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영화를 보고 나서 읽을 것을 추천드립니다.
영화는 왓챠와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보실 수 있지만
현재(2023년 12월 20일) 국내 극장에서 재개봉 중이니 극장에서 경험할 것을 추천드립니다.
가후쿠는 아내 오토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과 그녀의 외도에 대한 원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방황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며 삶을 살아간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살아가는 것’에 관한 영화다.
가후쿠에게 아내의 외도와 그녀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닥친 것처럼 우리 삶은 ‘사고(事故)의 연속’이며 그로 인해 발생한 고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오토의 죽음 이후에도 가후쿠는 계속해서 체호프 연출한다.
일부러 차로 한 시간 걸리는 곳에 숙소를 잡고 오래된 자신의 차를 운전하며 대사가 녹음된 카세트테이프를 듣는 습관도 그대로 유지한다.
그렇게 살아가던 가후쿠의 일상에 또 다른 사고들이 발생한다.
연극 제작진의 원칙 때문에 자신의 차를 직접 운전할 수 없어 드라이버를 고용해야 하는 것과 아내와 외도한 남자 중 한 명인 다카츠키가 오디션에 지원한 것이다. 가후쿠는 어쩔 수 없이 전문 드라이버 미사키에게 자신의 차를 운전하게 하고 다카츠키에게는 자신의 ‘바냐 아저씨’를 연기하게 한다.
미사키의 운전 실력에 감탄한 가후쿠는 그녀가 운전하는 일상에 적응하지만 다카츠키와는 불편한 관계가 계속된다. 그는 자신이 바냐아저씨 역에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하고 다른 언어로 소통하는 연극의 방식과 감정을 배제하고 대본을 읽는 가후쿠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다. 거기다 가후쿠와 오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같은 슬픔을 공유하고 있다고 착각하기까지 한다. (정말 철없고 혈기왕성한 청년이다.)
이후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한다. 분별력을 갖추지 못한 다카츠키가 자신을 몰래 찍는 팬을 구타했는데 그가 사망하여 경찰조사를 받게 되면서 연극에서 하차하게 된 것이다.
공연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바냐아저씨 역이 비게 되자 제작진은 가후쿠에게 직접 연기할 것을 부탁하지만 가후쿠는 고사한다.
그에게 바냐 아저씨를 연기하는 것은 자신의 고통을 직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고통을 느껴보라는 억하심정으로 다카츠키에게 바냐 아저씨 역을 맡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바냐 아저씨를 연기하지 않으면 공연을 취소해야 할 상황에 놓이자 가후쿠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미사키와 함께 잠시 그녀의 고향으로 떠난다.
가후쿠는 그곳에서 미사키가 겪은 사고와 그로 인해 발생한 그녀의 삶의 고통과 마주한다. 그리고 자신의 고통과 마주할 용기를 얻고 나서 비로소 바냐 아저씨를 연기할 수 있게 된다.
가후쿠가 체호프를 공연하는 시퀀스. 그중에서도 한국인 이유나가 연기한 소냐의 독백씬은 영화 전체에서 가장 압도적이다. 야외 연습 도중 카후쿠는 ‘두 배우 간에 뭔가가 일어났다’며 다음 단계는 관객에게도 그것을 열어가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소냐의 독백씬은 관객들로 하여금 그 무언가가 일어나는 것을 직접 경험하게 한다.
언어를 초월한 이 경험은 ‘연기란 무엇인가’ 나아가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예술은 공감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고통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일(자신의 차를 운전하고 연습하고 공연을 하는)'을 해나가는 가후쿠의 모습은 그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큰 감동을 준다.
우리 삶은 ‘사고(事故)의 연속’이며 그로 인해 발생한 고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어쩌겠나, 또 살아가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