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을 향한 열망과 불멸을 향한 갈망 속에서 하나 둘 지워져 가는 것은 “나”라고 움켜쥐고 있던 생각과 믿음이다. 아직도 “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놀랍기 그지없고, 나라는 세상에 갇힌 것이 한탄스럽지만 아직 나를 벗어나는 법을 찾지 못했고 알지도 못한다.
이렇게 내 안에 갇혀 빙빙 돌다 끝난다 생각하니 소멸의 불길이 강해지고, 그것은 어쩌면 무한한 시간이 주어지면 해결할 수 있는 것인가 싶어 불멸을 기도한다.
끝이 있는 걸까. 끝은 반드시 있다.
그것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나”의 본질과 닿아있다.
아니다. 지워진다 생각하지만 그 자리에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선명하게 “나”를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