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고양이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보내는 뉴스레터
이메일 뉴스레터 서비스, 스티비로 발송하는 뉴스레터 '냐불냐불'에서 발행한 에세이 2화입니다. 뉴스레터로 보고 싶으시다면 <여기>를 눌러주세요 :)
며칠 전, 양꼬치 집 앞을 지나가다 멈칫했다. '6개월 미만 어린양만 사용합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 불과 몇 년 전에는 맛있는 양꼬치 가게를 찾아다니던 나는, 이제 자랑스럽게 적혀있는 가게의 문구 앞에 멈칫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가게 앞에 잠시 멈춰 가장 태어나기 좋은 날을 고르는 인간에 의해 가장 죽기 좋은 날을 선택받는 양의 생애를 생각한다. 인간이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을 때 죽는 양의 삶.
친구 중 한 명은 붉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 다른 친구는 집에서 만드는 음식에 고기를 넣지 않는다. 대화를 통해, 책을 통해, 혹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듣게 된 그들의 이야기는 하나, 둘 쌓여 성수동 어느 양꼬치 집 앞에서 나를 멈추게 만든다. 그동안 지나친 것들을 마주하고 바라보게 만든다. 지금 난 비건이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 젖은 마음을 갖고 다시 걷는다. 오늘은 고기가 들어간 음식은 되도록 피하자고 생각하면서.
고양이를 키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비슷하게 시작했다. 주변에 고양이를 키운 친구들이 늘어나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접하면서 나도 고양이를 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선배가, 친한 친구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가족이 키우는 고양이들을 만났고 점점 이름을 아는 고양이가 늘었다. 안부를 물으며 고양이의 안부를 묻고 친구의 생일 선물을 챙기며 고양이의 선물도 함께 챙겼다. 나보다 먼저 떠날 확률이 높은, 그렇기에 슬픔이 확실해 키울 생각이 ‘절대' 없던 고양이들은 ‘어쩌면’ 키울 수 있는 존재가 되었고, 결국 우리에게 왔다. 그것도 두 마리나.
매주 뉴스레터 '냐불냐불'을 쓰면서 나와 고양이의 이야기가 세상에 줄 영향에 대해서 생각한다. 나를 위해 쓰는 글이지만, 고양이에 관심이 없던 누군가가 고양이에 관심을 두게 되는 계기가 되어줄 것만 같아서다. 나 역시 30년 넘게 고양이를 키울 생각이 ‘절대' 없었지만, 친구들의 고양이를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며 ‘어쩌면' 키울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으니까. 인생에서는 ‘절대'보다 ‘어쩌면'의 승률이 더 높다.
사랑하는 것,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고민할 것, 슬퍼할 것도 함께 늘어남을 의미한다. 유난히 사람에게 살가운 동네 고양이를 만나면 저러다 해코지를 당하면 어쩌나 싶고 귀여운 아기 고양이 영상을 보면서 소비되는 어린 동물의 귀여움을 고민하게 된다. 마치 별생각 없이 들어가던 양꼬치 집 문 앞에서 머뭇거리게 되는 것과 같다. 그래도 용기를 내서 고양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우리가 울지 않는 세상이 온다면 제일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함께 울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든든하니까.
언젠가 나도 비건이 될 수 있을까?
아직은 자신이없다. 하기야 고양이를 키우는 것도 자신이 없긴 했었지.
"고양이의 시간은 빠르니까, 늘 나보다 먼저 떠날 거라는 생각을 하며 지내요. 그래서 좋았던 기억을 글로 묶어두고 싶어요. 아, 글을 쓰는 가장 큰 원동력은 마감이잖아요! 조만간 이 주제로 개인 뉴스레터라도 발행해볼까 해요. - 냐불냐불 발행인 https://brunch.co.kr/@yirul/33"
그냥 고양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뉴스레터를 보냅니다. 한 달에 한 번은 에세이를 보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