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리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티라미수 Aug 29. 2021

인류가 멸망할 확률 1/6

<사피엔스의 멸망> 리뷰

인류는 현재 어떤 위험에 놓여있고 앞으로 멸망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 책에 나오는 위험 요인 중 굵직굵직한 것들로 골라보았다. 하나씩 알아보자.


자연적 위험


1. 소행성 충돌


지름이 1킬로미터 이상인 소행성 중 95%가 이미 발견되었고 그중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은 없다고 한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5% 소행성이 다음 100년 동안 지구를 위협할 확률은 12만 분의 1로 추정된다. 지름이 10킬로미터 이상인 소행성은 모두 찾아내였는데 100년 내에 지구와 충돌할 위험은 약 1억 5,000만 분의 1 수준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100년 동안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할 확률은 극히 낮아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보면 된다.



2. 슈퍼 화산 폭발


미래 100년 동안 인류를 위협하는 슈퍼 화산 폭발의 가능성은 소행성 및 혜성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의 100배로 추정된다. 화산 폭발이 인류에게 가하는 위협은 화산진과 황산염 분무로 인해 지구 기온이 떨어지는데서 온다. 일명 ‘화산 겨울’이라 불리는 기간 동안 전 세계에 흉작이 들고 수십억 인구가 기아에 시달리겠지만, 인류 절멸은 일어나기가 힘들다. 가장 큰 규모의 폭발이 일어나더라도 인류가 절멸할 것 같지는 않다고 한다.



3. 항성 폭발


만약에 발생한다면, 지구의 오존층이 심각하게 파괴돼 인류는 강력한 자외선 복사에 노출하게 된다. 하지만 태양계 주변에서 초신성이 폭발하거나 감마선 분출이 일어날 확률은 아주 아주 아주 낮다.



인공적 위험


4. 핵무기


핵전쟁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그중 인류에게 가장 치명적인 위협은 아래 두 가지 경로를 따라 일어난다.


첫 번째는 핵폭발로 인해 방사성 먼지가 대기로 치솟아 하늘에서 널리 퍼진 다음 다시 지상으로 떨어지는 낙진 현상이다. 다행히 지구 표면 전체를 방사선으로 덮으려면 현재 존재하는 핵무기의 10배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므로 앞으로 강대국들의 핵무기 군비 경쟁만 잘 방지한다면 낙진으로 인한 인류의 멸망은 발생하지 않을 것 같다.


두 번째는 거대한 연기 기둥이 솟아오르며 그을음이 대류권을 벗어나 성층권까지 올라가는 상황이다. 성층권까지 올라간 그을음은 비와 함께 내려오지 못하고 하늘에 검은 장막을 드리우며 이 장막이 태양광을 차단해 핵겨울을 만들게 된다. 세상은 캄캄하고 지구 온도가 낮아져 농작물이 자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과학자들은 핵겨울로 인한 인류 절멸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주장한다. 식량생산이 급격히 감소되지만 그래도 일부 식량은 계속 생산될 것이다. 또 추위에 강한 작물을 재배하거나 비닐하우스를 짓거나 어업을 활성화할 수도 있다. 그리고 뉴질랜드처럼 대양과 접해 있는 지역은 핵겨울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점에서 인류 절멸 가능성은 매우 작아 보인다.



5. 기후변화


기후변화의 주요 영향에는 농작물 생산 감소와 해수면 상승, 물 부족, 생태계 파괴 등이 있다. 이런 위협들이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을까?


농작물은 추위에 민감하지만 기온 상승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식량은 문명을 지탱할 만큼 충분할 것이다.

해수면이 수백 미터 상승하더라도 육지 대부분은 바다에 덮이지 않는다.

물 부족으로 더 이상 살 수 없게 되는 지역들도 있지만 강수량이 증가할 지역들도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일은 높은 기온이 생물다양성을 크게 해쳐 생태계를 붕괴시키는 것이다. 생태계가 무너지는 것은 인류를 절멸의 위험으로 몰아붙일 수 있다. 하지만 전 세계 기온이 극단적으로 높았거나 기온이 급격히 올라간 과거의 많은 사례를 보더라도 심각한 수준의 생물다양성 손실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니 위에서 말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인류가 절멸되지는 않을 듯하다. 그렇다면 인류의 존재를 위협하는 기후변화는 매우 극단적인 ‘탈주 온실효과’와 ‘습한 온실효과’ 두 가지일 뿐이다.


탈주 온실효과는 해양이 끓어오를 때까지 온도가 상승해 지구에 다세포 생명체가 살 수 없게 되는 현상이다 과거 금성에서 일어났던 것으로 추측되며 앞으로 태양 온도가 올라가면서 수억 년 뒤에는 지구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즉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만으로는 탈주 온실 효과를 일으키기 힘들다는 뜻.


습한 온실효과는 해양이 끓어오르는 정도는 아니지만 여전히 인류 생존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현상 역시 사람이 배출한 온실가스만으로는 시작되지 않는다고 한다. 다행이다.


그럼 이제 조심해야 할 것은 북극 영구동토층과 심해에 있는 메탄이다. 영구동토층과 심해에는 인류가 이제까지 배출한 탄소보다 훨씬 많은 탄소가 존재한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일부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고,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서 심해에 있는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녹을 위험이 있다. 그러면 안에 갇혀있던 탄소가 대량으로 방출되어 기온을 더욱 높이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니 여기에 따른 더 많은 연구가 절실하다.



6. 자원 고갈


사람들은 미래에 화석 연료, 깨끗한 물, 일부 광물이 고갈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 같은 형태의 자원 부족은 사피엔스의 생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인류는 화석연료 대신 값비싼 대안 자원을 찾고, 해수를 담수로 바꿀 수 있다. 일부 광물은 실제로 부족한지도 불분명하다. 게다가 실제로 고갈되고 있는 희귀 광물들은 문명에 꼭 필요한 자원이 아니라고 한다.



미래의 위험


7. 전염병


실험실에서 실수로 병원균이 유출되는 사고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람이 작정을 하고 치명적인 전염병을 만들어서 퍼뜨리는 시나리오가 아닐까 싶다.


이제 세상은 너무나 편해진 나머지 그 누구든 온라인 DNA 합성 서비스 웹사이트에서 원하는 염기서열을 주문하면 합성된 유전체를 원하는 주소로 배송받을 수 있다고 한다. 아무리 회사가 위험한 염기서열의 주문을 검열한다지만 검열 방식이 불완전하고 전체 주문의 약 80퍼센트밖에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하니.. 위험한 병원균이 악의적인 집단의 손에 들어갈 위험이 충분히 존재한다. 이제는 생명공학 안보문제를 원자력 안보문제처럼 진지하게 다뤄야 할 시대가 온 것 같다.



8. 비정렬 인공지능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위험요소 중에 인공지능 위험이 가장 높은 확률을 갖고 있다. 무려 10퍼센트로 추정. 앞으로 100년 동안 인공지능 시스템이 인류를 파멸로 내몰 가능성이 10퍼센트나 된다는 것이다.


근데 나는 ‘비정렬’이 무슨 뜻인지 아무리 검색해봐도 모르겠다. 비정렬 인공지능이 대체 무엇인지..


내가 이해한 인공지능의 위험은 아래와 같다. 인공지능은 보상체계에 따라 행동하는데 그 보상 함수에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면 인공지능 시스템음 인류의 통제를 벗어나 오히려 인류를 통제하려고 들지도 모른다. (잘 상상이 안 간다...)



9. 디스토피아 시나리오


인류가 절멸하지 않지만 여전히 ‘재앙’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상황이 있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니야 하는 상황?


예를 들면 소수의 집단이 다수의 인류를 감시하고 자유가 없는 세상, 기술진보를 거부하는 세계, 단 하나의 근본주의 종교에 갇힌 세상, 인구 증가와 환경오염으로 힘들게 살아야 하는 세상 등이 있겠다. 그니까 발전은 없이 일종의 좋지 않은 평형상태에 갇혀있는 상황이다.





종합하면, 앞으로 100년 동안 인류가 절멸하거나 돌이킬 수 없는 문명의 붕괴가 일어날 확률은 1/6이다. 구체적인 확률은 아래 사진 참고 바람.


<사피엔스의 멸망> 225페이지



이 책에 대해 말하자면,


우선 서문부터 오탈자가 있어서 당황했다. 다음은 문장이 너무 길다. 번역을 잘 못해서가 아니라 영어문장 자체가 장황해서인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은 읽기가 조금 어려웠다. 책이 심오해서 어려운 게 아니라 문장 구조가 복잡해서. 그리고 책이 안 예쁘다. 폰트가 안 예쁘고 글자 색상이 찐해서 투박한 느낌을 준다. 부드럽지 못하다.


저자는 책의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여 ‘인류 미래를 지키는  일이 왜 가치가 있는지’ 설명해준다. 글쎄다. 왜 우리는 미래를 보호하는 일에 가치를 두어야 할까?


우리에게 좋은 세상을 물려준 선조를 생각해보라는 둥, 아직 태어나지 않은 수백만의 미래 세대를 생각해보라는 둥 엄청나게 공을 들여 설득하려고 했지만, 나에게는 전혀 와닿지 않는다. 오히려 심기 불편하다. 왜일까?


그래도 뭐 인류가 지금 당장 위험하다고 막 부채질할 줄 알았는데, 읽다 보니 꽤나 객관적인 태도로 멸망 시나리오를 분석해주어서 만족스럽다. 이렇게 현재 인류에게 어떤 ‘존재 위험’이 있으며 발생할 확률은 얼마인지 쭉 살펴보고 나니까 오히려 안심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과학과 철학을 한 책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