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가체프 May 21. 2015

변화의 시대,  나는 어디쯤 있나

성능 좋은 안테나가 필요한 이유

불과 7~8년 전이다.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가기 싫어하는 워크샵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여러 회사 직원들이 모여 각자 회사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당시, 가장 두각을 나타냈던 회사가 있었다. 참여한 직원들의 애사심은 단연 돋보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회사에서 일하는 A직무 종사자의 사기 진작과 동기 부여를 위한  방안을 훌륭하게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를 멋지게 발표해 이목을 끌었다.

그리고 몇 년 후.

나는 언론을 통해 A직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대규모 인원감축에 대한 소식을 접했다. A직무 종사자들이 어떻게 하면 더 즐겁게 일할 수 있을지 고심하던 그들의 모습이, 다른 회사 사람이던 나에게도 이렇게 생생한데, 사내 분위기가 달라지는 시간을 함께 해야 했던 그들은 어떤 기분들이었을까, 그리고 A직무에 종사하는 당사자들은 어떻게 그 시간들을 보냈을까, 안타까웠다. 그렇다고 회사가 비양심적인 행동을 했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인원감축 등의 구조조정은 이제 낯설지 않은 주제가 된지 오래다.  


아직도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날 때면 여러 장면들이 오버랩된다(A직무 종사자는 고속도로 요금징수원이었다). 지금 톨게이트에서 톨비를 계산하는 이 분은 그 험한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 남았을까. 동료들을 떠나보내는 심정은 어땠을까... 그런데 난 그분들을 보면 여전히 불안하다. 하이패스로 톨게이트를 멈춤 없이 지나갈 때면 아예 이분들의 일자리가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누군가의 엄마, 한 가정의 가장일수도 있는 이들의 일자리. 그런데 변화는 이들의 일자리를 더 이상 남겨 놓을 것 같지가 않다.


2020년까지 고속도로 요금소가 무인화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 글을 쓰며 다시 한번 고속도로 요금징수원의 시한부 소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손이 필요없는 곳에 사람을 쓰지 않겠다란 합리적인 계획. 그런데 합리적이지 못한 나란 사람은 자꾸만 이름도 모르는 요금징수원의 웃는 얼굴이 아른거린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이 마련할 수 있는 대책은 별로 없다. 제 3자인 나 역시 그런 변화가 너무 급작스럽지 않기를, 적어도 그분들이 다른 일자리에 잘 안착할 수 있을 정도로만 천천히 이뤄지길 바랄 수 있을 뿐이다. 단, 회사나 사회는 다른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겠지만 말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은 두 가지가 있다. 저항하거나 순응하거나. 그리고 좀 더 머리를 굴려보면 여러가지 대안이 나올 수 있다. 그중 하나가 변화의 흐름을 타고 순항하는 방법이다. 시대를 잘 타고났다 말하는 사람들은 결국 이런 사람들일 것이다. 변화의 흐름을 타고 대세를 이룬 사람들. 변화 요인을 감지하고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그만큼 다양한 기회가 주어지고, 그 기회를 잘 살려 큰 성공을 이룰 수도 있게 된다.


시대가 변하면서 일자리의 규모, 직무의 양태도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 때문에 내가 하는 일이 앞으로 5년 후,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 안테나를 켜고 예의주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내 일자리가 어느 한 순간에 날라갈 수 있으니 이에 대비하자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급변하는 세상에 성능 좋은 안테나 하나쯤은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안테타를 통해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 새로 주목받고 있는 주제는 무엇이며, 앞으로 이런 주제가 직무환경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 올것인지 예민하게 감지해야 한다. 경쟁이나 배움을 무작정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현재든 미래든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파악하고 대처하려는 자세가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된 건 자명하다.  

변화의 흐름 속에 나는 지금 어디쯤 있는지 늘 살펴보는 안테나, 그 성능 좋은 안테나를 가진 것 자체가 중요한 능력이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젠 너무 늦은 건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