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연결하려는 야망
저자는 미국 사람이고 중국 전문가이다. 이 책은 중국이 자국을 중심으로 세계를 연결하고 패권을 쟁취하려는 야망을 빠삭하게 분석한다.
정보통신기술에 대해서 아는 게 없는 나는 굉장히 읽기 힘들었다. 국제정치에 너무너무너무... 관심 있는 사람이 읽으면 재미있을지도 모른다. 보통 사람이 읽으면 지루하다.
내가 이해한 수준에서 간단하게 요약정리하면:
비단길(Silk Road)은 고대 중국과 서쪽의 각 나라들을 이어주는 무역 교통로의 총칭이다. 오늘날 중국은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더 넓은 지역, 더 많은 국가들을 연결하려고 한다. 이른바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디지털 실크로드'를 개척하는 것이다.
방법은, 저렴한 가격으로 중국 제품과 서비스를 대량으로 해외에 수출하는 것이다. 통신장비를 팔고, 인공지능 감시카메라를 팔고, 해저케이블을 깔고, 위성을 만들어 팔기도 하고 발사도 해주고... 등등등.
이렇게 전 세계에 '메이드 인 차이나'가 쫙 퍼져나간 다음 비밀스럽게 원하는 데이터를 수집하여 중국으로 전송한다. 전송된 데이터는 중국이 경제 및 군사면에서 우위를 점하도록 돕는다. 중국은 이미 광폭 행보를 펼치고 있고, 미국 입장에서는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먼저 왜 이지경까지 왔는지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크게 3가지 주체로 나눠서 정리해봤다.
1. 중국
중국 기업은 정부의 보조를 받아 저렴한 가격으로 장비를 수출한다.
중국 기업은 선진국의 시골지역과 개발도상국을 공략한다. 이런 지역은 인프라가 취약해서 인터넷 연결을 해주려면 가성비가 맞지 않기에 선진국 기업은 손을 안 댄다. 해외에 파견된 중국 직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성실하게 업무를 이행한다.
중국 기업은 중국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미끼로 외국 기업과 합작회사를 차린 후 그 대가로 기술을 뽑아간다. 경쟁사의 인재들도 잘 모셔간다.
중국 기업은 선진국의 경영 노하우를 배우려고 한다. 화웨이는 미국의 컨설팅 기업을 거액에 고용하였는데 이 컨설팅 회사는 중국 직원들에게 회의를 효과적으로 진행하는 방법까지 자세히 가르쳤다고 한다.
2. 미국
미국 기업들은 중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 중국 기업들과 합작하기를 원한다. 합작에 방해되는 정책이 생기면 국회의원들을 로비하려고 국회의사당에 몰려든다.
미국 정부는 중요한 기술이나 장비 부품이 중국에 수출되는 것을 막아야 하지만, 수출이 줄면 일자리도 같이 줄기에 골치 아프다.
3. 기타 나라
미국의 동맹국들은 중국 제재에 엄격하지 않다. 중국이 보복조치를 취할까 봐 두려운 것도 있고, 또 미국이라고 해서 원하는 대로 다 협력해줄 필요가 없다.
개발도상국 국가들은 저렴한 가격을 선호하기에 중국 제품이 매력적이다. 성장과 발전이 중요하기에 프라이버시 따위 기꺼이 희생할 의지가 있다. 그래서 아무리 중국자본이 위험하다고 사지마 사지마 해봤자 먹히지 않는다. 그럼 미국 너넨 믿을만하냐고...
그래서 미국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냐고? 내가 다른 건 이해를 못 하고 딱 두 가지만 알아들었기 때문에, 고것만 요약해보겠다.
1. 미국과 동맹국은 디지털 예산을 늘리고 디지털 인프라에 더 투자를 해야 한다.
2. 개발도상국을 설득할 때는 중국이 물건을 팔 때 한 약속과 실제 결과가 크게 다르다는 쪽으로 몰아가야 한다. 중국 제품은 하자가 많아서 해당 기능을 보충하려면 큰돈이 들어간다. 초기 비용은 쌀지 몰라도 유지 보수 비용이 많이 들기에 합산하면 절대 싼 게 아니다... 등등.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통신기술과 인터넷이 중국에서 자유를 전파하고 독재를 종말 지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현 중국의 상황은 그들의 바람대로 흘러가는 것 같지 않다. 이 책은 솔직히 기술용어가 많아서 소화하기 어려운 책이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남기며 서평을 마치려 한다.
아주 옛날에 화웨이의 창시자 런정페이는 고가 컨설팅 비용에 관한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이런 부분에서 어리석게 굴면 안 된다. 시간당 680달러를 지불하는 대신 그들은 30년 넘게 쌓아온 지식을 전해준다. 컨설팅비를 깎아달라고 하면 지난 3개월 동안의 지식만 넘겨줄 텐데, 어느 쪽이 더 나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