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을 바꿔가며 먹는 주스 한잔
1. 우리 큰딸의 태명입니다.
2. 다이어트 중이지만 여전히 자기 전 다음날 먹을 아침밥을 계획합니다.
중학생이 된 큰딸 추석이는 4시~4시 반 사이에 학교 끝났다는 전화를 한다.
엄마가 걱정할까 봐 거는 전화? 그렇게 아름다운 전화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목적 없는 전화는 단 한통도 없다. 오늘도 어김없이 울리는 전화.
"어 추석아 끝났니?"
"엄마 큰일 났어요. 오늘 운동장에서 모래바람을 많이 마셔서 목이 칼칼한데 물도 없고 괴로워요"
"얼른 학원 가서 물 마시던가 아님 음료수 한잔 사 먹어"
"그러니까 말이에요~ 딱 음료수 한잔이면 목도 축이고 기분도 좋아질 거 같아서 말인데요 엄마 음료수 한잔만 주문해 주시면 안 돼요? 돈은 집에 가서 드릴게요"
능숙하다~ 말은 그럴싸 하지만 그냥 음료수가 먹고 싶은 것을 난 안다.
"저번처럼 안 주면 용돈에서 제한다."
"에이~ 속고만 살았어요? 나를 한번 믿어봐요"
그다음 날도 4시~4시 반 사이에 정확히 추석이의 전화가 온다.
"이게 누구십니까~ 학교 끝나셨습니까?"
"어머니! 학교 끝났습니다."
"왜 또 시작이 어머니냐~ 뭔 말이하고 싶어서"
"어머니! 내일 영어발표회를 나가는 딸을 위해서 입에 닿기만 해도 달콤한 몽글몽글 복숭아 스무디를 선물해 주실 의향은 없으십니까?"
혹자는 용돈을 주면 되지 않냐! 할 수 있다. 용돈은 빠짐없이 꼬박꼬박 준다.
혹자는 아이 음료수 한잔 사주는 게 어떠냐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한잔이 아니다. 어제도 그제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아~ 오늘의 컨셉은 모범생이구나"
"어머니~ 사랑하는 딸을 위해 기분좋~게 한잔? 크~~~"
가끔 '엄마 한번 안아줄래?'라고 말하면 추석이는 어깨만 쓱 다가올 뿐 엉덩이는 저 문밖까지 쭉 내밀고 있다.
어깨는 그나마 기분 좋을 때다. 어떨 때는 머리 측면만 들이민다... 편두통 있니?
덧붙이기]
이런 추석이도 본인이 원하는 게 있을 땐 저렇게 능구렁이같이 언변을 구사한다.
그래~ 속마음 표현 못하는 것보단 낫지~ 그렇게 시원하게 할 말 하면서 자라렴!!
그나저나 내 3,900원은 언제 줄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