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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 Feb 11. 2019

영국 복지국가의 기초를 만든 부부의 삶과 생각

<복지국가의 탄생>, 박홍규, 아카넷

작년 한 해 이슈가 되었던 '직장 갑질'.


차라리 임금 문제는 계산하고 따져서 노동청에 진정을 하든 포기를 하든 답이 나오는데, 직장 갑질은 노동자 개인이 풀기에는 너무 힘든 문제였다. 법적, 제도적 뒷받침도 없거니와 사실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있다 해도 '개인'이 풀기에는 쉬운 문제가 아닐 것 같았다. 비정규직이나 여성에 대한 차별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직장 내 만연한 갑질 문화와 권위주의, 각종 차별 문제, 근로조건의 불이익 변경 문제는 각각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직장 내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회사도 학교처럼 작은 사회다. 한국사회의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만큼 회사의 민주주의도 후퇴했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는 학교처럼 회사도 원래부터 민주주의가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일방적으로 정해지고 바뀌는 노동조건들, 낮은 노동조합 조직률,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노사협의회와 고충처리기관, 근로자 대표제도들은 직장 내 민주주의를 전혀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감독기관인 노동청은 이를 무시하고 묵인하고 있다.


관련 책을 찾아보던 중에 박홍규 교수님이 번역한 웹 부부의 <산업민주주의>가 신간으로 나와 있었다. 그리고 낯선 이름인 웹 부부를 소개하는 책이 함께 발행되었다. 2권을 샀다가 두꺼운 <산업민주주의>보다 작고 아담한 <복지국가의 탄생>을 먼저 읽었다.



요즘 한국사회의 풍경들이 우리에게 주는 깨달음은 민주주의가 그저 모든 사람에게 투표권이 주어지고 1인 독재가 없는 상태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뭐, 학교나 기업에는 이조차도 없지만 말이다.


이는 영국의 민중적 전통에 따른 것이었다. 즉 생산자로서는 노동조합을 통한 생산자 민주제, 소비자로서는 협동조합을 통한 소비자 민주제, 시민으로서는 지방자치단체의 활동을 통한 시민 민주제의 역사적 전통에 따른 것이었다. 이처럼 사람들은 사회생활의 기능에 따라, 지역 차원과 생활 차원에서부터 전국 차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등급의 민주제에 참가한다. 여기서 노동자도 공동체의 시민이 된다.
-254 쪽-


복지국가는 민주주의가 지극히 발전된 형태로 보인다. 복지국가 이전의 근대사회에서 개인은 신분제에서 자유로워지긴 했으나 다시 빈부격차에 따른 계급으로 인해 신분제만큼 자유에 제약이 따르는 개인일 수밖에 없었다.


복지국가나 사회민주주의는, 우리가 법을 공부하면서 법이 "신분에서 계약으로 from status to contract" 진보한다고 배운 것과는 반대되는 것이다. 그런 변화는 중세에서 근대까지의 변화였고, 현대에 오면 "계약에서 사회로 from contract to society" 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출생이라는 단 하나의 사실에 의해 자신의 운명이 결정된 신분사회, 즉 계급사회에서 해방된 자유롭고 평등한 사람들 사이의 계약으로 이루어진 사회가 근대사회였지만, 그 계약이란 사실상 사회적 제약을 받는 것으로 사회적 약자의 경우에는 전근대의 신분보다 더 제한적인 것이었다.
-8쪽-

19세기 무질서할 정도로 경쟁적이고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인 영국 산업사회에서 심각한 노동문제와 빈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정책의 필요성을 강변했던 웹 부부. 그리고 공공성을 삶의 태도와 방식으로도 견지했던 두 사람. 책은 이런 웹 부부의 만남, 그리고 둘의 삶, 사상, 저서들, 활동들을 꽤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그 생각과 활동들이 영국 복지국가와 노동당의 출발점이 된 것들이라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책 후반부에는 웹 부부들에 대한 평가들도 소개되어 있다. 웹 부부에 대한 글도 재미있었지만, 사실 박홍규 교수님의 솔직하고 시원시원한 한국사회 비판도 책의 재미를 더해준다.


http://aladin.kr/p/XUV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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