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어가는 공중

기억 조각을 엮다

by 정이안

익어가는 공중



따뱅이에 물동이 이고 흑석동 비탈길 나선다


산벚나무 긴 목 담장 지키는

모퉁이 돌아 옹달샘 가는 길이다


꽃잎 진자리

익다 지친 버찌를 주워 물고

겅중겅중 빈 물동이 신났다


나무 발등 궁금한 철없는 호기심

무거운 대문 앞에서 기웃거린다


철조망 깨진병 조각 둘러친 담장

들락거리던 산새 혀를 찌르고

이제 내 눈 마저도 시리다


지저귀는 아낙들 틈사이

쫄쫄 돋아나는 물방울 긁어

촐랑촐랑 물동이 이고 일어선다


나, 산벚나무 그냥 두고 가기 아쉬워

시커먼 우듬지를 흘깃거린다