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선배가 말했다.
"얘는 취한 것 같으면 집에 도망가잖아.
같이 술을 마셔도 혼자 조절하고 정신줄 챙겨서 집에 잘 가니까
그거 하나는 참 좋아."
선배가 나한테 건네는 유일한(정말 유일한) 칭찬이다.
진짜 이상한 사람이다.
평소엔,
부르기만 해도
'아 왜!!' 인상 쓰고 거칠게 말하는 사람인데,
조용히 안주를 챙겨주고.
내가 취하지는 않았는지 살피는,
사실은 엄청난 츤데레 선배다.
하지만, 내가 츤데레라고 말하면 쌍욕이 날아온다.
진짜 이상한 사람이다.
나한테는 예쁜 말 한마디 못하는 선배지만,
회사에서 누가 나한테 버릇없이 굴기라도 하면
정작 나는 아무렇지 않은데도,
선배 혼자 열받고 선배 혼자 성질낸다.
자기가 나를 막 대하는 건 괜찮지만,
남이 나를 막대하는 꼴은 못 보겠다는. 이상한 논리.
진짜 이상한 사람이다.
가끔은 너무 괘씸해서
보고도 못 본 척 인사도 안 하는데
그럼 어느새
내 자리에 놀러 와서는 간식 없냐고 서랍을 뒤진다.
진짜 이상한 사람이다.
하지만,
내가 진짜 힘들 때,
술 사달라고 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우리 선배다.
이 이상한 사람이
그래도 나를 아껴주니(또 욕먹을 소리)
참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