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발견
여행의 즐거움은 익숙한 환경을 떠나 새로운 나라, 색다른 문화, 뜻밖의 사람들과의 조우에 있을 것이다. 여행을 통해 접하게 되는 평소 보지 못했던 것, 먹지 못했던 것,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은 약간의 충격과 흥분을 안겨주고, 밋밋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뿐만 아니라, 내 생각과 행동의 한계를 긋게 만드는 절대적이었던 삶의 기준이 여행을 통해 다양한 사람과 문화를 만나면서 상대적인 것으로 바뀌는 '내면의 전복'을 경험하게 된다.
한편, 여행의 또 다른 묘미는 낯선 세계에서 나 자신을 더욱 깊이 알아가는 게 아닐까 한다. 어쩌면 나는 이 맛이 좋아 여행에 중독되는지도 모르겠다. 평소에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싫어하는 것'을 여행을 하며 새롭게 알게 된다. 나의 취향이 뚜렷해진다고나 할까?
사실 자신의 취향을 오롯이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가장 먼저 어느 나라를 갈 것인지부터 시작해서, 어떤 여행 코스를 꾸려갈 것인지, 무엇을 중점적으로 볼 것인지는 전적으로 여행하는 사람의 취향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혼자 떠나는 여행을 계획하면서 어디로 가면 좋을지 한참을 고민했더랬다. 번잡한 도시가 아닌,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면 좋겠고, 날씨에 따라 감정 기복에 영향을 많이 받으니 이왕이면 햇살이 내리쬐는 따뜻한 나라였으면 했다. 거기다 편하고 안락하게 쉬는 여행보다는 모험이 가득한 여행이 내 취향에 가깝지. 무엇보다 자본의 힘을 과시하는 소비적이고 폭력적인 여행이 아니라,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을 보게 되는 겸손한 여행이 되었으면 했다.
그렇게 내 마음이 닿은 여행지는 한때는 '실론'으로 불리었던, '스리랑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