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쌍매>(神勇雙妹嘜(1989))
<신용쌍매>(神勇雙妹嘜, Doubles Cause Troubles(1989))
<신용쌍매>는 사촌지간인 량산보와 주잉타이가 돌아가신 할머니의 유산인 아파트에서 함께 살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원래 그 아파트에 세 들어 살던 남성이 갑작스럽게 사망하고, 이 죽음이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량산보와 주잉타이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정유령과 장만옥 콤비의 모습은 시트콤을 연상케 하고, 특히 대개 알려진 장만옥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그의 코믹한 면모를 관찰하는 것이 흥미로운 작품이다.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일 때가 많긴 해도 누구보다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영화의 매력 포인트이다.
<신용쌍매>는 여성 투톱 극이라는 점으로도 재미있지만, 작품의 구석구석에서 여성의 활약상이 돋보인다는 것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전체적으로 사건을 이끌어 가는 량산보와 주잉타이나 반전의 장치로 드러나는 최종 빌런, 그리고 짧게나마 도움을 주는 캐릭터 모두 여성이기 때문이다. 피와 눈물로 가득한 남성들의 거친 우정과 사랑이 만연했던 그 시절의 작품들과는 달리 여성들만의 독특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얼렁뚱땅 액션을 선보인다.
언더커버, 범죄, 코미디 등 여러 장르와 주제가 얽혀 있다 보니 다양한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반전이 끊이지 않는다. 사건의 연결이 촘촘하고 짧은 러닝타임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관객도 난무하는 사건에 어지러움을 느끼기보다 지루함 없이 작품으로 빨려 들어간다. 불을 끄기 위해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거나, 안경이 없어 사람이 죽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장난을 치는 주잉타이. 황당하고 억지스러운 전개이긴 하나 통통 튀고 신나는 분위기가 빠른 템포로 반복되니 이러한 이런 모습과 장면이 은근한 즐거움과 유쾌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자는 술을 마시면 안 된다’ 같은 근거 없는 표현이나 ‘여자 경찰은 믿으면 안 된다’를 비롯한 성차별적인 대사에 쉽게 동조하는 등장인물의 모습에선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다. 최음제를 사용하려다 실패한 남성이 유머로 소비되고 난데없이 여성의 나체사진이 인테리어 장치로 자리 잡는 것을 단순히 ‘그때는 그랬지’라고 생각하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는 지점이 많다. 또한 장르의 경쾌함을 유지하기 위해 특정인물의 죽음 앞에서 엉뚱하거나 엽기적인 모습을 보이는 인물들의 행동은 영화를 감상하는 관객의 스탠스를 다소 애매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고 판단된다. 점점 거지는 스케일과 총소리가 오가는 범죄 현장 앞에서도 웃음을 유지해야 할지, 긴장해야 할지 태도의 혼란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차라리 삼합회, 인터폴이 연루된 큰 사건이 아니라 좀 더 가벼운 범죄를 해결했더라면 관객도 좀 더 일관된 기조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그럼에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흥미로운 서사와 신선한 여성 빌런의 등장에 의미를 두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여성 투톱으로 진행되는 범죄 액션 코미디가 적을 뿐만 아니라 당시 최종 보스가 여성으로 설정되었던 작품이 드물기 때문이다. 유통기한이 지난 삼류 코미디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뿐으로 평가절하되기에는 평소에는 죽일 듯이 서로를 싫어하고 한 남자를 두고 질투하기 일쑤지만 위기 상황이면 너나 할 것 없이 눈을 깜빡이는 장만옥과 정유령의 모습이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럽다.
Written by 나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