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차 신입사원이 매일 ‘칼퇴’하고 있다. 팀장이나 선배들 눈치 안 보고 그야말로 ‘육땡’이다. 선배들은 종종 늦게 퇴근하거나 야근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보다 못한 입사 3년 차 선배가 신입을 불러 점잖게 얘기한다. 눈치 봐가며 퇴근하라고. 그런데 신입의 답변이 신박하다. “선배님, 퇴근 시간은 퇴근하라고 있는데 제가 제때 퇴근하는 것이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와우! 선배는 한 방 크게 먹었다. 자기를 꼰대 같은 선배라 바라보는 후배에게 어떻게 해야 하나. 과연 누가 꼰대인가.
꼰대라는 말이 유행이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어른이나 상사를 향해 너도나도 꼰대를 남발한다. 심지어는 꼰대의 정도를 테스트하는 인터넷 진단 사이트도 등장했다. 직장에서 상사는 까딱하다간 꼰대가 되기 쉽다. 소위 ‘라떼는 말야...’가 아니더라도 공자 같은 얘기나 살짝 잔소리만 해도 꼰대로 내몰리기 일쑤다. 집에서도 그렇다. 자녀들에게 잘못된 태도나 불친절, 게으름, 지나친 이기심 등을 지적하고 타이르면 자녀들은 또 잔소리라며 꼰대란다.
위키백과에 의하면 꼰대는 본래 아버지나 교사 등 나이 많은 남자를 가리켜 학생이나 청소년들이 쓰던 은어였는데 근래에는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질을 하는 직장 상사나 나이 많은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변형된 속어이다. 즉 꼰대는 기성세대가 그들의 잣대로 젊은 세대를 훈계하거나 잔소리를 하면 젊은이들이 반발심을 가지고 쓰는 말이다.
꼰대가 부정적인 것은 무엇보다도 사고가 한쪽으로 굳어 소통하기 어려운 사람이란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든지 그런 사람과 같이 있으면 불편하고 힘들다. 호의적 관계 형성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직장에서는 팀웍이 중요한데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누구나 꼰대라 불리길 원치 않는다.
그런데 꼰대라는 용어는 젊은 층이 기성세대를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온라인 설문 조사회사 엠브레인이 2019년 직장인 1,000명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꼰대가 나이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부정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중장년층과는 달리, 20대 젊은 층의 80% 정도가 자신들 세대에도 꼰대가 있다고 답해, 꼰대는 나이에 상관없이 부정적으로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인 구직 플랫폼 회사 사람인이 2020년 직장인 979명을 조사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약 71%가 사내에 젊은 꼰대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고 한다. 젊은 세대에서도 기성 꼰대와 같이 지적이나 훈계 등 잔소리를 자신의 후배에게 늘어놓는 젊은 꼰대가 의외로 많이 있음을 뜻한다.
이처럼 꼰대란 용어는 나이 많은 세대를 타겟으로 출발했지만 이제 그 용어의 쓰임새는 세대를 관통하고 있다. MZ세대로 불리는 젊은 세대도 기성세대와 유사한 꼰대 행태를 보이면 그들의 후배들로부터 언제든지 꼰대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세대에 무관하게 꼰대적인 행태를 보인다면 누구나 꼰대가 될 수 있음이다.
사람인 조사에서는 이러한 젊은 꼰대의 유형과 특징도 조사했다. 이 조사에서 최악의 젊은 꼰대 1위는 ‘자신의 경험이 전부인 양 충고하며 가르치는 유형’(24.4%)이었고,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라고 하고 결국 본인의 답을 강요하는 유형’(18.6%), ‘선배가 시키면 해야 한다는 식의 상명하복을 강요하는 유형(14.3%), ’개인보다 회사 일을 우선시하도록 강요하며 사생활을 희생시키는 유형(8.3%), ‘“나 때는~ 식으로” 시작하여 자신의 과거 경험담을 늘어놓는 유형’(7.9%), ‘본인보다 어리면 무시하는 유형’(7.7%) 등의 순이었다.
또 젊은 꼰대의 특징으로는 ‘자신은 4050 꼰대와 다르다고 생각한다’가 52.1%(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자신은 권위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38.5%),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34.8%), ’후배의 입장을 잘 이해한다고 생각한다‘(21.1%), ’후배들과 사이가 가깝다고 생각한다‘(18.6%) 순이었다. 하지만 정작 젊은 꼰대와 기성세대 꼰대를 비교했을 때 ’둘 다 비슷하다‘는 응답이 75.4%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와 같은 조사 결과는 젊은 꼰대 또한 기성세대의 꼰대의 행태와 크게 다를 바 없음을 보여준다. 또 젊은 꼰대는 남들에게는 꼰대로 비치는데 스스로는 그러한 인식을 하지 못하거나 탈권위적 또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젊은 꼰대일수록 ’내로남불‘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스로는 인정하기 싫겠지만 꼰대의 길에 들어선 젊은 꼰대들, 누구인가.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은 젊은 꼰대는 불만을 입에 달고 사는 ’프로불만러‘ 형이다. 이들은 회사나 하는 일에 대해 또 자기 상사에 대해 매사 불만이 많거나 투덜대는 사람이다.
연봉이 적다, 복리 후생이 꽝이다, 야근이나 주말 근무가 많다, 보수적이다, 소통이 안된다, 기업문화가 후지다, 상사로부터 배울 게 없다, 중장기비전이 없다, 임원들은 뭘 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다른 회사는 연봉도 많이 주고, 통신비를, 차량 유지비를, 건강검진비용을, 취미활동비를 지원해주고, 또 원하는 만큼 휴가를 보장해준다는 데...
사람도 그렇듯이 회사마다 여건이 다르고 모든 회사는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어떤 회사나 조직이든지 불만 유발 요인들이 존재하고 다른 데와 비교하여 부족한 것들이 있을 수 있다. 회사는 직원 다수가 갖는 불만에 귀 기울여야 하고 또 그것을 개선하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어떤 특정 개인의 일상화된 불만이다. 어린아이 같은 철없음을 넘어 조직에 갖는 불만이 습관화된 사람들이다.
그래서는 조직이나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같은 방향을 가는 데 훼방꾼이 되기 쉽다. 회사에 로얄티 없이 불만에 가득 찬 상태로 다닐 바에는 회사를 떠남이 낫다. 이런 사람에겐 늘 남의 떡이 맛있고 더 커 보일 텐데 막상 남의 떡을 먹어 보면 과연 그럴까. 불만 많은 사람치고 일 잘하는 사람은 없다고 하는데 유념할만하다.
’블라인드‘라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를 봐도 마찬가지다. 거기엔 통상적인 불만을 넘어 회사의 인사나 정책 등에 대해 건건이 악의와 조롱을 일삼는 사람들이 있다. 익명을 이용한 이들의 말도 안 되는 불만에 회사가 반응할 리 만무하며 반응해서도 안 된다. 그들이 회사 내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궁금하다. 불만이 힘을 얻으려면 주변 동의를 얻을 수 있는 합리적인 문제 제기여야 한다.
다음으로는 자기중심적 무례(無禮)형이다. 즉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없거나 친절함, 상냥함 또는 온유함이라곤 전혀 없는 사람들이다. 여기엔 예의가 없는 결례형,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싸이코형, 조롱이나 폭력성이 있는 인격 장애형 등 다양한 유형이 존재한다.
이 유형은 보통 상대방에 대한 의식과 배려 없이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이 빠져들기 쉬운 꼰대의 길이다. 무례형 인간은 어떤 특정한 사람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동기들이나 후배들, 나아가 가족들에게도 그렇다고 한다. 일종의 DNA다.
반대로 친절함과 좋은 매너는 삶을 성공으로 이끄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똑똑함보다는 친절함이 더 낫다는 탈무드의 격언도, 군자가 예절이 없으면 역적이 되고, 소인이 예절이 없으면 도적이 된다는 명심보감의 얘기도 예의와 친절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좋은 매너와 친절함은 직장에서는 물론 직장 바깥의 교우 관계나 사회적 활동, 나아가 가정에서도 삶을 성공으로 인도하는 인격의 상징인 것이다.
최근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중 과거 학창시절 ‘학폭(학교폭력)’에 연루되어 중도하차 하거나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 사람이 있다. 잘 나가던 유명 배구선수 자매가 그랬고, 프로야구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거론되던 유망한 고교생이 과거 후배에게 폭력을 휘두른 사실이 밝혀져 어떤 구단도 그를 지명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 아무리 전문성이 있어도 인격적으로 기본이 안 되면 그 전문성마저 통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렇듯 철모를 때 한두 번의 가벼운 실수가 아니고 그것이 상대방에게 깊은 상처를 남길 정도로 심각했다면 나중에라도 그것은 화살이 되어 나에게 날아올 수 있다.
직장에서도 자신의 무례함으로 누군가에서 상처를 주거나 원성을 산다면 남모르게 복수를 꿈꾸는 동료나 선후배가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무례하거나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행태가 누적되면 그 사람에겐 수많은 적이 만들어지고 있음이다.
‘저는 5년차 직장인데요. 월요일 날 신입사원이 새로 들어왔는데 아침에 출근할 때나 저녁에 퇴근할 때 한 번도 인사를 안 하더라구요. 첫날도 아니고 5일째인데 아직도 그러는 건 좀 아니다 싶어 다른 동료 선후배들한테도 물어봤더니 인사받은 기억이 없다고 하길래 좀 전에 조용히 불러서 인사하고 다니자고 얘기했어요. 근데 그 후배가 인사는 아무나 먼저 해도 되지 않냐고 죄송한데 너무 꼰대 같으시다고 얘기해서 말문이 막혔네요. 요즘은 인사 안 하는 신입한테 인사하라고 한마디 하면 꼰대인 건가요?’
나무위키에 소개된 역꼰대 사례이다. 연장자의 의견이나 충고, 혹은 행동조차 꼰대가 하는 것이라며 무시하고 배척하거나 나아가 모든 연장자와 윗사람을 꼰대로 규정하고 소통 자체를 거부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하는 소위 역꼰대 현상이 젊은 층에 있다고 한다.
특히 기본적인 예절이나 도덕적인 규범을 조언하는 것도 꼰대가 하는 짓이라며 비하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는데 심한 경우 업무에 대한 선배의 조언조차 그냥 싫은 소리 한다고 꼰대로 몰아가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선배나 연장자들이 위의 사례처럼 점차 충고나 조언을 꺼리게 되는데 이는 상호 갈등이나 불통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러한 역꼰대는 앞서 얘기한 무례형, 즉 선배뿐만 아니라 동료나 후배에게도 무례한 사람인 경우가 많아 높은 확률로 꼰대가 된다.
젊은 꼰대의 이 같은 세 가지 관점에는 모두 상대를 불편하게 하고 소통을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다 취미 활동은 극성인데 일에는 별 열성이 없는 사람, 일을 통해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가 희박하거나 멈춘 사람 등 삶에서 근간이 되는 ‘업(業)’에 영혼이 ‘일’도 없는 사람은 신종 꼰대라 부르고 싶다.
툭하면 상사에게 꼰대질한다고 투덜대지만 정작 본인의 일에 프로 근성이 없다면, 업무에 최선을 다하지 않고 설렁설렁하고 있다면, 일터를 월급을 받는 곳으로만 인식하고 있다면 직장의 삶에 영혼이 있을 리 있나. 그러니 아무도 좋아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는 사람, 불편한 사람, 마음 터놓고 대화하기 힘든 꼰대가 될 수밖에.
보통 꼰대는 나이 들어 생각이 고루해지면서 듣게 되는 데 젊어서부터 꼰대라는 소리를 들으면 어떻겠는가. 당장 기분도 나쁘겠지만 직장에서 헤쳐나갈 앞길도 험난하지 않을 수 없다. 꼰대에게는 우군은 없고 적군만 득실거리기 때문이다. 우군 없이 직장이든, 사회든, 가정이든 온전할 리 없으며 성취와 전진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주변을 한번 살펴보자. 정녕 누가 꼰대인지. 구태의연한 기성세대 꼰대도 있을 것이고, 이들을 꼰대라 비하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꼰대적 모습을 보지 못하는 젊은 꼰대도 있을 것이다. 꼰대엔 세대 구분이 없다. MZ세대인 당신도 꼰대일 수 있음이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자신도 모르게 꼰대가 되어가는지를 성찰하는 습관을 젊어서부터 들여야 한다. 특히 직장에서는 자기를 비춰주는 동료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남의 눈에 들어있는 조그만 티는 보면서 정작 자신의 눈에 있는 들보를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면 되겠는가.
이렇듯 자기의 생각만이 옳다는 착각과 상대를 불편하게 하는 나쁜 습관, 바꾸지 않으면 정녕 꼰대의 길을 가게 된다. 직장에서 꼰대의 길에 들어서면 개똥철학으로도 인정받지 못할 것이며, 조직에서 왕따가 됨은 물론 자칫하면 삶 전체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그러니 젊은 꼰대, 잠 깨어오라, 태양 같은 젊은 그대.
정신과 의사 정혜신 박사의 ‘당신이 옳다’라는 책을 보면 ‘‘충조평판’ 날리지 말고 공감하라‘는 내용이 있다. ‘충조평판’은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을 줄여서 한 말인데 의외로 우리 일상 언어의 대부분이 ’충조평판‘ 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는 상대방과 대화를 끊게 만드는 매우 안 좋은 습관이며 심리적으로 부정적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보다는 상황을 깊이 있게 이해하려 하는 공감 노력이 진정한 관계를 만드는 힘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