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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 Young Yi Jul 22. 2017

스트릿아트 투어 & 그래피티 체험

핫한 이스트런던에서 뱅크시를 따라

뱅크시와 그래피티가 있는 이스트 런던 East London


쇼디치, 올드스트릿, 브릭레인, 해크니, 혹스턴 등 런던의 동쪽 지역은 이민자들이 많이 살던 음침한 빈민가에 범죄가 많던 동네였다. 당연히 집값이 싸졌고 아티스트들이 몰리면서 작품활동을 해왔고 이제는 전세계에서 가장 힙한 곳 중 하나로 알려져있다. 길거리에는 뱅크시를 비롯한 다양한 예술가들의 설치작품과 그래피티 작품들도 많다고 한다. 그런데, 그냥 지나다니다 보면 그런 작품들을 알아볼 수 있을까? 작품들에 제목이랑 작가이름이 써있나? 미술관에 가더라도 각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려주는 도슨트가 있는데! 


다양한 맥락과 층위의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가득한 런던에는 보물찾기 하듯 도시 곳곳을 걸어서 헤매고 다니는 투어프로그램들이 많다. 가장 유명한 것은 'London Walks' 인데 역사, 사건, 지역 등의 주제로 여러가지 워킹투어가 있다. 하지만 요즘 힙하다는 이스트런던에서 벽화를 구경하고 체험할 수 있을까?! 



얼터너티브 런던 Alternative London

https://www.alternativeldn.co.uk/


찾으면 있다. 길거리에 낙서인양 전시되어 있는 스트릿아트를 설명해주고 그래피티도 체험할 수 있는 투어다. 이스트런던의 중심, 쇼디치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이 직접 가이드를 해주고 그래피티 워크숍도 진행한다. 가이드들 대부분은 실제로 불법으로 그래피티 작업을 하다가 순수미술 전공을 하게 되었거나, 원래 회화를 전공하면서 벽화작업을 하고 있는 예술가들이다. 

쇼디치를 중심으로 한 이스트런던 주변도 https://www.alternativeldn.co.uk/friends.php


이스트런던 곳곳에 퍼져있는 스트릿아트에 대한 설명을 듣고(2시간), 직접 그래피티를 해보는(2시간) 전체 4시간짜리 Full Session을 신청했다. (32파운드, 약 5만원) 


사실 예전부터 상상마당에서 그래피티를 배워서 해볼 수 있는 워크숍이 듣고 싶었었다. 작은 종이나 천을 벗어나 벽 한가득 낙서를 해 보고싶었다. 한번쯤 꼭 참여하고 싶었는데 일정이 안맞아서 계속 놓치고 있어서 아쉬웠었는데, 런던에 이런 워크숍이 있다니. 어머, 이건 꼭 참여해야해! 

 


1. 스트릿아트 투어 Street Art Tour 


투어는 아침 11시에 올드스트릿(Old Street st.)역 앞에서 만나 시작됐다. 커다란 키에 엉덩이 밑으로 바지를 내려입은 가이드 조쉬(Josh)는 역시 누가 봐도 스트릿아티스트이다. 10여 명의 투어 참가자가 모이고, 길거리를 걸어가며 만나는 스트릿아트 작품들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첫번째로 만난 길거리 예술작품은 길바닥에 붙은 껌을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리는 벤 윌슨(Ben Wilson)의 작업이다. (아직 사진 찍을 준비도 안했는데 길거리에서 작품을 만난거라, 아래 사진은 위키미디어에서 퍼옴)

매일매일 새로운 껌이 버려지면 새로운 캔버스가 생기고, 아티스트가 어느새 작업을 하고 가면 또 사람들이 그걸 밟고 지나가며 작품이 자연스럽게 훼손되기 때문에 매번 찾아볼 때마다 다른 작업이 있다고 한다. 내가 발견한 것은 올드스트릿 역 주변에서 3개였다.  


조쉬의 말에 의하면 예전의 쇼디치에서는 아티스트들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목적으로 벽화를 그렸던 것에 비해 요즘 커다란 벽화 작업은 대부분 상업적인 이유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기업이 광고의 일환으로, 건물 주인이 홍보와 가치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쇼디치로 향하는 큰 길에도 역시 아주 큰 벽화작업이 진행중이었는데 그것도 기업의 후원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건널목 앞에 있는 표지판에 익숙한 그림이 있다. 클렛 아브라함(Clet Abraham)은 주로 교통표지판에 작업을 한다. 저 흰색 바를 힘들게 옮기고 있는 그림이 익숙한데, 여기서는 경찰이 바를 향해 키스를 날리고 있네 ㅎㅎ 

클렛 아브라함(Clet Abraham)


저 멀리 건물의 옥상을 보면 버섯모양의 조형물이 보인다. 크리스티안 네이겔(Christiaan Nagel)의 작업이다. 한밤중에 건물 위에 몰래 설치하고 다니기 때문에 건물주들에게 꽤 골치라고 한다. 자고 일어나면 자기 건물 위에 버섯이 피었어... 저게 저래뵈도 대부분 쇠로 만들어져서 엄청 무겁고 용접을 해야 할텐데 대체 어떻게 몰래 설치하는 것일까?! ㅎㅎ 

크리스티안 네이겔(Christiaan Nagel)


아래 그림은 붓이 아니라 스텐실과 스프레이로 한 작업이라고 한다. 조쉬는 역시 작업자의 입장에서, 스텐실로 이 작업을 만들려면 여러개의 레이어로 여러 색을 써야 이런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며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아래 작품처럼 세계 각지에서 잘나가고 비싼값에 작품을 팔지만 길거리에 벽화를 남기는 작가들의 작품들이 많다. 하지만 며칠 후에 이 카페를 지날 때에는 이 앞에 가게에서 나온 쓰레기가 잔뜩... 


스틱(Stik)으로 알려진 이 귀여운 작업은 쇼디치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건물에 이 작가의 작업실이 있다고 한다.  

스틱(Stik)

 

그리고 그 유명한 뱅크시(Banksy)의 작품. 이 작업에는 마치 이곳이 합법적으로 그래피티를 할 수 있게 경찰에서 허락해준 듯한 메시지가 있다. 실제로 버려졌던 음침한 터널에 이 표시가 생기자 그래피티로 가득차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쇼디치의 한 골목에 있는 이 작업에는 커다란 투명 아크릴로 커버가 씌워져있는데, 뱅크시의 의도는 당연히 아닐테고, 이 그래피티로 이득을 얻고 있는 식당의 주인이 만든게 아닐까 한다. 

뱅크시(Banksy)


버려진 건물들은 아티스트들을 위한 훌륭한 캔버스.


여기 버려진 벽에도 스틱(Stik)이 보인다. 


저 뒤쪽에 있는 건물에 씌여진 글자는. 사실 예쁘거나 작품성이 있는건 아닌데, 작업 방식이 독특하다고 한다. 저 건물 벽 전체에 글씨를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소방호스에 페인트를 넣고 뿌려서 쓴 글자라고. 




2. 그래피티 워크숍 Graffiti Workshop 


투어는 끝이 났고, 해크니쪽에 있는 그래피티 작업 스투디오로 이동했다. 우와. 창고를 터서 만든 스투디오의 위엄. 

저 바깥에 있는 흰색 벽에 스프레이 쏘는 법을 연습했다. 그냥 흔들어서 대충 그리면 될 줄 알았더니, 스프레이를 분사하는 거리와 방향, 움직이는 속도 등 콘트롤방법에 따라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단걸 알게되었다. 글씨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마구마구 낙서를 하며 스프레이 사용법을 익혔다. 스프레이 초보들의 낙서 대잔치. ㅎㅎ 


우선 스프레이 사용법을 잠시 체험은 했지만, 반나절만에 프리핸드를 연습해서 멋진 작품을 만들기는 어렵고 ㅎㅎ 스텐실 기법으로 각자 자신만의 작품 만들기에 도전했다. 

나는 "그래피티를 하는 나의 손을 그래피티 하겠어" 라며 스프레이 쏘는 손을 그리고 오려서 4가지 레이어로 만들었다. 


윽. 분판은 어렵다. 칼질도 어렵지만 재밌다. ㅎㅎ 아이디어를 내고 작업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막히면 조쉬와 릴리가 도와주었다. 릴리는 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있다. 스프레이를 쏘는 장면은 어떻게 할까 하고 있었더니 그냥 옆으로 분사해보자고 해서 나온 결과가 역시 만족스럽다. 하하. 

이제 다시 밖으로 나가서 흰색 가벽에 그래피티를 만들어볼 차례! 

여러 참가자들의 작업이 마구마구 섞이면서 더욱 멋진 낙서 대잔치가 되어간다. 몇몇의 멋지고 아름다운 작품 말고.. 태그와 낙서가 가득찬 지하도들이 이런 모습인건... 초보들의 연습장이기 때문...? 




마지막에 릴리가 새로운 기법을 제안하면서 밋밋하게 단색이던 스프레이 통에 자연스러운 음영이 생겼다. 모든 벽화에는 회화적 요소와 기법이 사용된다. 


낯선 도시와 문화를 이해하는 여러 방법이 있다. 그 지역을 잘 아는 친구가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책자든 투어든 아주 약간이라도 더 다가가는 기회를 만드는 게 재미있다. 

이렇게, 이스트런던에서 그래피티 체험 완료! 


워크숍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발견한 스페이스 인베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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