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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띵 Jun 24. 2024

혼자 하는 게 편한 사람

엄마와 함께하는 취미생활

조금은 부끄러워 2020년 9월 16일에 쓴 글을 감춰두다 4년 만에 발행합니다:)


최근 새로운 취미에 손을 뻗었다.

우드카빙에 이어 오일파스텔 수업을 듣기 시작했는데,

나보다 엄마가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본격 취미생활을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3주 전,

갑자기 코로나 확진자가 300명대로 급증하여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 2.5단계까지 격상했다.

때문에, 재택근무 2차전에 돌입했는데

정말로 참을 수 없는 지루함과 답답함을 느껴

이대로는 미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마음속에 고이 접어둔 “희망 취미 리스트”를

꺼내어 하나씩 실천하기 시작했다.


처음은 우드카빙이었다.

특별한 강의 없이 키트만 구매해서 몇 시간 안에 완성할 수 있는 2가지를 구매했다.

하나는 버터나이프, 다른 하나는 젓가락

본가에서 재택근무를 마치고 사각사각 조각하기 시작했는데

(본래는 타지에서 살고 있으나, 재택근무하러 잠시 본가에 내려와 있었다)

중노동을 한 것처럼 너무 힘들었다.

이거, 쉽지 않은 취미가 될 것 같다.

4시간 고생해서 버터나이프를 완성했다.

힘들었지만 뿌듯했다.

살아있다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남은 한 가지, 젓가락!!

막대기 2개를 동그랗게 카빙 해야 했는데.. 팔목이 찌릿찌릿해서 본가에 그대로 두고 다시 사무실 근무를 시작했다.


버터나이프를 만들던 내게 엄마는

“너는 가끔 엉뚱한 짓을 하더라” 이야기하며 웃었었는데,

갑자기 사진을 보내기 시작했다.

??????????

힘들어서 두고 온 젓가락을 엄마가 카빙하고 있었다.

나에겐 취미, 엄마에겐 엉뚱한 짓에

어느새 동참하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니 웃겼다.


그로부터 1주일 뒤,

한 취미어플에 가입해

더 본격적인 취미생활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심장에 콕하고 박힌 오일파스텔!!

오일파스텔 강의만 해도 여러 종류가 있었지만,

나는 나름의 최종 목적을 갖고 하나의 강의를 최종 선택했다.

평소 구름 낀 하늘 사진 찍는 것을 취미라 할 정도로

좋아하던 터라 내가 찍은 하늘을 직접 그린 그림으로 남기고 싶었다.


다시 재택근무를 하러 본가에 가서

퇴근 후면 오일파스텔 강좌를 수강하며 하나둘 따라 그려보기 시작했는데,

엄마는 그런 나를 보며 또 엉뚱하다고 한마디 했다.

엄마에게 “엄마도 해볼래?”했지만,

“나는 스케치는 잘하는데 색칠하면 망해”라며 관심을 돌렸다.


다음날, 두 번째 그림은 꽃이었다.

열심히 색을 칠하기 시작했는데,

옆에서 훈수를 두기 시작한 엄마 ;;

지금 생각해 보니 꽃은 엄마 영역이었던지라

가만히 지켜보기 어려웠나 보다.

드디어 오일파스텔을 손에 쥐고 다가오는 엄마에게

“내 작품에 손대지 마아아”하며,

스케치 노트 한 장을 찢어 엄마도 그려보라고 두 번째 권유를 했다.

그러더니 평소 좋아하던 식물을 그리고는

“잘 그렸지?”라며 기뻐하셨다.


다시 사무실로 복귀하여 근무한 첫날,

엄마에게 카톡이 왔다.

“그림은 그렸는데 색칠은 어떻게 하냐?”


간단히 설명해 주었는데,

엄마는 매일 밤 그림 진행 상황을 보고하기 시작했다.

우리 엄마가 좋아하는 호야꽃

엄마가 완성한 그림을 보며

뿌듯함, 기쁨, 안심하는 마음이 들었다.



요즘 나는

코로나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어느새 우울해져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나도 이렇게 우울한데,

부모님은 ‘무엇으로 무료함과 답답함을 풀까?’라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었다.


그런 와중에 의도치 않았지만 엄마와 같은 취미생활을 갖게 되어 좋은 마음이 들었고, 이런 기회를 끊임없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취직해 타지에서 일하면서 혼자 하는 게 편해졌다.

물론 모든 일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혼자 하는 게 익숙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런 내게 엄마와 공유하는 무언가 생겼다는 것은

마음 한구석이 몽글하게 채워지는 일이다.


함께함의 기쁨

혼자로서는 절대 채울 수 없는 영역이라는 걸

사람과 마음껏 부대낄 수 없는 요즘 더 크게 느낀다.

그래도 우리가 함께일 때 누릴 수 있는 감정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로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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