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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룰 Feb 13. 2021

돈의 크기가 마음의 크기는 아니지만

내가 돈을 버는 이유

애매한 돈은 사람도 애매하게 만든다. 친구의 경조사에서 관계의 친밀도를 계산하게 하고 술자리에서 오늘 내가 즐길 수 있는 금액을 계산하게 한다. 난 그러고 싶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베풀고 함께라서 행복한 시간을 더 오래 즐기고 싶다. 마음의 여유는 체력뿐 아니라 돈에서도 나오니까.
 
IMF 시절을 회상할 때면 엄마는 말했다. 우리 집은 그래도 아빠가 선생님이라 다행이었다고. 부족하지도 여유롭지도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장바구니에 식자재 외에 과자가 담기는 일은 드물었고 학원도 독서실도 여러 번 요청해야 갈 수 있었다. 소비보다는 절약이, 투자보다는 저축이 더 익숙한 환경이었다. 큰돈을 벌 가능성이 적으니 큰돈을 벌 생각도 하지 않았다. 있는 돈을 지키는 게 더 중요했다. 자연히 살 만큼의 돈만 벌면 된다고 생각하며 자랐다. 쓰지 못할 많은 돈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 느꼈다. 그 생각이 바뀐 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실로 다양한 사람들을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만났다. 살아가는 모습도 살아온 환경도 모두 달랐다. 그중에는 어릴 때부터 부유한 사람도 있었고 사업을 하는 부모님을 둔 사람도 있었다. 어려서부터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도전에 거침이 없었다. 그에게는 실패해도 다음이 있었다. 익숙한 음식만 시키는 나와 다르게 매번 새로운 음식을 도전했다. 음식 맛이 별로여도 불평하기보다 다른 음식을 시킬 여유가 보였다. 사업가 부모님을 둔 사람은 계산을 할 줄 알았다. 기회를 찾을 줄도 알았다. 어렵게 모은 돈이 사라질까 봐 저축 외에는 생각지 않는 나와 달리 돈을 불릴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에 눈이 밝았다. 소비를 투자로 보고 기다리는 여유도 보였다. 나는 그들의 돈이 아닌 돈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가 부러웠다.
 
언제부턴가 ‘사업가적 마인드'를 갖고 싶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일이니 돈이 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더니,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없었다. 적당히 살 만큼만 벌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더니 적당히 현재를 살 수 있을 만큼만 벌었다.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면서 내일도 살아가기 위해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나는 마음을 크게 가지려고 한다. 돈의 주도권을 내가 가져보려고 한다. 돈을 버는 방법에서든, 돈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든.
 
“올해 저는 1억을 모으고 싶어요. 모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왜 1억을 모으고 싶은데?”
“종잣돈? 일단 모아두면 은행에만 둬도 이자로 120만 원은 버는 거잖아요.”
 
연말을 기념하며 함께 여행을 간 동생이 말했다. ‘1억... 나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네'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생각했다. 사업가적 마인드를 갖고 싶었지만, 구체적인 생각은 해보지 않았던 나. 새해 목표에 돈을 추가했다. 월급 외에 매달 10만 원을 추가로 벌어보는 게 올해의 목표다. 지금 내 수중에 1억은 없지만 마치 1억을 은행에 맡겨둔 사람처럼. 월급 외 수익을 버는 방법들을 고민해보고 실행해보려 한다. 다행히 1월도, 2월도 성공했다.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 마음의 저울질을 멈추고 싶어서다. 어쩌면 돈을 벌수록 마음의 저울질을 할 일이 많아질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때 가서 고민해보련다.



북스톤 긴글쓰기 1기

5주 차 과제 - 이번 주제는 돈이었다. 매니저님의 피드백을 반영해서 조금 수정한 뒤, 브런치에 올린다. 글솜씨가 부족해 주제가 조금 벗어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몇 문장을 추가하고 손 봐주신 것만으로 그런 걱정이 사라졌다. 신기해.


https://yourwriting.club/24/?idx=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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