 못해 고개도 엄마아빠가 돌려주고, 팔도 엄마아빠가 빼주고, 너의 일거수일투족을 전부 우리에게 맡겼어야 하는 약한 존재로 태어나서

우리만 믿고 살아가고 있는데.. 이런 엄마를 만나서 네가 얼마나 힘들지 엄마가 최근에 알게 되었어.

사실 이걸 깨닫기 전까지 엄마는 미안하면서도 미안하지 않다 생각했었다.

이런 엄마를 만난 거, 또 너와 같은 아들을 만난 것이 서로에게 필연적이었기에 일어난 일이라고 여겼거든.

그렇잖아. 서로가 서로를 선택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아니더라. 선택할 수 있더라.

엄마가 정말 싫다면 네가 엄마를 버릴 수 있고, 네가 정말 힘들다면 엄마 역시 너를 포기할 수 있는 거더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소위 끊을 수 없는 천륜이라고 하는 끈으로 묶여있잖아.

엄마가 되지 말았어야 할 나에게 엄마라고 불러주고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사랑한다고 해주고

수많은 상처를 줘도 또 용서하고 괜찮다고 해주고

아침이 되면 늘 웃으며 인사해 주고 말이야.


그래서 좋은 엄마는 아니더라도 내가 세상을 떠났을 때 괜찮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데 그마저도 아닐까 봐 두렵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당신 괜찮은 사람이에요”라는 말을 듣는데.. 네 앞에선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 말이야.


미안하다, 아들아. 많이 부족하고 많은 걸 준비하지 못한 채 엄마가 되어서 미안해.

지금부터라도 엄마가 정말 더 노력할게.

엄마로 인해 두려움을 느끼게 하고, 무서움을 느끼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

가진 것이 없어서 남들의 두 배 세배는 더 노력해야 하는 사람이지만

이제까지 너에게 주지 못함에 미안함을 느끼며 많이 많이 주려고 노력할게. 적어도 너에게서 엄마의 편안함, 안정감을 빼앗지 않을게.


엄마의 미숙함을 용서 구했을 때 기꺼이 용서해 주었던 마음이 무력해지지 않게 내가 정말 노력하마. 좋은 엄마는 아닐지언정 괜찮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게.

적어도 한 명. 네 옆에 괜찮은 어른이 있었다 느끼게 노력하는 사람 될게.


엄마는, 엄마니까.

너의 엄마이기도 하고. 엄마의 엄마이고도 싶어서.

나의 어릴 적도 품어주고 안아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될게. 많이 많이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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