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모네 Claude Monet <카미유의 임종>
하얀 시트 위,
눈을 감은 채 누워 있는 여인의 얼굴이 빛에 잠깁니다.
카미유,
클로드 모네 Claude Monet(1840-1926)의 아내,
인상주의의 대가 모네는
차가운 빛으로 식어가는 아내의 죽음을
그림으로 기억했습니다.
‘아내가 죽어가는 곁에서,
어떻게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모네는 아내의 마지막 숨결을 자신의 방식으로 바라봤습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대면하는 슬픔과 후회, 사랑의 여운을 한 폭의 그림에 담았습니다.
모네는 "빛의 화가"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임종을 맞는 아내의 마지막 모습에도
빛이 침잠되어 있습니다.
아내의 얼굴에서 사라지는 생명의 빛을 따라가며,
그는 색이 상실되는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카미유의 임종>은 모네가 표현한 어느 작품보다
빛이 거칠게 일렁입니다.
붓칠은 휘날리는 눈보라 같고,
카미유는 눈밭에 쓰러져 있는 듯 창백하게 굳어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모네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고 있었던 걸까요?
눈물을 투영한 빛이
사방으로 흩어져 흐릿하게 보입니다.
그의 붓질은 하나하나 이별을 고하는 의식 같고,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지 못하는 남자에게 가해진 날카로운 상처 같습니다.
1865년,
모네는 모델 일을 하던 카미유를 만나 사랑에 빠졌습니다.
모네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고
카미유는 가난한 모델이었기에
모네의 아버지는 이들의 결혼을 극렬히 반대했죠.
심지어 카미유가 아이를 낳았을 때도
아버지는 모네에게 아내와 아들을 떠나라고 협박했습니다.
프랑스에 전쟁이 발발해 모네가 영국으로 도피했을 때, 카미유는 파리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며 힘든 생활을 견뎌야 했습니다.
결국 카미유는 둘째 아이를 낳은 뒤 32세에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을 맞습니다.
<카미유의 임종>은 그녀가 죽어가는 순간을 담은 장면이고,
모네가 죽고 한참 후에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카미유가 죽고 40년쯤 지난 어느날,
모네는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나는 아주 오래전, 깊이 사랑했던 지금도 사랑하는 여인의 죽음을 지켜보았지.
죽어가는 그녀를 바라보며,
난 무의식중에 그녀의 얼굴이 빛과 그림자 속에서 어떤 색을 드로내는지 구별하고 있더군.”
아내의 죽음 앞에서
모네는 그림에 집중하는 자신을 보았습니다.
그런 그림에 대한 집착과 기쁨, 고통을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할거란 고백과 함께 말이죠.
사랑하는 이가 죽어가는 순간, 어떻게 그럴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다시 드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그는 정직한 눈으로 사랑과 이별을 기록했고, 아내의 마지막 모습을 인상주의 화가답게 느낀 그대로 표현했습니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그의 뮤즈는
여전히 모네의 기억 속에 찬란하게 빛나고 있겠죠?
함께한 순간들을 그림으로 마주했기에,
모네는 생을 마칠 때까지 그 깊은 사랑을 간직할 수 있었습니다.
25살 청년 모네의 마음에 처음 들어온
초록 드레스를 입은 소녀도,
어느 봄날 책을 읽는 순백의 여인도,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양산을 든 아름다운 아내와
그들의 아이까지도 말이죠.
고요한 위로 message.
사랑하는 이를 잃는 것만큼
더 큰 상실이 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둠을 밀어내고 천천히 스미는 빛처럼,,
우리는 회복의 시간을 수용하며
다음을 또 살아내야 하지 않을까요?
ABOUT. 빛과 순간의 감정 "인상주의" _ 19세기 후반, 파리의 분위기는 밝았고,거리에는 사람들이 넘쳤습니다. 화가들은 더 이상 어두운 작업실에 머물지 않고, 밖으로 나가 자연의 빛과 공기, 순간의 인상을 그렸습니다. 모네는 가장 대표적인 인상주의 화가였습니다. 르누아르, 시슬레, 피사로 등 인상주의를 함께한 화가들은“사물의 본질”보다 순간의 빛, 공기, 감정의 흔적을 더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인상주의의 그림은 선과 면을 정교하게 그리기보다는 찰나의 온도와 마음의 떨림을 표현합니다. "삶은 한순간씩 스쳐 지나가는 빛의 조각이다. 그 조각 속에 우리의 마음이 비친다.” 모네가 사랑하는 이를 바라보는 마지막 순간까지 빛을 놓지 않았던 이유도 그 때문일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