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는 좋아합니다만 경제적인 스릴을 즐기는 것은 좀...
(돈) 안 쓰기 챌린지가 쓰는 것보다 트렌드인 요즘,
어떻게 물욕을 잠재우고 미니멀한 삶을 살게 되는 지에 대한 글이 대세인 요즘,
용기 있게 나의 물욕을 오픈해 봅니다.
나는 매일 물욕과 싸우고 있다.
어쩔 땐 사지도 않을 건데, 마치 지금 살 것처럼
이 옷을 산다면 이 컬러를 사야 하나 이 컬러를 사야 하나 고민하기도 하고,
심지어 친구들에게 나에게 어떤 컬러가 어울리는지,
살까 말까 카톡을 보내 투표를 받기도 한다.
다행인 건 모두 실제로 구매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점이지만, 그렇다 해도 다른 것을 지르는 방법으로 해소하는 것 같기도 하다.
예를 들면 꼭 사야 하는 생필품, 다 떨어진 샴푸라든지 핸드워시, 제철 과일 같은 것을 주문하면서...
그래! 오늘 이만큼 결제했으니까 일단 하루만 더 생각하자 하고.
요즘 갖고 싶은 것은 샤넬이다.
아니, 샤넬은 뭘까?
일 년에 몇 번씩 가격을 올리는데,
심지어 아니 이 퀄리티에 이 가격 아니지 않아? 생각하는데, 그냥 CC 로고 들어갔을 뿐인데(물론 퀼팅도.. 체인도..) 너무 예뻐.
작게 들어가도 크게 들어가도 반짝여도 안 반짝여도 너무 예뻐. 그리고 가격이 자꾸 오르니까 사도 손해 보는 느낌이 없다.
게다가 난 딸도 있어. 내가 쓰다 물려주지 뭐.
샤넬은 빈티지도 예쁘니까 이런 느낌?
어렸을 때 엄청난 인기 었던 쇼퍼홀릭이라는 소설도 생각난다. (시리즈 다 소장 중.) 신용카드를 쓰지 않기 위해 부러뜨리고 그래도 만약의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 섀도인가 블러셔 케이스 뒤에 감추고도 결국 꺼내 쓰고 만, 버릴 수 없었던 그 쇼핑에 대한 욕망.
나도 가끔 생각한다 핸드폰에 등록되어있는 신용카드 정보를 일단 삭제해야 하나? 네이버 페이 신용카드 정보 삭제해야 하나? (아직 못하고 있음.)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 mbti 중 n이라 그런 걸까.
일단 들어오지도 않은, 생기지도 않은 돈을 들어오면 이만큼 갚고, 이렇게 계획을 세우며 무이자 할부 몇 개월까지 가능한지, 나누면 한 달에 얼마를 갚으면 되는지 계산하고 있는 나 자신이 어이없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케이스인데, 예를 들어 생일 선물로 50만 원이 손에 들어오면 5백만 원짜리를 사서 일단 첫 번째 할부금을 갚는 그런 계획?
예전에 무슨 경제 서적에서 읽은 거 같은데, 돈이 들어온 다음에 써야지 들어올 걸 계산해서 미리 쓰면 일단 부자가 되긴 글렀다는 그런 거였는데... 너무 나 그 자체임ㅋㅋ
아무튼 그건 마치 쇼핑을 가서 이걸 살까 저걸 살까 고민하는 거만큼이나 진지하고 또 재미있는 행위.
그리고 비싼 거 사면 좋은 점. 너무 힘들어서 그걸 갚는 동안 자잘한 걸 안 사게 되는 순효과. 맞나?
근데 사실 지르고 그 위시템이 내 손에 들어오는 순간, 소비가 완성되는 순간, 이 모든 것이 시들해지므로...
어쩌면 난 살까 말까, 이거 할까 저거 고를까, 산다면 어떻게 갚아나가야 할까 고민하고 생각하고 또 결정하는 그 과정의 설렘과 두근거림을 즐기는 게 아닐까 하는 결론에 도달했다.
내가 돈이 많으면 뭐가 문제야? 그냥 다 사지.
애초에 꼭 필요하고 사도 되는 거면 뭐가 문제야?
꼭 필요하지도 않고, 내 처지에 가당치도 않는,
사치품을 구입해서, 뭐라도 가진 것을 팔아 겨우겨우 메꾸어나가는 그 험난한 과정을 겪어나가는 절체절명의 결정을 하는 그 스릴을 즐기는 거 아닌가 싶다. 나 스릴을 즐기는 사람인가 봐... 스릴러는 좋아합니다만...
그래서 지금 내가 갖고 싶은 것.
1 샤넬 체인벨트
(메탈 체인에 가죽이 엮인 샤넬리한 것으로)
2 샤넬 코코크러시 반지 스몰
(레이어링 할수록 예쁘기 때문에 다음엔 더 큰 걸로)
3 샤넬 백팩
(백팩 이어야 하는 이유는 1. 더 나이 들기 전에 백팩 메보고싶다. 2. 샤넬리한 체인이 풍성하게 두줄이기 때문입니다.)
약 2천만 원 있으면 되겠습니다.
사실 2천만 원 있어도 못 삼.
샤넬에서 제품 구해주는 VIP도 아니고,
오픈런을 할 만큼 체력과 열정도 없으며,
오픈런을 해도 만날 확률이 거의 없지만...
(코코크러시 제외)
결정적으로 2천만 원 없습니다.
(이 글은 솟구치는 물욕을 견딜 길 없어 텍스트로 분출한 결과물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