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베로 Jean Béraud <After the misdeed>
무슨 잘못을 저지른 걸까요?
몸을 웅크린 채, 얼굴을 뒤덮을 수밖에 없었던 사연은 무엇일까요?
그녀가 참아내려 한 것은 대체 어떤 감정일까요?
어두운 살롱,
짙은 자주빛 벨벳 소파에 파묻은 여인의 옆모습을 바라보다보면,
얼굴을 감싼 손 아래로, 하얀 손수건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 울고 있구나..."
장 베로의 〈After the Misdeed〉에는
후회와 죄책감에 무너진 여인이 있습니다.
제목을 직역하면 ‘잘못을 저지른 뒤’라는 뜻으로,
이 그림이 그려진 19세기 프랑스 사회에서 ‘잘못(faute)’은
보통 도덕적인 일탈을 암시했습니다.
특히 여성의 도덕적 과오는 더 큰 비난을 받았습니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낙인은
후회와 자책으로 뒤덮인 일상을 두려움으로 짓눌렀습니다.
그림만으로는 여인의 사연이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인의 온몸을 감싼 자책과 슬픔이 내면으로 들어오는 순간,
사연 자체에 대한 호기심은 점차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화가 역시 ‘사연’이 아닌 여인의 ‘감정’에 집중하고 싶었던건지,
어두운 배경에 엎드린 여인의 모습을 가득 채워 인간적 고뇌와 내면의 슬픔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잘못된 행동으로 스스로를 책망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군가의 잘못을 분간 없이 냉정하게 단죄할 수는 없습니다.
이 세상에 실수나 그릇된 행동 없이 살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요.
소파에 무너져버린 여인의 모습에서
우리는 인간의 연약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사회적 규범을 넘어선 욕망이 있고,
실수 없이 늘 올바른 행동만 할 수는 없는 존재이므로...
그림에 대한 시선이 호기심에서 연민으로, 연민에서 공감으로 이동하면,
우리는 지난날 흐느껴 울던 일들이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자신에 대한 후회와 자책으로 무너졌던 순간, 우리는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던가요?
그 기억들이 스쳐 지나갈 무렵, 무심결 그림 속 여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다면,
우린 지금 그때보다 조금 평온해진 걸까요?
잠시 이 여인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우릴 바라본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슬픔이 가득한 눈으로 어떤 말이라도 좋으니
그냥 지나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면,
우린 그녀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요?
조금이나마 위로가 된다면,
아래 이 글을 여인에게 전해봅니다.
나는 지금 당신이 참아내는 눈물을 바라봅니다.
아무도 모르게 무너지는 마음,
스스로를 탓하는 고통이 얼마나 무거운지 잘 압니다.
그렇다고 지금의 실수가 당신의 삶 전체를 전멸하게는 하지 말아요.
우리가 영원히 살지 않는 것처럼, 후회도 자책도 영원하진 않을 겁니다.
조금씩 마모가 되겠죠.
아프고 쓰린 기억들이 불쑥 떠올라 두려움에 사로잡힐 때가 있겠지만,
그 기억들이 떠오르지 않는 순간에도 시간은 흐릅니다.
“After the Misdeed, 잘못을 저지른 뒤...”
그래요.
우리는 그 후를 삽니다.
그 후를 살아내야죠.
용서가 필요하다면 그것을 용서하세요.
잊어야 한다면 잊을 용기를 가져도 괜찮습니다.
또 잊지 말아야 할게 있다면 잊지 않는 책임감을 가지세요.
모조리 무너졌어도 지금 다시 고개를 들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그렇게, 그 후의 인생을 담담하게 살아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