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럽덥대장 Jun 25. 2020

럽덥, 100일동안~

브런치에 글을 쓴 3월 16일부터 6월 24일 전의 기록은 없었다.

럽덥에 대한 내용을 쓰려 다짐하게 되었고,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왔다. 3월 16일의 기록이 나를 반겼고, 럽덥을 시작하기 전의 글이었다. 이 공간은 그때와 다르게 제법 가게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우연의 일치인지 이 글을 쓰기 전날인 어제 23일까지가 100일의 기간이었다. 럽덥을 준비하기부터 100일동안의 일들을 써보려 한다. 길어지면 편을 분리해보고.



가게에 들어가기 전날까지

작년 이맘때쯤 다른 공간을 준비해서 오픈했었다. 서점이라고 해서 가오픈을 운영하고서 문을 닫았지만, 어쨌든 그때 고생했던 것이 빛을 봤던 순간이 문뜩 찾아왔다. 첫번째 편에 쓴 것처럼 솔직히 돈이 없었다. 3월이면 학교가 개학을 해서 학교에 가서 강의를 해야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그러지도 못했을 뿐더러, 사실 작년부터 나는 회사에 소속이 되어서 정규직으로 일을 하고 있지 않아, 수중에 가지고 있는 돈이 많이 없었다. TMI이긴 하네. 눈은 높았지만, 나의 수준에 맞게 가게를 꾸미기로 했다. 그리고 천천히 하나씩 디테일한 것들을 만져나가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4월 8일 페인트칠하기

10평 정도 되는 공간이다. 작은 동네에 있는 모퉁이에 위치해있고, 2면이 통유리로 커다랗게 밖이 보이는 구조로 되어있는 곳이다. 럽덥이 들어오기 전에는 작은 카페가 운영되고 있었고, 이 길에만 2개의 카페가 더 생기는 바람에 문을 닫았다. 전부 어두운 톤의 벽지로 사용되고 있었던 것들을 흰색으로 칠해야해서 꽤나 고생을 했다. 벽에 프라이머부터 칠했다. 어두운 벽지여서 흰색 페인트로 칠하면 밑에 색이 잘 보일 수 있어서. 약간 크림빛을 띄는 그런 색으로. 조금씩 칠할 때마다 막막했다. 생각외로 공간은 컸고, 너무 힘들었다. 아침부터 낮까지는 동생이 도와주었고, 밤에는 아빠가 와서 나머지 페인트 칠을 도와주었다. 그렇게 하루만에 10평 공간의 페인트칠을 마쳤다. 바닥에 떨어진 페인트 흔적들 때문에 훗날 계속 고생했지만, 내손으로 또 다른 공간 하나가 깔끔하게 변하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페인트칠은 토요일에 노동자들을 모아서 하려고 했었고, 밥한끼 사주고 함께 하려 했었다. 아빠가 그냥 너 혼자해!라는 말에, 그렇게 되었고, 동생 도움, 아부지 도움으로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는 소식. 비포 애프터의 느낌으로, 그래도 완료된 사진 보니까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



4월 13일 공간에 들어오다.

럽덥의 시작날이었다. 개업식을 할 것도, 사람을 많이 부르기도 애매한 요즘의 상황으로 인해 조용히 혼자 공간에 있었다. 은행에 가서 보증금에서 계약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집주인께 보내드리고, 럽덥으로 왔다. 일을 저질렀다. 이렇게 한 공간의 운영자가 되고야 말았다. 공간에 둘 가구를 사기로 했다. 아이들을 교육할 거고, 모임도 운영할 공간이라 커다란 책상이 있어야하고, TV도 있어야 했다. 엄마아빠가 만들어준 옷을 걸 헹거도 필요했다. 집 근처 재활용센터에 갔다. 생각보다 깔끔한 물품들이었고, 혹하는 것들도 많이 있었다. 커다란 책상과, 공간과 어울릴만한 책장, 전신거울, 예쁜 바의자와 선반 등 한트럭 구입했고, 30만원이 채 나오지 않는 가격으로 많은 것들을 마음에 들게, 내가 생각하는 공간과 어울리게 들여놓았다. 


4월 14일 황학동과 창신동 그리고 동대문 시장까지

의자를 사기로 했다. 예쁜 의자였으면 좋겠는데, 생각보다 의자값이 비쌌다. 황학동에 의자 중고매장을 찾아가기로 했고, 무서워 보이는 아저씨들이 잔뜩 있었다. 분위기는 동대문시장과는 달랐고, 그냥 좀더 시크한 분위기였달까.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드디어 마음에 드는 의자 가격을 물었다. 세트로 나온 의자였고, 구입해둔 커다란 책상과도 어울릴 것 같아보였다. 솔직히 감은 안왔다. 의자가 생각보다 구입하기 어려운 가구라는 걸 많이 느꼈던 날이다. 어떻게 어떻게 하다가 6개 세트를 구입했고, 한개 남으면 또 어차피 싸게 주실테니, 저한테 싸게 달라는 용기있는 한마디로 반값에 의자 하나를 가져올 수 있었다. 내가 메인으로 앉아있을 의자와 장식용으로 쓰고 싶은 의자 두개를 더 사왔다. 배달 받을 생각에 설렘설렘 설레지 않을 수 없었다.

황학동부터 창신동까지 쭉 걸었다. 창신동 완구매장에서는 신기한 문구용품들을 구경했고, 거울에 붙일 예쁜 스티커도 구입했다. 어쩌다보니 발길이 닿아버린 동대문 시장에서는 소소하게 판매해볼까 생각했던 열쇠고리들을 구입해왔다. 돈이 참 만만치 않게 든다는 걸 깨달은 하루. 



어느날 밤 운명처럼 나타난 책상.

엄마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날, 집에 걸어가고 있었다. 가구점 앞에 뭔가 운명처럼 만난 가구 하나. 가구점에서 내놓은 기다란 책상 하나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원하시면 가져가세요" 그걸 보자마자 엄마와 나는 눈빛이 통했고, 바로 책상을 럽덥에 가져다 놓기로 했다. 거의 내 키보다 큰 책상이라 생각보다 무거웠고, 힘들어서 동생과 동생 남자친구를 불러서 넷이서 열심히 들고 옮겼다. 거의 한정거장이나 열심히 들고 옮긴 책상. 길거리를 넷이서 들고오는 길이 너무 웃기고, 재밌었다.



4월 18일 토요일 첫번째 손님

럽덥랜드 OPEN

럽덥을 오픈하고 첫번째 손님이 놀러왔다. 역시 하뉴 친구들이었다. 혀네와 동하오빠와 함께 보드게임을 하기 위해 모였다. 이날을 위해 스플렌더를 구입했고, 무사히 도착한 스플렌더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밥을 배달시켜서 먹었고, 와인을 마셨고, 또 스플렌더를 했다. 그렇게 먹고, 논 날.



4월 23일 목요일 낮의 두번째 손님들

스플랜더 짱잼...

첫번째 날에서 멀지 않아 두번째 손님들이 찾아오셨다. 그들은 바로바로 저기 골목길에서부터 존재감 뿜뿜하고 등장하던 지영, 수호!!!! 이날은 위대한 날이었다. 시작은 노는 걸로 했으나, 공부도 함께하고, 럽덥의 글도 부탁했던 아주 소중한 날이었다. 

평소에 수호오빠의 글 스타일을 좋아했다. 뭔가 럽덥은 내가 아닌 제3자의 시선에서 글이 쓰이기를 원했다. 그래서 이날 럽덥에 앉아서 내가 앞으로 할 것들에 대해서 쫑알쫑알 이야기를 했다. 심히 고민에 빠졌던 오빠는 내게 몇가지 질문을 했고, 다음에 써서 글을 보내주기로 했다. 그리고 정말 며칠 뒤에 보내주었다. 럽덥의 글을. 딱 맘에 들었고, 내가 원하는 럽덥의 방향 그대로였다. 정체성이 뭔지 모호한 그런 곳. 각자 사용자들이 경험을 하면서 그것에 대입을 시키는 그런 곳. 아무튼 이날은 낮부터 저녁이 될때까지 그렇게 게임을 하고, 각자 할일을 하고서 저녁까지 거하게 먹고서 헤어졌다. 



4월 24일 금요일 준성 고은 놀러오다.

그 다음날 마이 씨스터와 준성오빠가 놀러왔다. 럽덥 저녁 모습을 개시한 첫날이었다. 감성적인 조명들과 어우러지는 공간. 이날을 위해 구입한 애플TV가 마침 도착했고, 유튜브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또 맛있는 거 시켜서 먹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날도 어김없이 스플랜드를 몇판 하고서, 쏘주를 마셨다. 



4월 25일 토요일 혀네 수빈 놀러오다.

솔직히 매일 놀았나보다. 아니 일 사이사이에 잘 하고, 저녁이 되면 친구들이 놀러왔다. 그래도 먼데도 여기까지 찾아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행복한 럽덥주인장. 오늘은 요 공간에서 사진을 찍으면 예쁘다는 것과 럽덥 외관을 어떻게 꾸며야할지 정하게 된 특별한 날이다. 애들이랑 요 뒤에 아무것도 없는 벽을 배경으로 사진을 계속 찍다가 오! 인생네컷을 만들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고, 곧바로 실천을 해봤다. 나름 깔끔하게 나왔고, 귀엽고 재밌게 나온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그렇게 놀면서 탄생한 럽덥 인생네컷! 밖에 외관에는 이렇게 네컷을 걸어놓을 공간이 있는데, 거기에 이런 그림을 그려서 걸어놓기로 했다. 

혹시 원하면 만들어주는 인생네컷! 사진을 찍어주고, 그리고 편집을 그 자리에서 바로 해서 뽑아줄 예정이다. 가격은 얼마로 하지...? 럽덥 네컷!



4월 26일 일요일 혼자만의 시간

오늘은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외관에 채워야할 것들을 생각하면서. 이 가게는 원래부터 빨간색의 철제 외관과 검은 테두리의 사진4컷이 있는 곳이었다. 그 네개의 틀에다가 어떤 것들을 넣을까 고민하면서 예쁘게 그리기 시작했다. 창문에는 친구의 그림 초안을, 간판에는 럽덥 로고를 합성해서 보았다. 뭐가 더 나을지 고민하면서 가게를 꾸며나가는게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오른쪽 그림들은 결론적으로는 바뀌었고, 캐릭터들 셋이서 싸우면서 인생네컷을 찍는 과정을 꾸몄다.



4월 29일 수요일 급 슬기의 방문

나의 고등학교 2학년과 3학년을 함께했던 슬기가 놀러왔다. 저녁에 급으로 연락해서 만난 날. 이날은 사실 낮에 간판을 받고서 혼자서 매우 내적 행복을 즐기고 있었다. 자랑하고 싶은데, 사람이 없어서 혼자 오예!!! 예뻐 맘에들어!! 했던 날. 그런데 무려 슬기가 오다니ㅠ.ㅠ 행복이 한스푼 추가가 되었다. 슬기는 회사 퇴근해서 바로 럽덥으로 왔고, 나에게 맛있는 곱도리탕을 저녁으로 사주었다. 쏘주한잔을 함께 마시기 위해 거의 주방과 같은 럽덥 앞 CU를 다녀왔고, 우리는 그렇게 한아름 맛있는 것들을 먹기 시작했다. 슬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애플티비 어플 중에 춤을 출 수 있는 것이 있는 걸 발견했고, 들어가서 그렇게 춤까지 췄다. 2면이 창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춤을 췄다. 재밌었다. 또 추고 싶은데 말이야.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서 글을 다음편에 써야지 했는데, 

아, 4월까지만 써야지 했는데. 4월 30일까지 마지막날까지 손님들이 오셨다니. 소름...

그럼 4월의 마지막 손님들을 소개해드립니다.

그런데, 이들과의 하루를 보니까 한편 특집으로 써야할 분량이어서, 다음편에 특별편으로 만들어서 돌아오겠습니다.


급 마무리.


작가의 이전글 갑자기 생긴 공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