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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룰 Jan 29. 2021

짬뽕집 아르바이트와 직렬, 병렬

일을 잘한다는 것에 대해서


제 입으로 말하기 쑥스럽지만 저는 일을 잘하는 편입니다. 손도 빠르고 눈치도 빠르죠. 게다가 열정도 있고 노력도 합니다. 일을 못 할 수가 없죠. 한 번은 어떤 일이 있었느냐면요. 제가 짬뽕집에서 아르바이트한 적이 있어요. 방학 때만 잠깐 하는 거였는데, 아니 글쎄 짬뽕집 사장님이 점점 저한테 가게를 다 맡기시는 거예요. 너무 바빴죠. 그래도 어떡해요. 돈이 필요하니 열심히 했죠. 지금 생각하면 시급 2배는 받았어야 했는데, 제가 너무 어렸어요. 아무튼 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어요. 짬뽕집을 인수한 새로운 사장님이었는데, 알바 중에 일 잘하는 알바가 있다고 저를 소개받으셨다나? 나 참. 그런데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사무보조로 일했던 곳에서도 계약 기간이 끝나고 1년이 지났는데, 저한테 다시 일할 생각 없냐고 연락 오기도 했다니까요? 자랑 같지만 사실인걸요.


한 번은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나는 왜 일을 잘하지?’ 그리고 깨달았죠! 제가 다른 사람을 생각하면서 일하더라고요. 짬뽕집에서도 제가 가장 많이 신경 쓴 건 손님이었어요. ‘몇 명이지?’, ‘지금 저 손님은 뭐가 필요할까?’, ‘단무지가 비었네!’, ‘아기 손님이 있으니 서비스로 군만두를 좀 줘야겠다.’ 이런 거요. 자연스럽게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던데요? 사무보조로 일할 때도 마찬가지. 내 문서를 보는 사람 입장에서 편집하면 돼요. 맞다! 제가 한 회사에서 꽤 오래 일했었다고 말했던가요? 그때 직무가 여러 번 바뀌었는데도 어렵지 않았어요. 내가 하는 일의 결과, 끝에 있는 사람만 생각하면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가 보였거든요. 물론 그때도 일 잘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하하. 너무 자주 듣다 보니 이게 대단한 건지도 모르고 살았네요?


아! 맞다, 맞다. 배달의민족 장인성 이사가 쓴 ‘마케터의 일’이라는 책 알아요? 읽어봤어요? 거기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와요. 일을 잘한다는 건 상대를 관심 있게 보고 다음을 상상하며 답을 준비하는 거래요. 그분, 일 잘하기로 소문난 사람이거든요? 근데 저랑 생각이 똑같지 뭐예요? 소름. 확신했죠. ‘나, 일 잘하는 사람 맞네?’ 그런데 제가 잊고 있었던 게 있어요. 일은 나 혼자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는 거죠. 너무 당연한 거 아니냐고요? 세상에 당연하지 않은 게 얼마나 많은데요, 좀 더 들어봐요.


저는 요즘 직렬과 병렬을 생각해요. 네, 과학 시간에 배우는 거요. 전구를 연결해서 빛내는 방식이요. 직렬은 더 밝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병렬은 힘이 약하더라도 오래간대요. 예전에는 혼자 많은 일을, 빨리 처리하는 게 일을 잘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요즘은 직렬이 아닌 병렬로 일할 줄 아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거라 생각해요. 일이라는 게, 특히 회사는 하루만 다니고 말게 아니니까요. 내 앞의 일을 쌓아두고 하나씩 처리하는 게 아니라 쌓인 일을 잘 나눠주는 사람, 모든 일의 진행 속도를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는 사람. 남을 너무 생각하다 보면 일을 나눠주는 게 미안하기도 하거든요. 혼자 일을 꽁꽁 싸매고 처리하게 돼요. 개인의 실력은 늘겠지만, ‘과연 이게 일을 잘하는 건가?’ 싶죠. 또 일을 나눠준다는 건 동료를 믿는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제가 어디서 봤는데, 성과는 혼자서도 낼 수 있지만, 성공은 혼자서는 할 수 없대요. 너무 혼자 하려고만 하지 말자, 동료를 믿고 일을 나누자, 요즘 제가 생각하는 일을 잘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말인데... 영준씨, 이 일 좀 해주시겠어요?



북스톤 긴글쓰기 1기

3주 차 과제 - 일을 잘한다는 것에 관해서 쓰기. 갑자기 생각난 흐름에 신나서 써서 제출했다. 약간 말 많은 상사가 다다다다 말하는데, 결국 일을 시키기 위해서 하는 말이었다는 느낌으로 글을 썼다. 좀 자아도취에 빠진 글이 아닌가 싶어서 공개할까? 말까? 했는데, 김성주 아들 민국이가 인스타 스토리에 올렸던 '할까 말까면 하시고 해도 될까 안 될까면 하지 마세요.'라고 했던 말을 떠올리며 올린다. 민국이 인생은 몇 회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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