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정의된 가치 축에서 의미 찾기
통계처리 방법론은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회귀분석(regression analysis)은 생물학자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이 '평균으로의 회귀'(regression to the mean / regression towards mediocrity) 현상을 증명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귀(regress), 즉 평균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는 거의 사라졌다. 요즘에는 두 개 이상의 변수 간의 가설 모델을 만든 뒤 독립변수와 종속변수를 설정하고 이들의 관계를 통계적으로 살펴보는 대부분의 방법론을 회귀분석이라고 확장시켜 표현한다. 이 방법은 대부분의 현상을 단순화하여 설득하는데 효과적인 도구로 사용되며 가장 일반화된 수단으로 신뢰를 받고 있다. '확보된 데이터' 범위 안에서의 예측을 내삽(interpolation)으로, 주어진 데이터 범위 밖에까지 확장해서 예측하는 것은 외삽(extrapolation)이라고 한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이 단순화시키기에는 한계가 있기에 많은 오류를 대처하기 위해서 단순 회귀에서 출발하여 다중회귀 등으로 보완을 거듭한 통계 방법론으로 진화, 발전되어왔다. 그런데 이러한 통계처리는 모두 앞서 표현된 대로 '축적된, 확보된'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는 사실이다. 지나간, 누적된 정보에서 데이터 간의 의미를 찾아내고 그런 경향이 지속될 것이라는 가정하에 '예측'한다.
전혀 새로운 대체 철강공정(alternative ironmaking process)을 자체 개발하여 상용화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오면서 가장 많이 봉착했던 문제는 직급과 경험이 많은 상위 관리자나 개발자들과 이제 막 공정개발에 참여하는 신입 엔지니어 간에 문제 판단 및 해결에 관해 전문성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단위기술과 문제 해결의 일반화 측면에서는 역량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통합되어 나타나는 공정운영 결과를 해석할 때는 권위 있는 판단이 항상 경험자들로부터 제시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미 자칭, 타칭 전문가라고 전면에 나선 시니어들은 개발 공정과는 다른, 오랫동안 존재하던 공정에서 전문성을 키워왔기에, 해당 공정에서만 강력했던 처방이 여전히 유효할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다. 결과적으로 나타난 현상에 대해, 1) 확실히 설명 가능한 것, 2) 설명 가능하긴 하지만 다시 확인이 필요한 것, 그리고 3) 확신이 서지 않는 것으로 분류해서 정리하면, 대부분 2), 3)으로 모아지는 비율로 넘쳐났다.
과거에 경험한 공정에서는 1)과 같은 유형은 시니어들의 경험과 전문성으로 쉽게 설명될 수 있었다. 하지만 2),3)의 유형은 이전에 경험한 데이터로 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였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빠른 근대화, 산업화를 이루었던 대부분의 방법론은 검증된 선진 공정을 도입하면서 이미 체계화된 개념을 경쟁자들보다 더 많이 이해하고 빠르게 기억하는 방식이었다. 산업화의 고된 삶을 보내며 이제는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과거의 전문가들은 선진국이 앞서 간 성취를 모방하고 추종해 왔던 경험에 익숙하기에 자신만의 비밀노트나 누렇게 바랜 자료 뭉치를 통해 '고유 회귀식'에 집중하였다. 하지만 어느샌가 여러 분야에서 선두로 달리기 시작하면서 고유의 기술을 개발하는 상황에서는 그런 경험과 자료가 존재하지 않기에 노련했던 전문가들은 경험이 적은 엔지니어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함께 허둥대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러기에 역설적으로는 권위적일 수 없어서 별 수 없이 수평적 토론이 일상화된 장점도 생겨났다. 단계별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이어질 때마다 곤혹스럽지만 공통된 합의에 근거해서 의사 결정하기도 했다. 물론 '새로운 판단이 있기 전까지만 유효한 결정'이라는 단서를 달고. 그 결과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데이터에 근거한 회귀분석 결과는 통계적으로도 신뢰도 높은 해석을 제시할 수 없었기에 도출된 결론이 빠르게 수정되는 상황을 여러 번 경험해야 했다.
지금까지는 축적된 데이터가 비교적 예측 가능한 구조속에서 발생되었기에 대체적인 속성은 동질성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4차 산업 및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되는 특이점을 지나는 사회에서는 1,2차 산업혁명기를 통해 획득했던 많은 경험과 지식들이 설득력 있는 예측에 얼마나 활용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과거의 경험에서 얻은 지식만으로는 새로운 가치 축으로 재구성된 파라다임 속에서 맞닥뜨린 여러 문제를 해석하는데 한계를 가질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성장시킨 과거의 체계 산물에서 체득한 다양한 경험과 데이터는 그 자체로 유효함을 갖겠지만 단순 회귀분석보다는 지식을 구조화하여 얻은 통찰력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누적된 과거의 빅데이터를 친환경, 탄소중립 및 지능화 등의 재정의된 가치 관점을 가지고 대전환 사회를 슬기롭게 읽어낼 수 있는 예지력이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