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결핍_닿지 못한 사랑과의 화해

에곤 실레 Egon Schiele <Mother and child>

by 예가체프
세상에서 가장 뜨겁고, 가장 강렬한 결핍
Mother and Child
<Mother and child>, 1914

한 여인이 아이를 품에 안고 있습니다.

따뜻한 모성보단 어딘가 알 수 없는 불안과 공포가 느껴집니다.

아이를 감싼 어머니의 시선은 넋이 나간 듯 허공에 멈춰 있고,

아이는 무언가에 놀란 듯 공포에 질려 있습니다.

서로를 안고 있어도 이 불안정한 포옹에는 쓸쓸함이 느껴집니다.


<Dead Mothe>, 1910

<Mother> 시리즈를 그린 에곤 실레는 1890년 오스트리아 툴른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 그는 늘 사랑을 갈망했습니다.

아버지는 가족에게 심한 폭력을 휘둘렀고, 매독으로 서서히 병들어갔습니다.

어머니는 남편의 고통과 가난 속에서 아이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 여유가 없었습니다.

실레는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를 사랑했지만,

아버지가 죽었을 때 그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 어머니를 증오했습니다.

그렇게 실레는 어머니를 사랑하면서 또 원망했습니다.

어머니의 품은 그리움이 대상이면서도 그가 닿을 수 없는 벽이었습니다.

<Mother and Child>, 1910

일찍 외로움을 알게 된 실레는

어머니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 그림을 그립니다.

하지만 그가 건넨 그림은 종종 무심하게 찢겨 나갔고,

그림과 함께 찢어진 마음을 붙잡고 그는 세상과의 첫 거리를 배웠습니다.

그럼에도 Mother 시리즈의 그림들을 살펴보면

어머니와 아이 사이에는 거리가 없습니다.

아무리 허공을 바라보고 따뜻하게 시선을 마주치는 어머니가 아닐지라도

어머니는 그의 곂에 있고

아이 역시 어떻게든 어머니 곁에 매달려 있으려는 것 같습니다.

나를 놓지 말라고, 나를 안아달라고...

간절하게 바라는 것처럼.

<Mother and Child>, 1912

어린 시절의 결핍은 그의 붓끝에 평생 남았습니다.

그림의 인물들은 늘 몸을 비틀고, 눈을 크게 뜬 채 불안하게 세상을 응시하죠.

그들의 표정은 마치 “나는 지금 여기 있어요”라고 외치는 듯합니다.

그림에 등장하는 여인들도 아름다움과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오히려 그림 속 인물들은 상처 입은 인간의 육체이자,

누군가의 사랑을 갈망하는 강한 결핍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Blind Mother>, 1914

젊은 나이에 누구보다 그림에 열정을 쏟았던 실레는

너무나 짧은 생을 살았습니다.

유럽 전역에 퍼진 스페인 독감으로 임신 중이던 아내를 잃었고,

아내와 아이가 죽은 모습을 허망하게 바라보다

사흘 후, 그도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28세.

그의 삶은 짧았고,

붓끝엔 늘 ‘닿지 못한 사랑’에 대한 간절함이 남았습니다.

그의 그림은 결핍을 통해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부족함이 그를 예술가로 만들었고,

그의 그림은 우리에게 결핍을 껴안는 위로를 전해줍니다.

Egon Schiele(1890–1918) <Self Potrait>, 1912


고요한 위로 message.

사랑은 언제나 완전하지 않아요.

때로는 닿지 못하고, 전해지지 않은 채 남기도 하죠.

하지만 그 결핍이야말로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게 하는 가장 인간적인 상흔입니다.

결핍의 자리에서 서로를 안아주세요.

사랑을 배우지 못한 그 자리에서도

우리는,

서로에게 사랑을 채워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